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기슭에서 4박5일

여행/여행의기억 2013. 8. 5. 21:16 Posted by 스스로 바뀌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2013년 7월 31일 ~ 8월 4일

 

아내와 함께 보낸 매년 여름 휴가는 지리산이었다. 흔히들 이야기하는 지리산 계곡 지리산 팬션이 아닌 정말

지리산!!! 아내와 함께 보낸 여름은 지리산의 장터목대피소, 세석대피소, 벽소령대피소, 연하천 대피소, 치밭목 대피소

등등....지리산 능선위에서의 휴가였고...대피소 안이  아닌 지리산 능선에서 밤이슬을 맞으며 함께하는 능동적인

여름휴가였다. 둘이 하나되기전부터 제각기 지리산을 찾은지라 주변에선 휴가때 고생하러 간다 했지만

지리산 능선을 종주하는것이 무리가 있는코스이지만 시간적 여유를 두고 찾으면 아주 기분좋은 풍경이기 때문에 

여름휴가차 같이 한번 들린곳이 두번이 되었고  이번에 갔으면 세번째가 되는데 이번에는 아내 뱃속에 "튼튼이" 라는

아가가 떡하니 버티고 있어서 세번째 지리산 종주는 조용히 무산되었다.

 

그래도 우리부부의 세번째 지리산행은 이루어 졌고...이번에는 흔히 이야기하는 지리산 계곡이 있는곳에 짐을 풀었다.

산을 좋아해서 만난 아는 동생의 본가가 지리산 기슭에 자리하고 있고 예전에 한번 방문한 후 그 조용함과

푸르름이 좋아 동생을 통해 부모님께 양해를 구하고 부모님께 드릴 약소한 선물하나 사들고 4박 5일 식객이 되었다.

 

이 달팽이 연인은 지리산에서 찍은게 아니라 아내가 얼마전 친정에 갔을때 찍은 사진인데 너무 귀요미 같아서 첫사진

으로 한장 올려본다. 아내의 이야기로는 각자 다른길로 가고 있다고 하는데...중매를 섰단다 ^^;;

지리산의 그 집은 그 넓고 넓은 지리산 기슭중 잘 알려지지 않은 하나의 마을이었고, 그곳에서 부모님은 넓은 들판에

염소를 방목하여 키우고 계신다. 지리산의 맑은 물은 집 옆 계곡으로 흘르고 흘러 집 앞 마루에 가만히 앉아 있어도

계곡에 물흐르는 소리가 맑에 들려오는 곳이며, 아침엔 새소리와 매미소리 저녁엔 귀뚜라미 소리...그리고 불청객

나방떼~~ 나방도 이곳은 종류가 수십가지는 되는듯 하며 그 색상이 아주 고은것들도 많이 보였다.

도시에서 살다보니 야밤의 벌레들의 습격이 조금 불편할뿐....그건...여기 시골이 잘못된것이 아니라...도시에서

질을 잘못 들인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사람도 자연의 일부분일뿐....자연의 미덕은 어울림이 아니던가^^

이곳에서 도시의 흔한 소음은 들을수 없었다. 그냥....자연의 소리...태교를 할때는 계곡물소리 새소리 이런것도

듣는다는데...이곳에서 아내는...그냥 움직이면 움직이는 그대로가 태교 음악인거 같다.

이곳에 있으면서 단 하나의 좋은점....마음이 너무 편하다는 것....도시에서 쉬 얻지 못하는 그 마음...

(위사진에 찍힌 손과 발은....저입니다....물이 제법 깊어 뛰어! 첨벙 하는 사진을 아내가 찍는중에..이렇게...)

그 집에서 몇걸음 닿으면 이런 계곡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더 중요한 사실은 이곳은 알려지지 않은 그런곳이라

사람들의 번잡스러움은 없다. 위 사진처럼 이 계곡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잠시 올라가거나 잠시 내려가면

또다른 계곡의 풍경들이 펼쳐진다. 산사의 햇살은 뜨거우나 이곳에서는 한마디로 해결이 된다.

심심하면 계곡이나 갈까? 이말이 이곳에 몇일 있다보니 입버릇처럼 붙게 되었다.

하루에 계곡을 세번씩 찾은적도 있고...계곡에 갈땐 노란플라스틱 박스통에 휴대용 가스렌지와 냄비와 라면

그리고 고기와 함께 조용한 계곡을 찾았다. 휴대용 가스렌지가 있음에도 계곡이 넘쳐 흘러와 구석에 쳐박힌

바짝 마른 나무가지와 산죽을 이용해 이렇게 작은 불장난도 하고 고기도 숫불?에 구우며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재미삼아 해본 마지막 고기 한덩이의 고기굽기 그 결과물이 너무 훌룡해 왜? 마지막 남은 한덩이로

이렇게 구웠을까...좀더 일찍 이렇게 구웠어야 하는데 하는 아쉬움이 가실지를 몰랐다. 

 

 

 

 

 

 

 

 

 

 

 

 

 

 

산죽에 돼지고기를 꿰어 구운

그 맛과 소주 한잔은...최근

내가 먹은 그 어떤 안주와 소주

보다도 즐겁고 훌룡했다.

