아버지 49제

개인적인것/소중한사람들 2015. 3. 2. 22:00 Posted by 스스로 바뀌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아버지께서 떠나신지 벌써 49일이 되는군요.

떠나신 후 이것저것 풀리는 일이 하나도 없어서 몹시도 속상했는데

아버지께서 떠나시려고 그러시는지 안풀이던 일이 풀리는군요.

 

평소 유언처럼 남기신 호국원 안장.

경황이 없는 초상에 호국원 안장 재심사를 거쳐야 한다는 말에

가족 모두가 당황스럽고 아버지 유훈을 지키지 못하는건 아닌지 많이 힘들었습니다.

호국원에 임시안장으로 모시고 몹시도 마음이 불편했는데

몇일전 호국원에서 기쁜 소식이 날아왔습니다.

 

재심사가 완료되어 아버지를 호국원에 정식으로 모실수 있다고요.

그리고 마침 아버지 49제날에 의장제로 모시고 싶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참 우연의 일치도 이런 일치가 없네요.

 

그래서 저는 아버지께서 이제 정리하시고 떠나시려는갑다 그렇게 생각해봅니다.

 

49제 아침에 영천 호국원에서 아버지를 정식으로 모시니

이제서야 아들은 아버지가 떠나신후 처음으로 마음이 조금 편해졌습니다.

앞으로 남은일도 있지만 이렇게 호국원에 모시게 되니 아버지께서도 이제 좀

편하시겠구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햇빛을 볼 수 있고

바람을 느낄 수 있고

눈 비 를 만끽할 수 있는 확 트인 곳이면

좋을것을 이렇게 좁은곳에 모시게 되어

죄송합니다.

그래도 햇볕이 잘 들고 

아버지께서 마음만 먹으시면 넓은 곳으로

마실을 잘 다니실거라 생각하며

아쉬운 마음을 달랩니다.

손녀랑 종종 찾아 뵙겠습니다.

 

 

 

오늘 호국원에서도 바쁘시고, 곧바로 절 따라 49제도 잘 보시고 다시 잘 가셨겠지요?

좋은곳에서 웃고 계시겠지요?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아버지의 웃음꽃 핀 영상사진을 절에서 보여줘서 울컥합니다.

아버지께 하늘에 보내 줄 편지가 이렇게 영상편지가 되어 되돌아 올지 몰랐네요.

아버지의 젋은시절 그 시절 사진들을 어렸을적 어렴풋이 본 기억말고

이렇게 뵙게 되네요. 좀 더 일찍 아버지와 함께 같이 보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사진에 얽히고 설킨 이야기들을 들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누나가 아버지 명함을 하나 찾았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고물상을 하시면서 참 힘드셨지요... 가정을 이끌어가신다고 산소절단기도 배우시고

일을 다녀오시면 불똥이 튀어 여기저기 구멍난 아버지 양말이 생각납니다. 새벽같이 나가 손 끝이 시리고

햇빛이 비치면 그제서야 몸이 풀리는 고된일... 주말에만 겨우 고사리손 도움을 드렸지만

아버지께선 매일이셨겠죠.

명함뒤에 쌩뚱맞은 주택사진 한장... 분명히 아버지께서 선택한 배경일텐데...

아버지가 나중에 살고 싶으셨던 집은 아닐까 누나와 함께 추측해 봅니다. 제가 나중에 저런 비슷한 집 하나

가지게 된다면 사진몇장 찍어 한번 보여드릴께요. 가끔 놀러오세요.

 

 

우리 아버지...

힘든수술도 잘 버티고 잘 이겨내시고 회복도 빠르셨는데...

곧 나으시고 일어나실거니까... 병원에서 아버지 사진은 찍지 않았는데...

입원 퇴원을 반복할때 집에서라도 아버지 몰래 사진 좀 찍을걸....

일본에 누나한테 보내준다고 찍은 이 사진이...아버지 제일 최근 사진이네요.

말짱하신데....아들은 아직도 아버지가 안계시다는걸 잘 모르겠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덜컥 다가오겠지요....

 

아버지....병원에 계신모습들 사진들....별로 안좋아하실거 같은데....

제가 가끔 봐야하니...이 사진 한장은 너그럽게 봐주세요... 아버지 편히 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