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거도에서 3일째 (2/2)

여행/그섬에가다 2009. 10. 13. 00:41 Posted by 스스로 바뀌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10월 13일 가거도에서 3일째

독실산 정상에서 허망함을 떨쳐버리고 전경분한테 길을물어 등대코스로 방향을 돌렸다. 등대까지 정말 가까운줄
알았는데 가도가도 등대는 나오지 않았고 걸어도 걸어도 사람한명보기힘들다. 정말 드럽게 멀다. 2구마을에서
등대까지 4~5시간은 걸은거 같았다 어쩌면 조금더 가까운 거리일지는 모르겠다 내가 길을 조금 헤맸으니..
혼자라서 그런지 멀기만한 등대지만 발걸음은 나도모르게 조금씩 빨라진다. 그러나 등대까지는 사람들이 길을
잃을까봐 그런지 나무에 하얀폐인트를 칠해놓아 보기에는 흉했지만 최소한 길을 잃지 않을거 같았다.
나무숲을 헤치고헤치고 대나무밭이 나오면서 경치가 갑자기 확 트였다. 저기앞쪽에 하얀 등대가 보인다.
등대가 보이는 그 풍경은 황홀했다. 어둡고 칙칙한 등산로를 겨우 벗어나서 그 트인 풍경이 무척 반가웠나보다.
등대뒷쪽에는 이쁜 조립식집이 몇동있고 앞마당엔 잔디가 깔려있었는데 그풍경은 내가 어느 펜션에 왔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곳은 등대관리인집들인거 같았다 저집하나 정말 갖고 싶었다. 등대에 도착해서 할아버지께
전화를 드리니 낚시배가 조금있다 그쪽으로가니 등대아래 선창에서 기다리고 있으라고 한다. 배로 픽업을 해주신다고
하신다. 여기서 다시 2구까지 우찌가야하나 조금 막막했는데 오호~~재수!
등대를 구경하고 등대에서 잔디를 깍는 아저씨께물어 선창으로 내려갔다. 조금있으니 할아버지가 탄배가 앞으로
스윽~ 지나가신다~ 저 데리고 가셔야죠~ 손을 흔들었으나 그냥 매정하게 지나가신다. 혹시나 못봐서 그냥
떨궈놓고 가시나싶어서 전화를 해보았더니 저쪽에서 낚시좀 하다가 가는길에 데리고 가신단다. 휴~ 놀랬다 ㅋ
선창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싸온 도시락을 먹었다. 산에서 이리저리 헤매인 충격이 도시락에 그대로 전달된건지
완전히 개밥이 되어 있었지만 바다를 바라보며 정말 맛있게 멋었다. 밥을먹고 선창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며 시간을
때우다보니 할아버지께서 데릴러 오셨다. 그 작은 선창에 배를 잠시 밀어붙이는동안 배에 승선을하고 등대야 안녕~
2구마을로 배타고 귀가했다. 할아버지는 낚시꾼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시느라 선장님집에 계셨고
나는 집에 혼자들어와 빨래도하고 "그섬에내가있었네"라는 책을보며 시간을 보냈다. 한참이 지나도 안오셨는데
낚시꾼 몇명하고 집으로 오셔서 소주안주 찾으시길래 내가 김치찌개를 끓여드렸다. 소주를 한잔하시곤 다시
내려가셨는데 7시가 다되어도 오실생각은 안하신다. 할아버지~ 저 배고파요~~



독실산에서 등대방향으로 가는길은 제법 그럴듯한 표지판이 군데군데 심어져 있다. 그러나 독실산의 표지판은
그렇게 완벽하지않고 이렇듯 버젓하게 서있는 표지판이 그렇게 많지않다. 즐겨찾는 등산로처럼 등대까지 몇KM인지
그런건 바라지도 마시길... 나는 그래서 가까운줄 착각했었는데 충분히 멀었다.



등대가는길엔 좀 애매한 등산로엔 이렇게 나무에 하얀색 폐인트가 칠해져있다. 보기엔 좀 흉하지만 폐인트칠을보니
웬지 좀 안심되는 기분이다. 이 등산로를 보시라~ 하얀 폐인트가 없다면 내가 아까 헤매던 그 야산이란 무엇이 틀린가..



