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거도에서 1일째

여행/그섬에가다 2009. 10. 11. 13:49 Posted by 스스로 바뀌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전라남도 신안군 흑산면에 딸린 섬. 면적 9.18㎢, 인구 469명(2001)이다. 해안선 길이 22㎞이다. 목포 남서쪽 136㎞,
흑산도 남서쪽 65㎞ 지점에 위치하며 소흑산도라고하며 우리나라 최서남단 끝섬이다.

동쪽에는 독도가 있고 남쪽에는 제주속의 섬 마라도가 있다. 마라도엔 제주속에서 놀다가 다녀왔고 독도엔 다음에
울릉도도 가볼겸 한번 가봐야지..그리고 우리나라 서쪽 끝섬은 어디지? 마라도의 최남단 비석을보고 생각했었다.
순전히 우리나라 최서남단 섬이 어딘지 궁금했고 그곳을 알고싶었고 그곳에 한번 가보고 싶어서 떠났었다.

누군가와 떠나면 같이 재잘거니느라 잘 하지못하지만 혼자 떠나면 일기를 쓰는편이라 늦었지만 그 일기를 사진과
함께 올려본다. 가거도에서 5일동안 보냈는데 요즘 사진들을 추려내서 글을 올리는게 잠시 귀찬아져서 천천히
올릴거 같다.

2009년 10월 11일 가거도에서 1일째

어제 저녁 9시 30분쯤에 목포를 향했다. 부산에서 목포 연안여객 터미널까지는 생각보다살길이 멀다.
저녁이고 새벽시간이라 차들이 거의없는 고속도로를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달렸다. 차가운 바람이 차창밖으로
밀려들어와 생각보다 운전이 피곤하진 않았다. 새벽 3시가 다 되어서야 목포 여객터미널에 도착했다.
혼자는 조금 심심한 운전길이었고 지금 여객터미널 근처에서 내가 혼자 할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었다.
가거도의 첫배이자 마지막배는 오전 8시 나혼자 시간이 정말 애매한 시간이다. 주차할곳을 찾아보았다.
다행히 근처에 무료 주차장이 있어서 그곳에 주차를하고 차에서 잠시 눈을 붙이려고 했지만 좀초럼 잠이오지
않는다. 한참을 뒤척이다 차라리 밖을 거니는길을 선택했다. 여객터미널 근처를 한참을 서성이다. 문을연
식당을 보았다. 고픈배를 채울겸 식당에 들어갔다. 뱃일을 하는곳이나보니 새벽 5시가 오기전에 상가엔 하나둘
불이 켜지기 시작했다. 이곳의 아침은 무척이나 부지런한거 같다. 식당에서 6천원하는 정식을 시켰다.
반찬이 13가지가 넘었고 조기매운탕까지 딸려나온다. 혼자만 먹기는 웬지 미안할 정도의 반찬이었다.
푸짐한 밥상을 보니 내가 전라도에 있구나하는게 실감이 났다.
밥을먹고 아직 문이 열리지 않은 근처 시장을 한바퀴 돌아보며 소화를 시키고 차로 돌아와 빠진게 없는지
다시한번 배낭을 챙겨보았다. 배시간까지는 시간이 많이 많이 남았지만 좁은차안에 있기가 답답해서
배낭을매고 여객터미널로 향했다. 여객터미널내부는 사람이 아직까지 없었고 내부는 아직 불이 꺼져있었다.
대합실에 배낭을 던져놓고 멀뚱멀뚱 시간죽이기가 시작됬다. 조금있으니 대합실 창너머로 해가 뜨고있어서
떠오르는해와 카메라를 가지고 한참을 놀다보니 매표소에 직원이 나와있었다.
초쾌속선 뱃길 4시간 요금은 54,000원 헉!! 비싸다!! 그렇지만 깍을수도 없잔아~~~꺄오~
기나긴 기다림속에 8시 정각에 배가 출발했다. 파도의 일렁임이 몸을타고 같이 흘러갈때마다 바이킹을 타고
내려올때의 말로표현하지 못하는 아랫배의 그 짜릿함이 4시간동안 계속 되었다. 다행히 나는 배멀미 그런거랑은
거리가 멀어서 즐기면서 올수 있었다. 멀미가 약하신분은 좀 고단하실거 같다. 배가 움직일때는 배안에서
걷기도 힘들었으니까...시간이 지날수록 앉아계시는 분들이 바닥에 하나둘 들어눕는 분들이 속출한다.
운항중에는 갑판에 나가질 못하게 해서 사진을 못찍는다는게 좀 아쉬웠다. 배가 흑산도를 비양도 흑산도
가물도등등 많고많은 크고 작은 섬들을 거쳐갔다.
가거도에 다가갈수록 한가지 생각이 스쳐지나간다. 아 맞다. 나 민박 안잡았구나....
민박 여러집을 전화해봤는데 전화연결이 안되서 무작정 내한몸 잘떄 없을까라는 생각으로 무조건 배에 몸을 실었었다.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가거도 2구쪽 민박집을 알아봤으나 거절, 그리고 연락안됨의 연속이었다.