 

 

 

 

 

 

 

 

 

 

 

 

 

 

 

 

 

 

 

 

 

 

 

 

 

 

 

 

 

아내는 물지 않는 벌레들을

별로 무서워 하지 않는다.

거미...개구리...메뚜기....

약간 징그러운 것들도 신기한

생물일뿐...물지 않으면 다 괜찬다.

생뚱맞은 돌맹이들...이곳에서 나는 수많은 자갈과 동맹이들을 밟고 다녔다. 이곳에는 이쁘게 포장된

길이 자갈보다 더 귀하기 때문이다. 어렸을적 길가에 나뒹구는 돌맹이들을 쳐다보며 이건 곰돌이를 닮았어

이건....거북이를 닮았어...이렇게 친구들과 누나들과 따지며 놀던때가....이제....추억이 되버린거 같아

마음이 씁씁해진다....포장된 도로가 편해서 옳은건지....자갈길이 어색하고 불편해 자갈길과 돌밭에선

제대로 걷기조차 힘들어 하는 요즘 애들이 옳은건지....이런모습의 요즘 아이들을 볼때면 괜히 내 마음이

씁쓸해진다. 이런것들이 아이들을 자연에서 멀어지게 하는것은 아닐까...너무 편함이....자연이란 작은

불편함이...그냥 불편함으로 아이들에게 기억되는것은 아닐까....그 불편함 너머에 좋은것이 있다는걸

알려고 하지 않는건 아닐까...

이곳에 오기전 읍내에서 어머니에게 드릴 딸기를 사왔다. 아내가 딸기를 살때 옆에 아주머니가 딸기는 철도 아닌데

딸기맛고 없을텐데...제철인 포도나 사가지...하며 혀를 찾다고 한다. 아내는 조금 민망했지만...딸기에 꽃혀

딸기를 샀다고 한다...그런데...딸기를 한입베어 먹고난 후 아내가 이야기한다. 그 아주머니 말대로 포도나 살껄...

너무 맛이 없는 딸기...우리는 그 딸기를 먹다먹다 다 먹지 못하고 맛이 없어 어머니께 권하지도 못하고

그 딸기는 염소들에게 양보하였지만...이 맛없는 딸기를 염소에게 먹이는 일또한 쉽진 않았다....

짜식들....맛없는건...아나보네....

 

 

 

 

 

 

 

 

 

 

 

이곳에서 알게 된 사실 하나~

염소는 두발로서 일어선다.

 

이곳에서 알게 된 사실 두울~

염소는 감나무 잎을 좋아한다.

 

이곳의 염소들은....정원사이다. 집앞이며 집 뒤며...여기저기 무리를 지어가며 풀들이 어느정도 이상 자라지

않게 입으로 싹뚝싹뚝 잘도 잘라낸다. 어머니가 다가가면 맛난걸 주는줄 알고 우르르 모여든다.

낮선사람이 다가가면....도망간다...그런데 아내가 다가가면....도망가지 않는다....우쒸...아버지 이야기론

염소도 다 알고 있단다...사람의 기질....남자의 기질과 여자의 기질....즉 누가 덜 위험한지 본능적으로

안다 하신다. 풀뜯는 염소를 보며 한가지 생각이 들었다. 염소는 풀을 뜯어도 뿌리까지 바닥까지 뜯진 않는거

같았다. 사람이라면...뿌리채 뽑았을지도 모르련만...염소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것 같았다. 뿌리까지 뽑으면

나중에 다시 자라지 않고 다시 자라지 않으면...자기가 다시 풀을 뜯을수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런데...지금...바다, 일부분의 어부들이 고기가 잡히지 않는다하여 더 작은 그물에 더 작은 물고기를 잡아

아주 헐값이라도 돈을 받고 팔려는 모습을 보면...제발등을 자기가 찍는거 같다. 이런 모습들은...

꼭 어부가 아니더라도 주변에서도 쉽게 볼수 있는 풍경이다....염소들도 자신에게 해가 될 일은 하지 않는데.. 

(위에 집은 우리가 머문 집이 아니다^^)

이곳에는 땅도 제법 넓다. 그리고 집도 많다. 대부분 산이지만...오랜세월동안 하나둘 가꾸어 지금의 모습이

되었고, 이집은...이곳에 처음 정착할때 살던집 저 집은 동생을 낳은 집 저 집은...이렇게 저렇게 사연많은

집들이 세월이 가다보니 하나 둘 늘어났다 하신다. 지금 우리가 머무는집은 1년전에 지어진 집이고...

1년생 집이지만 구들장이 갖추어진 집이고 우리가 머무는집은 가을에 감을 깍는 장소로 사용하려고 만든

집이라고 하신다. 이 넓지 않은 구들장집은...감 깍는 기계만이 덩그라니 놓여 있었다.

