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달리 해안도로 조금전 해안에서 가족들이 무언가를 잡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모래사장이니 조개류 일것같았다.
너무 열심히들 잡고 있어서 궁금증에 뛰어들고픈 생각도 들었지만 배낭을 내려놓고 긴 바지를 벗고 뛰어들었다가
다시 기어나와서 바지를 갈아입고 다시 배낭을 메고 걸어가기가 완전 귀찬았다.
그냥 그 풍경을 한참을 바라보면서 배낭에 매어진 햇살에 달구어진 미지근한 물을 마시고 담배를 한모금 피면서
그 모습을 지켜만 봤다.
파도에 이리저리 휩쓸려와 언뜻보기엔 어지러운 해안가의 속사을 들여다보니 생각보다 너무 맑았다.
그저 맑은 물만 바라만봐도 마음이 평온해지는듯했다.
종달리 해안도로 삭막한 도로한켠에 오징어가 여기저기 널려있다. 작은 컨테이너 박스속에서 아저씨가 오징어를
팔고 있었다. 별로 먹고 싶은 생각은 없었는데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어서 나도 얼떨결에 줄을 서서 오징어 3마리를
사서 해안도로를 걸으며 입안에 넣고 우걱우걱 씹었다. 맛은 있었지만 찌는듯한 더위가 그 맛을 반감시키는듯했다.
배는 고팟는데 2KM를 걸으며 오징어를 씹고 있으니 배고픔이 어느정도 사라지는듯 했다
저 멀리 성산 일출봉이 보였다. 멀리서 보다가 점점 가까워질수록 신기로운 분위기를 풍기는듯했다.
오일장이 들어서는날이 아니라 을씨년스럽기만 했다. 오일장이 들어선 모습을 잠시 상상해보며 그곁을 스쳐 지났다.
수마포를 지나 다시 해안가로 접어들면서 멀리 성산 일출봉을 바라보았다. 가까이 가고 싶었지만 일단은 걷는일이
우선이였다. 올레코스를 끝내고 가봐야 할곳이 한곳 늘어났을 뿐이었고 몇일후 성산 일출봉 멋진 잔디밭에서
나른하게 낮잠을 자는 편안함을 맛보았다.
광치기해변으로 가는 해안가, 올레길은 그 옆도로로 되어 있었지만 나는 해안가로 들어왔다. 검붉은 모래가 나의 발을
깊이도 끌고 들어갔다. 지친다리는 아무런 저항도 못하고 깊숙이 들어갔다가 빠져 나오기를 반복했다.
포장도로에 지쳐 있던 나의 두발은 그나마 안도감을 맛보는듯했다.
1코스의 종점인 광치기 해변에서 말들이 한가로이 쉬고 있었다. 바다와 해변과 말이라...이런 조합은 난생처음
보는지라 1코스 종점 표지판을 찾기보단 일단 말들을 구경하는게 더 급했다.
1코스가 끝난거 같은데 길을 잃고 조금 가다가 아바이 순대집을 발견했다. 제주걷기여행 책자에서 본듯한 기억.
길을 잃은거 같아서 마지막 화살표까지 되돌아 갈려고 했는데 일단은 나의 배고픔이 더 급했다. 순대국밥이 유명하다고
들었지만 나는 순대정식을 시켰다. 순대국밥은 5천원 순대정식은 6천원, 푸짐한 반찬들과 진한 국물이 돋보이는
순대국을 앞에두고 마냥 행복했다. 반찬들도 입맛에 맛아서 거의 싹쓸이 하듯이 먹었고 밥을 더 주셔서 배 터지게
먹었다. 오늘하루동안 제일 행복한 순간이였다.
순대국밥으로 배을 채운 행복한 나의 발걸음은 온길을 되돌아 간다고해도 아무런 투정을 부리지않았고
말들을 보았던 그 지점에서 1코스 종착을 알리는 표지판과 2코스 출발을 알리는 알림판을 보았고 곧 2코스 시작을
알려주는 방향 지시등 올레길의 트레이드마크 나의 길 안내자 파란 화살표를 찾을수 있었다.
시간이 조금 늦긴 했지만 풍만한 나의 뱃속은 걸음을 이어가도록 부채질했고 나는 파란 화살표를 따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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