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거도에서 3일째 (1/2)

여행/그섬에가다 2009. 10. 13. 17:31 Posted by 스스로 바뀌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10월 13일 가거도에서 3일째

오늘도 할아버지는 새벽부터 낚시배를 타실려고 분주하시다. 나는 독실산에 혼자가기 때문에 조금 늦장을 부릴려고
했는데 어쩌다보니 새벽 5시 30분에 할아버지와 아침을 먹었다. 할아버지는 배를타러 나가시고 나는 설겆이도하고
등산가서 먹을려고 간단하게 도시락도 쌋다. 도시락이라고 해봐야 맨밥에 파래자판을 썩어서 한쪽에 김치몇조각을
넣은게 다이다. 다시 잠을살려고하다가 실패하고 7시가 넘어서 등산을 시작했다.
할아버지집 뒤로 등산로가 이어져 있었다. 산아래는 바람때문인지 갈대들만 바다를 바라보며 펼쳐진다.
본격적으로 등산로로 들어서자 울창한숲길로 들어섰다. 들어서는순간 제법 울창하다는것과 무언가 썰렁한 느낌.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아서 그런지 낙엽이 떨어진 울창한산에는 자칫 잘못하면 길을 잃어버리기 쉽상일거 같았다.
걷다보니 독실산과 조망대로 나누어지는 갈림길이 나왔다. 할아버지께 설명을 들은거 같기는한데 조망대하니
조망이 좋을거 같다는 생각에 조망대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한참 가다보니 사람하나 지나기도 힘든 길이 이어지고
빼곡히 들어선 나무들을 헤치고 올라가보니 경치가 탁트인 암벽이 나왔다. 바위에 살짝 걸텨 앉아 있으니 경치는
정말 좋았으나 발한번 헛디디면 그대로 추락할거같은 그런 위치다. 조망대에서 독실산으로 다시 길이 이어져있을줄
알았는데 길은없다. 그렇다고 다시 내려가자니 귀찬다. 저기 앞쪽에 여기보다 조금높은 작은 바위봉우리가 보였다.
길은 없었으나 혼자 용을쓰며 올라가보니 여기또한 경치가 멋지긴한데 바위벽을 붙잡고 겨우겨우 올라왔더니
내려갈길이 거의 벼랑처럼보인다. 왜 올라왔을까? 살짝 걱정이 들었다. 여기까지 왔으니 정말 뒤로 돌아가긴 싫었다.
그곳 바위 봉우리에서 먼산쪽을 바라보니 한쪽이 좀 높아보이는곳이 보인다. 시간도 많고 비상식량도 많고 도시락도
있고 그냥 모험을 하기로 했다. 올라온쪽과 반대방향의 바위를 타고 산허리로 내려갔다.
여기서 부터는 등산로를 벗어나느걸 알았지만 그냥 좀 위험하지만 그렇게 결정했으니 나의 감을믿고 야산을 걷기
시직했다. 조금 쉽지 않았지만 아무도 없는곳에서 낙엽을 쉬엄쉬엄 밟으며 야산에서 1시간 30분정도를 헤매었다.
쉬운길 놔두고 헤매일 작정을 한거라 그런지 잃어버린 그 길은 별로 무섭지도 않았고 조용하니 기분이 좋았다.
길이없다보니 산허리를 둘러서 여기쯤에서 치고 올라가면 그봉우리쯤 되겠다 싶어서 쭉 올라갔더니 독실산 정상부근의
포장도로로 쑥~ 튀어나왔다. 길이없는곳으로 풀숲을 헤쳐서 그런지 도둑가시 같은것들 내몸 구석구석에 붙었다.
도로에 퍼질러 앉아 도둑가시를 다 뗴어내고나서 조금만 올라가니 전경초소가 나왔고 그곳입구에서 허락을 받고
정상까지 올랐다. 아까 조망대에서 멋진 풍경들을 구경했기때문에 독실산 정상에서도 당연히 그런풍경을 바랬건만
나의 바램은 무참히도 깨어졌다. 나무들에가려 풍경이라곤 정상이라고 표시된 비석하나밖에 없었다. 너무 아쉽다.



