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올레 4코스 셋째날 - 무작정 떠난 제주 걷기 여행

여행/제주올레트레킹 2009. 7. 4. 00:55 Posted by 스스로 바뀌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코스 경로(총 23km, 6~7시간)

표선 당케포구 잔디광장 - 방애동산 - 해비치 호텔&리조트 앞 - 갯늪 - 거우개 - 흰동산 - 가마리개 - 가마리 해녀올레 - 멀개 - 가는개 - 토산 바다산책로 - 토산새동네 - 망오름 - 거슨새미 - 영천사(노단새미) - 송천 삼석교 - 태흥 2리 해안도로 - 햇살좋은 쉼터 - 남원 해안길 - 남원포구


전날 형님과 약간의 과음을 했지만 그래도 아침밥까지 든든히 챙겨먹은지라 속은 괜찬았다.
형님을 보내고 표선해수욕장 화장실근처에 깔린 파란 타일들이 이뻐서 한컷 찍어보고 갈길을 서둘렀다.

처음부터 아스팔트 옆길을 따라가다보니 여러사람이 하나씩 쌓은듯한 돌탑들이 무리지어 나왔다.

저 멀리 해널들이 물질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그속으로 뛰어들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늘은 아직도 맑았고 뜨거운 햇살이 달군 아스팔트위는 단지 뜨겁기만 했기때문에...


지겹게 봐온 현무암 사이로 나의 길잡이 파란 화살표님이 간간히 나와 주신다.
나의 이번 제주 여행은 이 화살표님만 믿고 온건지도 모르겠다.

푸른 잔디밭위에 나란히 서있는 의자, 이 뜨거운 햇살에 저기에 감히 앉을 생각이 안났다. 그늘그늘!! 그늘을 달라!
도로 한켠을 걷다가 내 걸음에 놀란 작은 뱀 두마리가 걸음아 날살려하고 도망갔다. 니가 놀랬냐!! 내가 놀랐지!!

끝없이 펼쳐진 도로와 맑디맑은 하늘은 나의 발걸음을 애써 잡아 느춘다. 뱀을 만나고 나서 도로옆의 흙길을 잠시 포기
하고 뜨거운 도로와 나의 두발은 마주보며 뜨겁다고 아우성이다. 걷던중에 약간의 그늘과 의자가 나타났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서 잠시 쉬어가긴 그만인 자리 그곳엔 어떤 아줌마가 먼저 앉아 있었다.
더워 보이는데 물 한병 들고 있지않은 분!! 물을 많이 마시는편이라 물은 넉넉하여 물좀 드실래요라고 권해보았다.
괜찬아요라고 말하는순간 얼굴을 봤는데 -0-;; 나의 실수 아줌마가 아니였다. 조금 미안한 생각도 들고 거절하시니
뻘쭘하기도 하고 물을 거두는 순간 그 누나가 경상도세요? 라고 물어본다.그게 인연이 되어 옥이 누나와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고 성게 칼국수에 소주2병을 마시고 술기운에 열심히 걸었다.

옥이누나와 소주2병을 마시고 열심히 걷던중 술기운이 다 빠진 어느지점...잠시 시원한걸 찾는다는것이 병맥주 4병으로
다시 노가리신공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아까 소주와 맥주를 합치면 같이 이야기한다고 3시간은 보내버렸다.
마땅히 안주가 없어서 내 배낭에 들어있던 육포를 꺼내고 만족스런 맥주와 안주가 되었다.

망오름 입구에서 누나는 뒤도 안돌아보고 열심히 걷는중이고 나는 혼자 사진도 찍으며 열심히 뒤를 쫒았다.
내 배낭을 잠시 들어주겠다고 했으면서 자신없다고하며 3시간 노가리 깟으니 이제 진도를 빼자고 열심히 걸으신다.
배산자!! 아 따라가기 힘들다. 내 배낭좀!!

4코스의 힘든점은 태반이 포장도로라는점. 누나의 이야기를 들으니 4코스는 올레꾼에게 마의 4코스로 악명이 높다고
한다. 그래서 올레꾼들은 4코스는 제껴두고 마지막에 하는경우도 많다고 했다. 발바닥이 하도 뜨거워서 종착점인
남원포그 2KM정도를 남기고!! 누나!! 마지막으로 한번만 쉬어요라고 말했다. 누나가 마지막막으로 쉬어요라는말이
우습단다. 조금씩 해가 저물무렵 저 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했다.

3시간 노가리신공의 결과로 남원포구에 도착하니 저녁 8시쯤이 되었다. 누나와 종착지에서 한잔하기로 했지만
시간이 늦어서 남원포구에서 헤어졌다. 대신에 올레가 끝나면 2코스 둥지황토마을에서 몇일쉬다 가라고 한다.
좋은곳이고 맘에 들거라며

누나를 보내고 남원포구 근처 분식집에서 정식으로 기분좋은 저녁을 먹고 포구 바로 앞 아담한 민박집에서
꿈나라로 날아갔다. 술기운에 4코스를 걸은듯한 느낌이다. 포장도로가 태반이라 무척이나 힘들었던 코스였으며
와와!! 하며 크게 기뻐할 풍경조차 없는코스여서 더욱 힘들게 느껴졌던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