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올레 6코스 넷째날 (1/2) - 무작정 떠난 제주 걷기 여행

여행/제주올레트레킹 2009. 7. 4. 20:04 Posted by 스스로 바뀌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코스 경로(총 14.4km, 4시간30분~5시간)

쇠소깍 - 소금막 - 제지기오름 - 보목항구 - 구두미포구 - 서귀포 보목하수처리장 - 서귀포KAL호텔 - 파라다이스호텔 - 소정방폭포/소라의 성 - 서귀포초등학교 - 이중섭 화백 거주지 - 솔동산 사거리 - 천지연 기정길 - 천지연폭포 생태공원 - 남성리 마을회관 앞 공원 - 남성리 삼거리 - 삼매봉 - 외돌개 찻집 솔빛바다


쇠소깍을 뒤로하고 다시 6코스로 접어들었다. 걸으면 걸을수록 나의 두 다리는 오랜 걸음걸이에 적응하는듯 했다.
쇠소깍은 관광지인지라 다른 코스보다 사람들이 많았고 연인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걸을때는 안보였던 올레꾼들도
근처 슈퍼에서 앉아 휴식을 취하는 모습을 간간히 볼수 있었다. 아...올레꾼들이 있긴 있었구나

소금막 근처 오르막길쯤 저 멀리 어린 강아지들이 보였다. 너무 귀여워서 가까이 다가갈려고 했으나 어미인듯한놈이
인상을 쓰면서 나를 경계한다. 내가 강아지를 쳐다보는 순간순간 한치도 방심하지 않으면서 나를 제대로 노려본다.
무섭다! 멀리서 카메라줌을 당겨서 어린 강아지을 보다가 어미가 무서워서 발걸음을 돌렸다. 에~라~이 똥이 무서워서
피하냐!

걷는길 우측으로 야자수 밀링지대가 나타났다. 솔직히 저것들이 야자수인지도 잘 모른다...맞을려나?

바당길을 걷다보면 간간히 낚시하시는분들의 모습이 눈에 밟힌다. 나도 낚시 좋아하는데...

제지기 오름길 가까운듯하면서도 조금은 먼거 같은 느낌의 오름이다. 오름의 길목 사이로 수풀이 많이 우거져 있어
다른곳보다 더욱 풀내음이 진한듯하다. 오늘역시 날씨가 더워서 흐르는 땀방울을 닦아대며 열심히 올랐다.
내리막길은 천천히 걷는편인데 오르막길은 웬만하면 쉬기가 싫다. 한번 쉬었다하면 올라가기가 더 힘들다.

제지기 오름의 정상에서 한컷, 몇일동안 수염을 안깍았더니 더 늙어보인다. 수염관리좀 해야하나 ^^;;

제지기 오름에서 보니 서귀포쪽이 휜히 내려다 보이는듯 했다. 제지기 오름길은 오래 걸리지 않았으나
오름에서 본 풍경은 그 시간보다 더욱 값진 풍경을 연출해 준다.

제지기 오름에서 한눈에 보이는 보목항의 모습이다 저기 보이는 섬이 섶섬인듯 싶다.

오름의 정상부에 몇몇 운동기구가 눈에 들어온다. 우측에 앉아 계시는분이 이동일 교수님

아담한 위치에 의자가 이쁘게 놓아져 있다. 여기에 사시는 아주머니들이 저곳에서 이야기도 나누며 먹거리도 나누어
먹다가 방금 내려 가셨다.

제지기 오름에서 만난 이동일 교수님. 정장차림으로 멀리서 나보다 먼저 오름을 오르시는걸 보았다.
간단한 인사말을 나누다가 물한잔 권하게 되었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된게 게기가 되어서 교수님댁에서
하룻밤을 신세지게 되었다. 교수님은 여러 직함을 가지고 계셨는데 나사렛 종합건설 대표이사 셨으며
교회에서는 장로님이였고 학교에서는 음대 지휘과 교수님이셨다.
교수님댁에서 샤워를 하고 지휘과 수업이 있어 얼떨결에 지휘수업도 2시간이나 참관하게 되었다.
학생들이 음악을 틀어놓고 지휘를 하고 있었고 교수님은 중간중간에 알토 놓쳤잔아!! 허리더펴고!! 추상같이 학생들을
꾸짖으셨다. 다른 수업이였다면 2시간이나 참관했었기에 대충 이해라도 할수 있었겠지만 대화의 방식이 완전히
틀린지라 수업의 내용은 전혀 파악할수 없었다. 그러나 좋은 경험이였다. 내가 이런걸 언제 볼수 있겠니!
수업이 끝나고 교수님이 사주시는 감자탕을 맛있게 먹었다.
교수님과 대화할 시간이 많아서 교수님의 여러 경험담을 새겨 들을수 있었고, 남들앞에서는 잘 하지못했던
나의 삶에 대한이야기를 스스럼없이 털어놓고 대화를 나누는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교수님이 강조하셨던 인연이라는 끈과 환경에 따라 사람이 바뀐다는 말씀은 아직도 가슴속에 새기고 있다.
다음날 새벽녁에 일어나 설겆이를 마치고 교수님이 일어날때까지 기다렸다가 나갈려고 했는데
직접 밥을 해보지도 못하신분이 그냥 보낼수 없다며 아침을 지어보신다. 나도 고맙고 미안한 마음에 같이 거들어
냉장고에 있는 반찬과 아침부터 만두를 구워 교수님과 즐거운 아침식사를 했다.
교수님은 누가 밥을 차려주지 않으면 굶는 성격이라고 하셨는데 이렇게 남자들끼리 밥을 준비하는것도 재미있네라며
웃음을 보이신다. 교수님 집을 떠나기전 교수님과 축억의 사진한장을 찍고 집을 나섰다.
교수님 고맙습니다. 베풀어주신 친절 저도 누군가에 베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