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 경로(총 17.2km, 5~6시간)
광치기 해변 - 저수지 - 방조제입구 - 식산봉 - 오조리 성터입구 - 성산하수종말처리장 - 고성윗마을 - 대수산봉 입구 - 대수산봉 옛 분화구 - 대수산봉 정상 - 대수산봉 아래 공동묘지 - 혼인지 - 정한수터 - 온평초교 - 백년해로나무 - 우물터 - 온평포구
올레 1코스를 마치고 바로 시작한 2코스 화살표를 놓치는 불운으로 아바이순대집에서 든든히 배를 채우고 떠난길
방조제길이 시작되자 늪지대를 연상시키는 풍경이 나타났다. 온통 초록빛으로 뒤덮힌 이곳은 세계멸종위기에 처한
저어새등등의 보호지라고 한다. 언뜻보면 더럽게 보이기도 한 방조제길 올레꾼은 모두 어디로 도망을 갔는지
나혼자 터덜터덜 갈길을 혼자걷는다.
물위에 빼곡히 떠있는 저 초록 물결의 정체는 무엇인지 궁금했지만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으론
파래겠지라고 생각하고 더 이상 생각하는걸 멈추기로 했다.
경운기가 지나가면 딱 맞아떨어지는 경치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경운기 그림자도 보이지 않고 사람이라곤
나 혼자밖에 안보인다. 썰렁하면서도 운치있는 길이다.
방조제를 가로지르다보면 우측에는 성산 일출봉이 보이고 좌측에는 파래가 가득한 경치가 펼쳐진다.
극과 극의 모습이다.
방조제길 중앙에 체인블록이 떡 하니 자리잡고 있었다. 이걸 왜찍었는지 반문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이 블랙베어 체인블록은 내가 7년동안 몸담았던 부산에 있는 회사의 제품이며 경량화 프로젝트를 위해 내가 많은 시간을
투자했던 제품중 하나이다. 이곳에서 이 제품을 보니 왜 반갑지 않겠는가, 내부를 뜯어보지 않아도 구조를 훤하게
알수 있는 나에겐 그런 놈이다. 관리좀 잘하지 바다바람과 비바람을 다 맞고 걸려있는 이놈이 불쌍하게 보였다.
방조제 중앙 관통로의 좌측모습
방조제 중앙 관통로의 우측모습
오조리 마을에 들어서며
홍마트 가기전 마을 좌측으로 성당이 있다. 이뿌게 꾸며진 성당 중앙으로 이런 못이 있는데 그냥 지나쳐갈뻔 했으나
자전거를 타시는 어떤분이 성당 경치도 볼만하니 들렀다가 가라고 말씀해주셔서 잠시 들러서 지친몸을 쉴수 있었다.
고성마을을 지나서 숲길로 들어서면 이런 아득한 길이 펼쳐진다 새소리가 즐겁고 풀냄새가 편안하다.
대수산봉을 시작하는 나무계단, 열심히 올랐다가 뒤를 바라보니 웬지 멋적어 보였다.
대수산봉을 오르기전에 포장도로를 제법 걸었었는데 이런 오솔길이 무척이나 반갑게 느껴졌다.
여자 혼자라면 약간은 으쓱할수도 있을려나? 그 많은 올레꾼들은 다 어디에?? 하지만 혼자 걷기에 더욱 좋은느낌이
였던거 같다.
대수산봉 정상에 올라서니 일몰이 시작되고 있었다. 이 순간에는 이런 재수있는일이라고 생각하며 숨을 고르고
사진을 마구 찍었었는데 앞으로 2코스 종점까지의 거리가 많이 남았다는건 왜 생각치 못했을까.
첫날부터 저녁에 걷게 되리란걸 왜 몰랐을까. 그렇기 때문에 남들보단 조금 특별한 경험을 한건지도 모르겠다.
대수산봉에서 바라본 성산일출봉, 일몰이 끝나고 주변이 어두워지고 있었기에 대체적으로 흐릿한 사진이 되버렸다.
대수산봉 정상에서 조금만 내려오면 보이는 철탑인데 왜 찍었는지 모르겠다. 단지 이철탑이 몰리서 가까이서 또 멀리서
너무 지겹도록 보여서 가까이서 본김에 찍어버렸는지도...내 시야에서 사라져랏!
철탑이 서있는 곧에 작은 소공원이 있다. 날이 어두워지는건 생각도 못한채 이곳에서 햇님이 사라진 시원한 바람을
만끽하면서 한참을 쉬었다. 저기 우측에 모자가 보이는가....그렇다. 대수산봉을 거진 내려간 공동묘지 근처에서
내가 저 모자와 위에 머리밴드를 놔두고 온 기억이 났다. 날은 이미 많이 어두웠고 그자리에 주저앉아서 저 모자와
저 머리밴드를 가져와야하나 말아야하나 담배 한개피를 피면서 심각하게 고민했다.