4시간이 걸려서 가거도에 도착했다. 이곳에 도착하니 매서운파도는 언제인가싶고 가거도의 풍경속에 날 던져놓은게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밀려왔다. 배에서 내리는순간 그 풍경이 너무 좋았다.

가거도에내려 갈곳없는 이몸을 의탁하기위해 거절당했던 민박집 아저씨에게 다시 전화를해서 2구쪽에 다른쪽좀
소개해 달라고 했다. 이미 가거도에 도착했다고 ^^;; 약간 무대포...1구쪽엔 민박집이 꾀 있었으나 난 2구에 있고싶었다.
아저씨가 거기 기다려라고 일단 데릴러 오신다고... 다른데 알아봐 주신다고 하셨다. 하여튼 궁하면 통한다는말은
맞는거 같다.


새벽 3시가 다되어 목포 여객터미널에 도착하니 사방이 깜깜하고 항구에는 가로등 불빛만이 나를 반겼다.
이 새벽에 나혼자 놀거리 같은건 없어보였고 차안에서 잠을 청해도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아서 애먹었다.


배시간까지는 한참이나 한참이나 남았지만 좁은 차안이 싫어서 짐꾸러미를 울러매고 텅텅 비어있고 불조차도 켜져있지
않은 대합실로 향했다. 엘레베이터안의 거울에 비친 내모습을 한장 담았다.


대합실에서 항구쪽을보자 일출이 서서히 시작되고 있었다. 대합실에서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서 카메라를 가지고
창밖을 바라보며 한참동안을 혼자 놀았다.


가거도를 가는 뱃길에서 크고 작은 섬들을 마치 버스정거장처럼 정차했다가 출발하곤 했다. 흑산도같은 큰섬은
정박을 하고 이런 작은섬은 작은배가 접안해서 사람을 실어가곤했다. 이섬은 무슨섬일까....


4시간여의 항해끝에 가거도에 드디어 도착했다. 묵을곳을 구하지 못해서 가거도에 내려 주변 경치를 구경하며
이리저리 어슬렁 거리며 가거도항에서 한참동안 혼자 놓았던거 같다. 여기서 제주도까지 150KM가 채 안되고
중국까지도 500KM가 넘지 않는다.


날 내려놓았던 배는 30분정도를 정박했다가 날 두고 떠나갔다. 난 어디로 가야하나~~
가거항의 물색깔도 저위의 저 산도~ 이경치가 정말 여기 잘왔구나라는 생각이 절로났다.


웬만하면 이제 셀카질은 안할려고 했는데 가거도에 온 기념으로 셀카한장을 남기고   날 데리러 올 아저씨를 마냥
기다린다. 한참후에 그 분이 아닌 다른분이 왔다 섬누리의 사장님이라고 하신다. 그분과 근처 슈퍼에서 맥주한잔을
나누어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민박집이 전부 전화안받거나 거절당한건 지금 손님이 없으나 조기철이라
마을주민 거의 전부가 조기잡는다고 몰려있어서 지금은 민박손님을 잘 안받는다고 하신다. 민박집 잡을려고 전화만
해댔다면 난 지금 여기 없을지도 모르겠다. 슈퍼아저씨와 2구의 섬누리 사장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섬누리 사장님이 내가 뭍으로 안나가면 둘이 라면이나 끓여먹고 지내면 되겠지만 지금은 조기철이고
또 여름때 손님받느라 볼일 못본 사람들이 거의 뭍으로 나가는때라서 그러지 못하겠다며 고마운 말씀을 해주신다. 
좀 있으나 아까 통화한 아저씨가 오셔서 그분의 트럭을타고 가파른 산길도로를 따라 2구마을로 넘어갔다.
2구로 넘어가는 길은 말그대로 절경. 해안절벽끝에 매달린 길을 쿵캉쿵캉하며 10분여를 달렸다. 해안절벽너머의
바다를 쳐다보느라 금새 2구마을에 도착했다.