위의 집은 옛날에 운동권에 있던 학생들의 피난처로 쓰였다고 한다. 그 학생들의 나이가 벌써 50줄이라고 하니

저집의 세월도 많이 되었으리라...아버지께서는 나라를 위해 자신의 미래를 던져버린 그런 학생들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뭐든 챙겨주려고 하셨다고 한다. 산골에 계셨지만 아버님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경제의 흐름을 아시는분이었고 역사를 아시는분이었다. 내가 우리나라 역사에 관심이 있다하니...

역사에 관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주셨고...이순신 장군의 해전은 전세계80여개국 해군을 보유한 모든나라가

연구를 하고 존경을 하는 대상이라고 하신말이 기억난다. 그리고 역사에 관심은 있지만 지식이 깊지 않은

나에게 역사에 관심이 있으니...정말 고맙다 라고...하신다...그 고맙다는 말씀은 무슨 의미일까...

좀 긴 여운이 남는 말이 될 것 같다. 

이곳에서의 장점은...푸르름...그리고 번잡함이 없다는것.....나도 요즘사람인데 이런곳이 마음에 정말 드는것 같다.

그래서 나는....후에 이런곳에서 살고 싶다. 자연과 가까우면서 현대 과학기술의 해택도 누릴수 있는 삶..

가능하지 않을까?

그저께 마지막 밤 아버님이 손수 지으신 오두막에 앉아 고기를 구울때 세찬 비바람이 몰아치고 천둥번개가

치는 시원한 밤에....그 비와 그 천둥소리와 번개와...그리고 맛있는 고기....어떻게 그리 박자가 잘 맞아 떨어졌는지

아버님께서 하신 말씀이 기억난다...이 얼마나 멋진...밤이냐고... 그 멋진밤에 빗줄기가 새는 이 나무 오두막이 아닌

빗 줄기가 새지 않는 완벽한 건물에서 고기를 구웠다면...과연 같은 느낌이었을까...조금 부족한것도 괜찬고...

좀 불편해도 좀더 자연적인 것이 괜찬을거 같다는 생각을 다시한번 해본다. 

 

역시 시골에는 공짜가 없다. 회사에서처럼 꾸준하고 규칙적인 업무가 없는 시골이지만...찾아보면 무한한

일거리 들이 쏟아져 나온다. 일하러 가자 이 한마디면...나도 같이 따라나선다. 아버님의 일자리는 무한하다

아버님이 수십년 가꾸셨던 뒷산...그곳에서 비바람에 쓰러진 나무를 자르고 나르고....산사의 여름은 더워

온몸이 땀에 젖는건  시간문제이다. 머...완전 공짜로 있진 않으려고 했지만....쉼없이 움직이시는 아버님을

모른채 할수 있는 강심장을 나는 갖고 있지 않다. ㅎㅎㅎ 그리고 그 땀은...계곡물에 시원하게 씻겨가는

그 즐거움도 짜릿하다.

산골에서는 돈이 나오는 호수가 존재한다. 바로 위의 사진...쉼없이 쏟아져 나오는 저 물은 생수이다.

저 귀한 생수로...양치도 하고 샤워도 하고.....부자놀이를 하다 왔다. 그냥 계곡에서 줄을 대어 흘어나오는

저 생수....겨울에도 나오는걸까? 하는 허튼 생각을 잠시 해봤지만....도시에서 생수를 사먹는 나의 입장에서는

약간 신기하기도 하고.....씁쓸하기도 하고.....그렇다.

 

산골에서의 4박5일은....길었다....

처음엔 길었으나...날이 갈수록 아쉬움만 남고....떠나기 싫어지고...점점 짧아지는 느낌이었다.

이제 이틀지났어? 에서...벌써 내일이면 집에 가야해? 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아침일찍 일어나...계곡에 노트북을 들고...또는 책을들고 가 주식공부도 하고 경제공부도 하면

완전 최강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주식은 둘째치고 이런곳에서 공부와 취미생활을 즐기며 아이들과

벌레공부도 하고 식물공부도 하고 약초공부도 하면서...같이 지내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곳에서의 식사는...비듬나물...가지나물...감자...개피나물....음....어머니의 밭에서는 이름모를 풀떼기들이

쉼없이 식탁에 올라온다....늘푸른 밥상...나는 풀떼기들을 좋아라고 잡곡밥도 좋아한다. 햄..같은 인스턴트도

즐겨하는 편이지만..이 곳 밥상에 올라오는 푸른식탁을 보면 별로 그런것들이 그립지 않다.

 

이곳에서 4박5일은 아내와 나에게 휴식의 시간이었던것 같다. 부모님께 폐가 되지 않는다면 가끔

찾아와서 풀냄새와 계곡물 소리를 들으로 가끔 찾아오고 싶다.

 

아래의 사진은...아쉬운 마음으로 집으로 가는길에 아내가 한번 들리고 싶다고 했던 남사예담촌에 들렀다.

집에 가던길을 둘러 들린곳이었으나....아내는 한숨만 내쉰다....고택과 한국의 미에 관심이 많은 아내고

그리고 옛것에 편안함을 느끼는 나이지만... 일부러 찾기엔 뭔가 아쉬움이 남는 그런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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