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 영업이가 아버지께 닿을 편지를 띄웁니다.

개인적인것/소중한사람들 2015. 2. 9. 23:12 Posted by 스스로 바뀌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막내 영업이가 아버지께 닿을 편지를 띄웁니다.

 

 

편지를 적어 아버지 손에 쥐어 드리면 되는 이렇 듯 쉬운 일이 아버지께서 떠나신 후 이제 어렵게되어
이렇게 허공에 외치게 되었습니다. 하늘나라에서는 편히 계신지요? 아들은 아버지께서 좀 더 계실것이라
믿어 아버지를 떠나보낼 준비를 미쳐 못하고, 아버지와 함께 할 미래만 생각했는데 생각할수록
후회만 겹겹히 쌓일 뿐입니다.

 

아버지께서 투병중일 때 드린 편지들 그리고 아버지와의 약속들 모두 엊그제 같습니다.
그 편지들과 그 약속들을 좀 더 당겨보려고 아들 항상 힘내고 있었습니다.

 

아버지 투병 때문에 제가 힘들다는 말, 거짓말이었습니다. 그 정도 힘듬은 제가 아들로써 다 참고 감내 할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제가 아버지께 모진말을 했던 건 아버지께서 병원 말을 안들어서 병원 말, 의사 말
좀 들으시라고…. 빨리 낫으시라고 한 말인거 아시죠? 아버지께서 아실꺼라 생각하지만, 지나고나니
왜 모진말을 했을까…. 제가 한 말들이 생생히 제 귓가를 맴돌 뿐입니다.
아버지를 떠나보낸 아들은 이렇듯 후회만 쌓입니다.

 

왜 이번겨울만 잘 넘어가보자 했을까요? 이번겨울만 지나고 지리산에 염소고기 먹으로 가자고 했을까요?
이번겨울만 지나고 시골에 한번 가려고 했을까요….왜 전 항상 이번겨울만 지나고 이것저것 하자는
약속을 아버지께 드렸을까요. 아버지와 함께할 수 있을 때 아버지가 원할 때 해드렸어야 하는데
왜 늘 곁에 계실꺼란 이기적인 생각만 했을까요…

 

투병중이실때 제게 했던 말들이 생각납니다. 정신이 없으실때 한 말들이 모두 아버지의 본심임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습니다. 아버지께서 옛날에 사진작가가 되고 싶으셨다는 꿈들… 아버지께서 이 곳 저 곳
여행을 다니고 싶으셨다는 이야기들… 그래서 가족사진에 그렇게 더 욱 애착이 많으셨구나
그래서 "영업아 너는 원없이 여행이 다니거라" 이런 말씀을 하셨구나 이렇게 아버지를 알아가고 있습니다.

 

아버지께서 살아오며 저에게 보여주신 아버지의 삶, 그 모든걸 받아 제가 지금 그렇게 살 고 있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가려 합니다. 가진 것 없이도 당당했던 우리 아버지, 금전이 넉넉치 않아도
그 누구도 부럽지않은 즐거운 휴가를 보내고 그 방법을 알려주신 우리 아버지.

 

군인들이 지키던시절 총성이 들리는 임랑바닷가에 무단침입하여 누워본 하늘에 쏘아올린 총알이 생각납니다.
비오는 바닷가에서 아버지 트럭 짐칸에 천막을 치고 뭇 사람들의 부러움을 샀던 기억이 납니다.
새벽에 멸치배가 들어오는것을 보고 항구에 급히가서 멸치와 함께 온 갈치를 싸게 사왔던 일도 기억나요.
물때다 싶으면 새벽에 바닷가에 출동하여 모래께를 한가득 잡아 온일이 엊그제 같습니다.
바닷가의 폐가를 빌려 방학내내 그 곳에 은신하며 여러 친척들과 흥겨운 여름을 보내었지요
은어를 잡으러 간다고 강원도까지 출동해 한마리에 만원이나 하던 가리비를 구워먹는데 저 혼자 한 개를
한입에 덜컥 먹어 눈치받은 일도 기억이 납니다. 생각해보면 헤아릴수도 없는 수많은 추억입니다.

 

아버지께서 남기신 숙제들이 정리되면 저는 아버지와의 많은 추억들을 다시금 되새겨 보려고 합니다.
아들에게 추억 할 시간보다 숙제를 먼저 남기신 아버지. 그 숙제의 의미를 한 번씩 되새기며 아버지께서
걱정하시 던 부분들을 제가 헤아려보겠습니다.

 

아무걱정마시고 어머니 걱정마시고 아버지가 원하던 여행을 떠나세요. 그리고 제가 앞으로 잘 살아가는
모습들 가끔씩 들러서 지켜봐주세요. 제 아이들에게 할아버지가 어떤분이셨는지 애들이 크면 주절주절
많은 이야기를 해줄께요. 나중에 아버지와의 추억을 되새길때 다시 만나요 아버지 이제 편히 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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