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올레 8코스 다섯째날(1/3) - 무조건 떠난 제주 걷기 여행

여행/제주올레트레킹 2009. 7. 5. 12:28 Posted by 스스로 바뀌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코스경로(총 17.6km, 5시간~5시간 30분)

월평포구 - 굿당 산책로 - 마늘밭 입구 - 대포포구 - 시에스호텔 - 배릿내오름 - 돌고래쇼장 - 중문해수욕장 - 하얏트호텔 산책로 - 존모살 해안 - 해병대길 - 색달 하수종말처리장 - 열리 해안길 - 논짓물 - 동난드르 - 말 소낭밭 삼거리 - 하예 해안가 - 대평포구


7코스종점 월평포구에 배신당하고 서둘러 길을 걸었다. 조금 있으면 해가질것이라는 압박감보다는 쉬고 싶다는
간절한 소원때문에 나의 발걸음은 더욱 빨라진듯 했다. 월평포구! 널 잊지 않겠다 잊지 않겠다 잊지 않겠다.
월평포구에 쉴만한곳이 없었지만 나는 버스를 타고 서귀포로 백하거나 중문해수욕장쪽으로 버스를 타거나 하는건
하기 싫었다. 그래서 무식하게 걷는거니 다 따지면 내 탓일지도...

월평포구를 벗어나니 울창한 숲길과 야자수 사이로 작은 소로가 나왔다. 숲길에 들어설때 해가 어느정도는 어두워져
있었고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는 나무가지들이 을씨년스럽게 느껴졌다.

숲길을 벗어나자 아직은 맑은 하늘이 어두워질 채비를 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반가운 도로가 나타났고 주위에 민가들이 몇채 있었나 민박집같은건 찾아볼수 없었다. 휴~  

길게 뻗은 도로가에앉아 한숨을 쉬다보니 먼 발치에서 일몰이 시작되고 있었다. 미련곰탱이 같은게 그래도 걸을려고
부시럭 거리며 일어나서 배낭을 짊어졌다.

힘들고 지쳤지만 너무너무 배가 고팠지만 그래도 일몰을 바라보고 걷노라니 마음은 평온했다.

걷다보니 완전히 어두워져버려서 올레길에서 2번째로 헤드랜턴을 꺼내들었다. 어두워져서도 무슨 똥고집인지
파란화살표는 따라가고 싶어서 그나마 밝은 도로가를 무시하고 어두운 마늘밭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작은 수로도 거치고 어두운 마늘밭사이로 랜턴을 끼고 걸으니 벌레들이 렌턴 주위로 몰려들어서 귀찬았다.
마늘밭이 거의 끝나갈 무렵 어두워진 갯바위에서 낚시를 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조금은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고...

바다해안을 둘러 빠져나오자 횟집이 있었다. 뭔가를 먹고 싶었는데 너무 화려해보이는 횟집이 들어가기 꺼려졌다.

걷다보니 대포포구에 도착할수 있었다. 횟집이 즐비한 이곳은 얼핏보면 화려안 네온싸인이 번쩍이는 시내같은 느낌이
들었으나 횟집만 옹기종기 모여있어 마땅히 밥먹을곳을 찾지 못했다. 중문쪽에서 관광온 사람들이 이곳에서 회를
먹으로 많이 찾는곳인듯 여러대의 봉고차량이 횟집을 수업이 들락날락 거렸다. 배가 고파서 더 이상 걸을 힘이 없었기에
대포포구 근처를 기웃거리며 밥먹을곳을 찾다가 그냥 횟집에 들어갔다.
밥으로 먹을거라곤 해물뚝배기밖에 안보였고 소주 한병 시켜서 반주삼아 홀짝거리며 주린배를 채웠다.
혹시나 싶어서 아주머니에게 근처에 민박할곳이 있냐고 여쭈어보자 근처에 잘곳이 있다고 한다. 순간 눈이 반짝거렸으
나 가격이 5만원...쳇! 아주머니는 이근처는 중문관광단지라 이정도면 싼거라고 말을 쉽게 하신다. 그말 한마디가
웬지 섭했다. 5만원 쉽게 쓸꺼면 이렇게 무거운 배낭을들지도 이렇게 야밤에 걷지도 않았다구요!!
그래도 굶주린 배는 채웠으니 걸을 힘이 생겼다.

여기는 대포포구..많이 어두워서 완전 흔들린 사진이지만...포구 맞은편으로 횟집이 나란히 들어서있다.

어두웠으나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열심히 해물뚝배기의 힘으로 중문 관광단지근처쯤에서  7천원짜리 찜질방을 찾았다.
저녁 11시가 거의 넘은 시각. 완전피곤했고 내 배낭은 찜질방 사물함에 들어가지가 않는다. ㅠㅠ
귀찬았지만 배낭을 다 풀어서 사물함 2군데에 나누어 짐을 분산시켜 보관했다. 뜨거운물에 샤워를 하고나니
졸음이 몰려온다. 윗층 찜질방으로 올라가니 그곳에서 자는 사람은 오직 나 혼자뿐 -0-;; 찜질방이 어두워서
헤메이는중 주인 아주머니랑 마주쳐서 서로 놀라 버렸다. 주말에는 사람이 북적거리지만 평일에는 원래 자는사람이
없다고 하신다. 드넓은 찜질방 바닥을 벗삼아 벌러덩 누워 3초만에 잠든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