한참을가다보니 탁 틍인곳에 보란듯이 등대가는길이라고 써져있다. 이제 다왔군 이라고 생각했으나 이것도 착각 ㅋㅋ
그냥 이곳에선 예상을 하지말고 그냥 걸어야지 힘이라도 덜빠지는가 싶었다. 등산로에는 햇빛이 거의들지 않는데
그냥 이곳에 비치는 그 햇살이 따뜻하고 좋았다.



좀 컨츄리하지만 이런 표지판도 이곳에선 나름 반갑다는 사실!



울창한 숲을 하염없이 지나다가 갑자기 난데없는 대나무숲이 나왔다 그리고...대나무숲을 벗어나자 저것이 등대!!!
라고 누구나 느낄수있는 그 풍경이 나타났다. 이곳엔 등대도 있고 잔디가 있는 앞마당의 집들도 있지만 이곳까진
걸어오거나 배타고 오거나 헬기타고 오거나... 그방법뿐인데 잘도 이렇게 이쁘게 꾸며놓았다. 등대아래 내가
픽업 당했던 그 선창도 말이 선창이지 배가 함부로 접근하기 어려운곳이다.



등대에 가까이 다가가니 생각보다 아주 귀여운 녀석이다 그렇게 크지 않지만 이녀석의 나이가 100년이 넘었다.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있고 1907년에 지어진걸로 기억된다. 이곳에 관리인이 있는걸로 보아 아직도 등대기능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거 같았다.



등대를돌아 갈대밭사이를 걸으면 해안쪽으로 계속 길이 나있다. 이길이 어디까지 이어질까싶어서 계속 걸어가볼려고
했는데 할아버지가 선창으로 오라고해서 가던발걸음을 멈추고 다시 등대쪽으로 향했다. 해안절벽을 끼고 돌아가는
길이라 돌아가면 가볼수록 뭔가 특별한 경치를 선물해줄것같은 생각이 들었는데 아쉽다.



여기가 등대의 선창이다. 말이 선창이지 협소하고 골이 정말좁아 작은배도 이곳에 정박할수는 없고 이곳에 뱃머리를
살짝 밀어붙이고 있으면 그순간에 살짝 올라타야한다. 그마져도 파도가 조금 있으면 이곳에 작은배건 큰배건 접근이
힘들다고 하신다. 그건 2구쪽 선창도 마찬가지긴 하다.



날씨가 좀 싸능해서 긴옷을 입었는데 오늘 열심히 걸어서 정말 몸은 더웠다. 등대아래 선창에서 셀카질~



뜨거운밥의 열기가 도시락 뚜껑에 맺히어 파래자판은 거의 미역수준으로 부풀려져있고 김치는 한군데 엉켜있는
나의 도시락. 지금보면 개밥보다 못해보이긴 하지만 이곳선창에 주저앉아 깊은물속이 훤히 보이는 바닷물을보며
정말 맛있게 배를채웠다. 쌀 한톨 파래1조각이 아까울만큼 깨끗하게 먹어치웠다.



날 픽업하러오시는 할아버지 일행~ 어서옵쇼~~



저기 내가 방금까지 밥을 먹었던 선창이 작게보인다. 작은선창이지만 더럽게작다. 저게 무슨선창이냐 -0-
선창은 협소하나 등대에서 선창까지의 길은 이쁘게 잘 꾸며놓았다.



2구에서 산을 넘고넘어 이곳 등대까지 왔으나 갈때는 바다길을 열어 편하게 2구마을로 향한다.



날이 어두워져서 할아버지가 좀처럼 들어오시지않아 밖에서 바람을 쏘이다가 우리나라에서 해가 제일 늦게지는
저녁노을을 감상했다. 이곳이 우리나의 최서남단 가거도 오늘은 우리나라 전체의 사람들을 통틀어 내가 저녁노을을
제일 늦게까지 지켜본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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