아저씨도 곧 서울에 볼일이 있어서 나가신다고하고 2구마을의 혼자 사시는 할아버지집을 소개해 주셨다.
나중에 알았지만 그분이 2구마을의 이장님이시고 낚시배도 하고 계셨다.
윗사진의 중간의 파란집이 임수명 할아버지집이었는데 이곳에서 할아버지와 둘이서 5일동안 시간을 보냈다.
이장님께 물어보니 2구의 가구수는 7가구 정도 된다고 한다. 여기 위 사진에서 보이는거 외에 왼쪽으로 독실산등산로
쪽으로 가면 집들이 많으나 거의 비어있었다. 바암이 거세서 그런건지 저 위의 산에 말고는 나무가 없었다.
잔디와 갈대로 뒤덮인 마을을 바라보니 제주의 오름들이 떠올랐다.


이곳의 무덤에도 돌들이 바람을 막아주고 있었다. 마을과 바다가 아무런 방해없이 맞닿아 있어서 바람이 매섭게불면
제법 불어닥칠거 같았다.


할아버지집에 배낭을 대충 내려놓고 카메라를 가지고 바로 나왔다. 할아버지 집 맞은편의 해안절벽을 따라 잔디롸
갈대로 뒤덮인 민둥 봉우리가 길게 이어져 있었다. 봉우리를 오르는동안 영화 극락도에 나왔던 초등학교를 지나
잔디밭 사이를 지나 봉우리에 올랐다. 탁 트인 수평선이 한눈에 들어왔다. 작은 그 봉우리 정상에는 누가 세워놨는지
작은탐이 세워져 있었고 멀리 할아버지집이 눈에 들어왔다.


할아버지 집 옆으로 벼랑계단을 둘러올라가면 벼랑끝에 대롱대롱 매달린 집들이 있으나 거의가 빈집이다.
예전에 이곳 2구마을엔 70가구가 넘는 집이 있었다고 했는데...세월의 흔적뒤에 이런 외진섬의 인구는 급격히
줄어가는듯 했다. 그나저나 벼랑끝에 바다와 맞닿고...바람과 맞다은 조곳에 예전에 어떻게 살았는가 하는 생각이든다.
여기 바람이 그렇게 매섭지 않았던건가...그렇지만 저곳에서 바라보는 경치는 정말 죽여줄거 같다.


오늘은 날씨가 무척이나 맑아서 그런지 해안선을 따라 부딛치는 바닷물의 색상이 완전 파랗다.
해안선위로 보일듯말듯한 흰선은 1구마을 항구에서 2구로 오는 길이다. 오는길이 이쁘겠지요??
1구에서 걸어오면 2구까지는 1시간이 넘게 걸릴거 같다. 그래도 걸어보고싶은 길이였는데 할아버지가 내가 갈적에도
다른분차를 애써 태워주셔서 걸어가보지 못했다 ^^;; 


여기가 극락도 살인사건 찰영장이 되었던 초등학교의 정문, 폐교된지가 꽤 되었는지 소흑산국민학교라는 푯말조차
희미하다. 다 망가진 학교 교실입구에는 "새나라의 어린이가 되자"라는 표어도 걸려 있었고 이승복 어린이 동상도
서 있었다. 요즘 애들은 모를 그런것들...


집은 하나둘씩 비워져 있었고 빈집들은 세월의 풍파속에 누구하나 돌보는이 없어 이렇게 서서히 헐벗고
조금씩 사라져 간다.


절벽쪽의 집쪽으로 갈려면 저 계단을 따라 천천히 바다를 감상하면서 올라가면된다. 절벽의 마을을 지나 독실산의
등산로 입구를 지나 돌아 내려오면 다시 이곳으로 돌아올수 있다. 소소한 산책길로도 맘에 든다.


봉우리에서 바람을 맞으며 누워도 있다가 가만히 앉아도 있다가 할아버지 집으로 향했다. 저멀리 작은 배한척이
하얀 그림자를 남기면서 달려가고 있었다. 내일 새벽에 이장님 낚시배가 나가실때 할아버지도 가신다고 하는데
할아버지가 나도 같이 가자고 하신다. 그래서 나도 그틈에 살짝끼어 낚시구경도 할겸 경치구경도 할겸 같이가기로
했는데 저배를 보니 내일이 기대가 된다. 할아버지와 같이 저녁을 챙겨먹고 이른잠속에 빠져들었다.
날이 어두워지니 이곳에서 저녁늦게 내가 할수있는게 별로없었다.
할아버지의 나지막한 옥상에서 먼바다를 쳐다보는거 외엔....
                                                
                                                                          그곳에서의 바람은 무척이나 시원하고 무척이나 광활하다.
                                                                          낮에도 밤에도 새벽에도 가끔 그곳에서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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