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올레 3코스(1/2) 둘째날 - 무작정 떠난 제주 걷기 여행

여행/제주올레트레킹 2009. 7. 3. 23:44 Posted by 스스로 바뀌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코스 경로(총 22km, 6~7시간)

온평포구 - 온평도댓불(옛날등대) - 중산간올레 - 난산리 - 통오름 - 독자봉 - 삼달리 - 김영갑갤러리 두모악 - 신풍리 - 신풍,신천 바다목장올레 - 신천리 마을올레 - 하천리 배고픈다리 - 표선1,2백사장 - 당케포구


온평포구에 늦게 도착해서 몸과 마음이 피곤했는데도 새벽 5시가 넘으니 일어나졌다.
조금 더 자고 싶었는데 일어났으니 어쩌랴.... 베란다쪽으로 보니 해가 뜨고 있었다. 온평포구쪽은 지도상으로 분명
동쪽인 것이다. 잠도 덜깬 눈으로 카메라부터 찾아서 온평포구의 일출 사진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소라의성 민박집은 말이 민박이지 도시의 여관과 비슷한 시설을 갖추고 있고 가격도 마찬가지! 하지만 바다와
무척 가깝다는게 하나의 장점이다. 일출사진을 찍는다고 시간을 허비했지만 열심히 밥을하고 반찬을 꺼내어
든든하게 굼주린 배를 채우고 또 다시 짊어지기 싫은 배낭을 울러메고 길을 나섰다.

죽을듯 피곤해도 아침만 되면 원상복구되는 내 몸이 가끔 원망 스럽다. 어제 죽을거 같은 인상은 어디팔아 치웠냐!

비닐하우스에서 새벽부터 일을 하시다가 쉬고 계시는 동네 아저씨에서서 제주 쌀막걸리를 거의 한병이나 얻어먹었다.
초상권을 위해 얼굴이 안나온 사진으로^^ 얻어먹은게 미안해서 안주거리 하시라고 어제 산 오징어 한마리를 건네드리
고 나는 갈길을 다시 재촉했다.

복병이 나타났다. 안그래도22KM에 달하는 3코스가 하천공사로 인해 우회를 해야된다고 한다. 공사를 하든말던
살포시 지나갈까 고민끝에 우회로를 선택했다. 대략 감으로 따져도 3KM는 넘게 늘어날거 같다.
아 싫어 싫어 ㅠㅠ

3코스는 흙길보다는 포장도로가 더욱 많은 길이다. 이 죽일놈의 날씨는 흐려질 기미가 안보이고 포장도로의 열기는
고스란히 내 발밑으로 전해져와 한걸음 한걸을을 옮길때마다 발바닥이 아팠다?가 아니라 뜨거웠다.

올레길은 이처럼 그늘진곳이 생각보다 많지 않아서 날씨가 맑은 오늘같은 날은 이런 그늘이 반가운 손님을 맞은거
같은 기분이다.

올레길 곧곧에 있는 감귤밭은 왜 제주도가 감귤이 유명한지 암묵적으로 말해주는듯 하다. 겨울쯤 주황색깔 귤들이
주렁주렁 메달렸을때 올레길을 걸으며 한개씩 훔쳐 먹으면 얼마나 맛있을까.

배가 한참이나 고플때 저런 알림판을 보았다.전화를 하고 싶은 충동을 꾹꾹! 눌르고 애써 무시한다.
밥먹으로 갔다가 차타고간 그길을 다시 걸어갈려면 내 성격에 얼마나 짜증날까!! 외로워도 슬퍼도 배가고파 쓰러져도
조금만 참아보자 그러면 식당이 나올꺼야! 나를 위로해본다.

저 멀리 풍력발전기가 돌아가고 있다. 저길을 지나갈까 생각해봤지만 올레길은 풍차와는 먼 방향으로 자꾸만 나를
오라고 한다.


가끔 이런 저질문들이 있어서 제법 큰 배낭을 맨 나에겐 한숨이 절로 나오게 만든다. 곁에 사람이라도 있으면
도움을 받겠지만... 올레꾼들은 다 어디로???

통오름 정상에 올랐다. 표지판이 훼손되어 있어서 절로 인상을 찌프리게 했다. 올레꾼은 아닐거라고
아니 사람이 한짓이 아니라 말들과 거친 바람때문이라고 생각을 돌렸다.

통오름에서 저푸른 초원에 경치에 만취되어 누워 있는데 어디선가 말들이 나타났다. 분명히 없었는데
누웠다가 무슨 소리가 들려 일어나보니 내 주변에 온통 말들뿐이다. 기분이 얼떨떨하다. 말들도 내 눈치를 보면서
처음엔 멀리서 조금씩 가까이로 가까이로 풀을 뜯으로 곁에 온다. 순해보여서 만져보고도 싶었지만
뒷발에 채일까봐 참았다.

통오름을 내려서자 길가에 산딸기가 가득 열려있다. 애써 무시해보려 했지만 먹고 싶은걸 어쩌라고!
열심히 땃지만 내 손에 쥐어진 양은 절망적이다. 한마디로 노력한 댓가가 너무 적었다.
더 따서 포식할려는 생각은 접고 한우꿈 손에쥔 산딸기를 한번에 입속으로 털어넣었다. 많이 달진 않았지만
먹을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