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8월 5일 지리산 네째날 -3/3 하산길

여행/여행의기억 2009. 5. 24. 03:36 Posted by 스스로 바뀌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지겨운 계단이 싫다. ㅠㅠ

   -이제 대원사까지 6,8킬로 남았다. 힘이들어서 자주 쉬었더니 다리가 더 무겁다.

    이악물고 뛰어볼까 어이없는 생각도 해봤다. 그러나 결코 뛰지 못하는길이란걸 알기에...

   -잠자리군단이 나타났다. 잠자리가 이렇게 정렬해있는 사진도 지리산이 아니면보기 힘들것같다.

     요넘들 때문에 시간을 지체했다.....에잇~~ 다시 달료~

    그나마 이제부터는 계곡을 끼고 하산한다. 시원한 물소리가 있어 그나마 걷기가 편해진다.

   -대원사까지 4.1킬로 이제 저 숫자밖에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보통 다른산의 하산은 발걸음이 가벼운데 발걸음이 가볍기엔 하산길이 너무 멀다.

    -더 이상 못걷겠다며 배낭을 내려놓은곳에 나비가 옹기종기 앉아 있다.

     힘들어도 카메라를 꺼내어드는 내 자신이 신기하다.^^:;

   -무릅이 풀려 이 계단을 내려올때쯤엔 초죽음 상태였다. 몇초에 한걸을 그리고 그 한걸음을 내딛을때

    무릅에 힘을 주고 다시 버티고....

  


-하산길에 아주 아담한 계곡을 발견했다. 물깊이도 적당하고... 수영하기에 딱좋고

     여기에 몇일 쳐박혔으면 좋겠다라는 생각과 온 몸이 땀에 절었는데 당장이라도 뛰어 들고 싶었지만

     참았다...라기보단 귀찬아서 그 곁에 앉아서 물소리를 들으며 쉬었다.

     자리가 좋아서 너무 쉬었지만 웬지 떠나기 싫은 자리다. 야영금지만 아니면 다음에 꼭 다시

     여기에 오고 싶은...그런 자리다.

 14:30 대원사 1.6킬로 전 도착

  -휴...이제 등산로는 끝나고 포장도로가 나왔다.

    이 안심되는 기분....포장된길을 보는순간 이제 문명 세계로 왔구나 하는안도감.

   천왕봉에서 거의 12시간은 걸은 듯 하다. 몹시 피곤했으나 이번엔 이 포장도로가 날 안심시키는

   듯했다.

   -대원사로 향하는 길, 포장도로 옆으로 시원한 계곡이펼쳐져있고

     나혼자 배낭을 메고 걸어가고 있을뿐 여기 주위엔 계곡에 발 담그로온 피서객이 많다.

     힐끔 힐끔 저놈 모하는 놈인데혼자 배낭메고 걸어가고 지랄이야 하며 힐끔힐끔 쳐다보는거 같다.

     피서지에서 나 혼자 뻘짓하는 기분이다.

 

 15:05 대원사 도착

   -목적지로 한 대원사 코스까지 산행이 끝이났다. 대원사 앞 약수터에서 머리를 적시고

     한동안 멍하니 앉아있었다. 내가 해냈다라는 생각, 힘들었구나 생각

     이런저런 생각은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15:50 대원사 입구 도착

  -대원사에서 대원사 입구까지 아직 거리가 남았다. 쳇 예상못했다. 또 한시간은 걸어

   대원사 입구에 도착했다.대원사 입구이자 국립공원 입구

   그 앞쪽으로 작은 시외버스 매표소가 있다. 버스를 보니 방갑다. 날 집으로 데려다 주려는구나..

   수퍼에서 진주가는 버스표를 샀다 뿌듯하다. 집에갈수 있다.

   차시간은 16:30분 시간이 많이 남는다. 수퍼에서 음료수를 하나 사서 수퍼앞 의자에 앉아

   담배를 하나 물었다. 이제 더이상 걸을때도 없고 차만 기다리면 된다.

   음료수 한모금에 담배 한모금.... 그 무엇과도 바꿀수 없는 여유로운 30분이었다.

 

16:30 진주행 버스 탑승

 

18:00 진주도착

 

18:10 부산행 버스 탑승

 

19:50 부산 사상 터미널 도착

 

전라도부터 시작한 지리산 종주는 3박  4일에 걸쳐 경상도로 하산을 하게 했다.

다리부터 어께까지 안땡기고 안파픈데가 없다. 산행을 하면서 내가 왜 여기까지왔지

내가 미쳤지라는 생각을 수도없이 했다.

주위사람들이 휴가때 고생하러 지리산에 왜가냐고 미쳤다고 말도 많이 들었다.

하지만 이번엔 뭔가 모르게 지리산이 너무가고 싶었다.

그런 기분으로 무슨 소리를 들어도 어떤짓을 해서라도 갔을것이다.

산이란건 참이상하다. 내가 미쳤지 하면서도 다음에 또 가진다.

안다닌 사람은 느낄수 없는 기분을 산은 느낄수 있게 해준다.

나에게 이런 질문을 가끔 던지는사람이있다. 힘들게 산에 왜 가냐고

거기에 대한 정확한 답을 나는 해줄 자신이 없다.

그러나 산에선 모두가 가까운 이웃이다. 옆사람이 힘들면 배낭도 들어주고

스틱도 빌려주고 발목에 붕대도 감아주고, 아까 올때봤는데 그팀이 안온다며 걱정도 해주고

그팀이 거기까지 가긴 무리일텐데 강행한다고 뒤에 동료에게 무전으로연락하여

그팀 좀 말려달라고 부탁도 한다.

물론 그 사람들은 산에 스치듯 지나간 사람일뿐이고 도움을 바란것도 아니다.

산에선 사람이 함께 사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배운다. 산에는 모진 사람이없다

(이건 지리산을 종주하며봐운 극히 일부분의 있었던일)

 

집으로 오는길에 이런생각을 나도 모르게 했다.

이번엔 짐이 무거웠으니 이런건  좀빼고 배낭 무게를 가볍게 하고

지리산에선 스틱이 필수 같으니 이런 장비는 다시챙기고....

무의식중에 이런 생각을 하는 내 자신을보고 피식 웃었다.

왜냐면 지리산을 오를때 다신 오기 싫다는 생각과 내가 미쳤지라는 생각을 수없이 반복했었기에...

 

산은 말할수 없는 뭔가로 나를 끌어들인다.

그렇게밖에 이해하지 못하겠다.

 

모든 일정을 끝내니 마음은 무척이나 뿌듯하다.

누가 머라고해도  이번 휴가를 나는 보람되게 보낸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