공동묘지에 나의 전재산이 들어있는 배낭을 맡기고 뛰듯이 올라가서 모자를 가지고 왔더니 공동묘지는 이미 어두워져
있었고 다행이라 해야할까 별로 무서운 기분은 들지 않았다.
산에 다니던 놈이라 해드랜턴같은건 배낭에 잘도 들어있다. 파란색 화살표는 어둠속에 너무나 쉽게 묻혀버려서
해드랜턴으로 전봇대와 땅바닥을 이리저리 비추며 앞으로 걸어갔다. 하얀색 시멘트 포장도로 외길은 랜턴을끄고
혼자 슬렁슬렁 걸었다. 랜턴을 켜는것보단 희미한 하얀색길을 걸어가는게 더 좋다. 찌는듯한 더위가 사라져서
이 밤길이 나름 더 행복했던거 같다.
야밤이다보니 초원길이나 숲길에선 길 찾기가 상당히 힘들었다. 화살표대로 갔더니 갈아엎은 밭길을 걷고 있질않나
경운기길 을 따라갔더니 길이 사라지질 않나. 이곳에서 여러번 전진과 뺵을 해가며 길을 찾았다.
어두워졌어도 볼껀 다봐야지!! 혼자 랜턴을 끼고 혼인지에 들어왔다. 랜턴을 끼고 설명도 다 읽었고 안쪽에
연못 구경도 다했다. 할건 다했다 ^^;; 나중에 둥지에 머물면서 이곳은 2번이나 더 다녀갔다.
초록색 잔디로 이뿌게 꾸며진 혼인지는 책 한권들고 산책하기에 딱 좋은곳인거 같다. 저 밑으로 굴이 파져있는데
한낮에 저 안에 한번 들어갔다가 조금만 들어가니 금새 어두워져 더 들어가보질 못했다. 랜턴을 가져가는건데라고
아쉬움이 남았었다.
낮에 이곳에 다시 들렀을때는 손에 카메라가 없어서 아름다운 풍경을 잡아내지 못했다. 내 가슴속에만 존재하는
혼인지의 모습. 이 다리는 연못을 빙 둘러서 걸어갈수 있도록 만든 나무 길이다.
야밤에 찍은 혼인지 연못 사진....음 볼 가치도 없다.!!! 혼인지는 꼭 낮에 가보시길 권장합니다.
중간에 그좋았던 둥지 게스트하우스도 지나왔다. 숙박정보도 전혀 알아보지 않고 무작정 떠난 나
나름 고집이 있어서 2코스 종접 표지판을 꼭 봐야만 했던나!!
10시가 넘어서야 온평포구 2코스 종점에 도착했다. 내 배낭에 7일치 식량이 고스란히 들어있는지라 무척이나 더
힘들었던 오늘 하루! 이곳에 도착하니 모든게 귀찬았고 그냥 마음만 뿌듯했던거 같다.
숙박지를 못정하면 여기 정자에서라도 잘려고 했던나 ㅋㅋㅋ 그러나 숙박장소는 정했다.
여기는 온평포구옆에 있는 소라의 성 민박집, 주무시는 할매가 나와서 문을 열어주셨는데 왜 사서 고생을 하냐고
나에게 머라고 하신다. 그 마음씀에 조금의 감동을 맛보았다. 3만원의 방값을 치르고 배낭을 내려놓으니 그냥 쓰러지고
싶은 생각밖에 안났다. 베란다와 바다가 가까워 그곳에서 어두운 바닷가의 파도소리를 들었다.
아무것도 하기 싫었지만 배낭의 짐을 줄여야 한다는 필사의 생각으로 몸을 움직여서 라면을 끓여먹고 햇반을 말았다.
그리고 부산에서 사가지고 온 시원 대병 1병의 내용물을 또 줄였다. ㅋㅋㅋ 난 왜 이렇게 무식한걸까.
걸으면서 걸으면서 왜....내가 소주 대병을 들고 왔을까라고...몇번을 생각했던가 -0-;; 제주도 한라산 소주도
맛있었다는걸!!! 왜 늦게 알았을까.
라면을 해먹고나서 아무렇게나 널부려져있는 나의 짐, 저것들 전부 내 배낭에서 나온것들이다 ^^;;
잠들기전 베란다에서 저 멀리 고깃배들의 불빛을 바라보니 기분이 좋았다.
오늘만 무식한 배낭을 지고 30킬로 이상을 걸었던지라 몸은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저 고기잡이의 불빛과 파도소리에
나의 마음이 녹는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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