할아버지집을 등지도 산쪽으로 조금 걸으면 폐가들이 줄지어 보이고 그 사이길로 산쪽으로 독실산 입구를 알리는
리본이 매달려 있다.


산의 초입부는 탁트인 풍경속에 갈대들만 하늘하늘 거린다. 오르막을 걷다가 한번만 등을 돌리면 이런풍경이
펼쳐진다. 첫날에 올라가보았던 봉우리들 그리고 폐교 2구마을 하눈에 들어온다.



2구 마을에서 독실산으로 오르는 등산로의 묘미는 바다와 어우러진 멋진 갈대를 꼽을수 있을거같다.



걷다가 잠시 등을돌려 카메라 줌을 이용해서 반대편 봉우리를 찍었다. 민둥산에 폐교가 한눈에 들어온다.
저 폐교는 전에 말했지만 극락도 살인사건의 그 학교다. 저위치에 정말 학교를 이쁘게 지어놓으면 얼마나 이쁠까.  



나무들이 없는 갈대길을 올라 본격적으로 나무들이 우거진 등산로에 접어들었다. 목포여객터미널에서 뱃길로 4시간
거리에 있지만 이곳 독실산을 찾으신분들이 많은듯 많은 산악회의 리본들이 본격적인 등산길을 알려주는듯했다.



할아버지가 내가 혼자가는게 무척 걱정스러워했던 그 이유가 눈앞에 나타났다. 오늘은 날씨도 맑고 한낮이었지만
본격적인 등산로로 접어들자 울창한 나무들 때문에 빛들조차 잘 들어오지 않는다. 난데없이 대낮에 카메라 플래쉬가
터지는 바람에 사진은 더 음침하게 나왔지만 크게 과장된 사진은 아니다. 웬만한 사람들은 혼자 걱기가 좀 찜찜한
그런 등산로인거 같다. 익숙하지 않다는건 그만큼 사람의 발길이 많이 닿지 않았다는 증거겠지.


독실산과 조망대의 갈림길에서 조망대로 올라와보니 한순간 멋진 경치가 한꺼번에 몰려들었다.
발한번 잘못 디디면 추락할거같은 약간은 불안한 위치지만 바람은 무척이나 시원하고 풍경은 끝이 없다.
그러나 그 위치에 마음편히 쉬기는 발디딤이 좀 불안해서 오래있진 못했다.

이곳 조망대에서 2구를 한눈에 담아보니 누구라도 같은 생각을 할것이다. 앗!!! 우리나라 북쪽이 여기엣~!!!





길이없는 바위을 애써타고 올라오니 사람 2명정도 앉을 정도의 바위꼭대기에 앉을수 있었다. 바위사이에 흙도
별로없는 꽃들이 자라고 있었다. 이곳에 한참동안 있으며 물도 마시고 경치도 바라보며 멍하니 있었다.
어렵게 올라왔으나 내려갈려니 올라온길이 벼랑같기도하고 잠시 멍하니 있다가 열심히 내려갈 다른길을 찾았다.


바위봉우리에서 겨우 내려와 산허리로 내려서자 이런길들의 연속이다. 사진으로보면 등산로처럼 보이지만
이길은 등산로가 아닌 야산이다. 그리고 등산로역시 이런식이다. 조심하고 조심해도 정말 길을 잃기가 쉬울거 같았다.
이건 독실산의 조금 무서운 부분(등산로가 명확하지않다)이라 할수 있겠다.
나는 겁없이 혼자 이길을 고의로 잃으면서 갔지만 혹시나 독실산에 가실분들은 웬만하면 혼자 등산을 하지말길
권하고 싶다. 등산로중에도 전화기 안테나가 잘서지않았으며 내가 길을 잃은 시간동안의 대부분은 휴대폰은
터지지않았다. 나중에 할아버지께 들었지만 이곳에서 길을잃어 다음날 내려오거나 조난당하는일이 꽤나 많다고한다.



꿈을안고 찾았던 독실산의 정상에는 639m의 저 비석만 덩그라니 있었고 주변풍경은 나무들때문에 볼수가 없었다.
저 비석옆엔 전경들 통신초소가 바짝붙어있다.

정말 허망한 정상이었지만 어쩔수없지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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