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올레 7코스 다섯째날 (2/2) - 무작정 떠난 제주 걷기 여행

여행/제주올레트레킹 2009. 7. 4. 23:48 Posted by 스스로 바뀌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확연히 보이는 날씨의 차이... 나는 구름속을 걷고 싶었다.

서건도 바다 산책길에 접어들었다. 빨간색 아스팔트길은 뜨거웠고 한발한발 내딛을때마다 쿠션없는 저길은
나의 발바닥을 뜨거움으로 반겨주었다. 올레길을 걸으면서 맑은 날씨의 아스팔트길은 최대의 적이다.
발이 아파서 못 걸으면 억울하지나 않은데 발바닥이 뜨거워서 걸음이 늦어지면 웬지 억울한 느낌이랄까...
그래도 이렇게 사진으로 바라보니 멋진 풍경을 지나왔구나라고 회상된다.

화산에 의해 생성된 암석들이라 그런지 바위 입구를 파먹은 바위들을 심심찬게 볼수 있다.
저 바위를 볼때마다 저기에 침낭을 펴고 누우면 자연친화적 텐트가 아닐까라고 혼자 헛생각을 해보며 피식 웃는다.

하루에 2번 기적이 일어난다는 썩은섬이다. 섬의 토질이 죽어 있어서 그렇게 불리웠다고 한다.
이 썩은섬은 하루에 2번 기적이 일어나는데 간조때마다 뭍에서 섬으로 걸어들어갈수 있다. 내가 지나칠때는 마침
간조시간이라서 충분히 걸어들어갈만큼의 돌길이 보였다.

표정이 조금 풀린듯하게 보이는 이유는 썩은섬 옆으로 흐르는 시원한 내천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해안산책로에서
쌓여왔던 발바닥의 뜨거움을 해소하기 위하여 땡볕인데도 불구하고 배낭을 내리고 신발을 벗고 저 징검다리에
털썩 앉아 허벅지까지 발을 담구고 한참동안 물장구를 쳤다. 너무 기분좋다.
시간가는줄 모르고 내천에서 놀다가 다시 양말을 신고 등산화를 신었을때의 끔찍함이란...해본사람만이 아는것!!
그나마 피로를 풀었다고 나의 발걸음은 한결 가벼워 졌다.


썩은섬을 살짝 지나자 해안가 근처에 자리 잡은 큰 바위를 향해 파도가 사정없이 몰아치고 있다.
거친파도가 바위에 부딛쳐 흩뿌려지는 풍경은 정말 멋있었고 서로 누가 이기나 한번 해보자라는 식으로 자존심
대결을 펼치는듯 하기도 보였다.

이 안내판을 보았을때는 다리가 어딧지? 어딨는거야라며 주위를 두리번 거려봤지만 다리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둘러가기도 싫었기때문에 일단 길이 없을거 같은 해안가를 따라 전진하기 시작했다.

나의 취미인 뒤돌아보기 샷, 근처 숲속의 나무잎들이 해안가에 쌓여 푹신한 침대를 밟는 느낌을 선사한다.

해안길이 없어질무렵 큰바위를 살짝돌아오니 아까 보았던 안내판의 다리가 보였다. 잉? 좀 많이 실망했다면
나만의 착각이였나? 만조시는 건너지 말라고 했지만 이미 만조가 시작되고 있었고 파도는 점점 거세지고 있었으며
바위를 돌아 나온 내가 서 있는곳에는 조금만 지나면 내가 서있을곳도 파도에게 잠식 당할거 같았다.
정말 보기에는 너무 엉성하고 허접해서 별로 건너고 싶은 맘이 안들었지만 돌아 가는게 나는 더 싫었다.
파도가 점점 거칠어져 다리는 출렁이기 시작했으며 파도만 뚫어지게 보면서 기회를 엿보아 후다닥~~ 달렸다.
성공? 이라고 생각되는 순간 파도가 일렁이며 다리하나가 물에 빠졌고 엎어질려는 순간 건너편 바위에 손이 닿아
물에 빠진 생쥐꼴을 겨우 면할수 있었다. 그래도...이 뿌듯함은 모다냐 ^^;;

신발 하나가 물에 젖어서 악근천을 바라보며 잠시 쉬며 젖은 신발을 벗고 새 양말을 갈아신었다.
내가 건너온 다리는 점점더 출렁거리고 있다.

악근천도 제법 깊이가 있어보였고  외로이 테우가 떠있었다. 파도가 몰아칠때마다 잔잔하던 악근천의 물살은 출렁이기
시작한다.

악근천 상류쪽으로 떠있는 나무다리. 아마 이곳이 아까 위회하라는 그 다리인가 보다.

내가 휴식을 취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내가 다리를 건너기 위해 눈치를 살피던 그곳은 이미 파도에게 잠식을
당했으며 내가 목숨걸고? 건너온 다리는 파도에 이리저리 휩쓸리며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다.
괜히 또 한번 뿌듯함을 느꼈다.

하늘이 정말 맑다.

축축한 다리를 이끌고 들어선곳은 풍림리조트로 이어진 길이다. 깔끔한 잔디밭이 이뻣으며 올레꾼을 위한?
앙증맞은 표지판이 귀여워 보였다. 아까 컵라면을 먹은지라 배가 그리 고프지 않아서 그냥 지나쳤는데
이곳에서 더 든든히 뭔가를 먹었어야 했다고 후회할줄은 꿈에도 몰랐다.

마을을 통과하며 생각없이 걷고있는데 나의 그림자가 길쭉하게 포장도로에 누워 있는게 보였다.
이런걸 그냥 보고 넘기기엔 내 성격은 너무 소심하다. 바로 카메라를 꺼냈다.

강정포구에 도착했다. 포구라고 하지만 무척이나 조용한곳이였고 지는해를 등지고 생겨난 담벼락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걸음을 재촉했다.

강정포구를 지나 걷다보니 갈대밭이 바다와 어우러져 있었다.

햇님이 마지막 필살기로 강렬한 의지를 남기려는 듯 나를 향해 두눈 부릅뜨고 쳐다보신다. 아!! 덥다니까!

곧 아담한 포구에 도착했다. 그리고 앉을곳이 있어서 이곳에 배낭을 내려놓고 잠시 쉬었다. 월평포구는 다온거 같은데
왜 안보이지 이런 생각을 하며 시원한 바람을 즐기다가 낚시를 준비하는 가족이 보여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는데
바로 아래에 어디서 많이 본듯한 파란간판이 보인다....서...설마.....

카메라 줌을 해서 찍었다...설마가 아니라 이곳이 월평포구였다. 고무보트 달랑 2대 떠있는데 이게 말이되??
오늘 나의 목적지는 분명 월평포구였다. 그리고 포구 근처에는 분명 민박집이 있었다. 배도 고팟고 오늘은 일찍
쉬고도 싶었는데...주위를 둘러보니 민박집 그림자도 안보인다. 아뿔사...

그래도 기념사진은 남기고...
지금 시간은 오후 6시 30분.....에라이...월평 포구란걸 안순간 주위를 한번 둘러본 순간 여기서 오래 쉬어선 안된다는
생각이 벌컥 들었다. 바로 배낭을 메고 허탈한 기분을 뒤로 한채 파란 화살표를 쫒았다.
곧곧...내가 쉴만한곳이 나올꺼야....곧 밥먹을곳이 있을꺼야...라고 되뇌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