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거도 할아버지집

여행/그섬에가다 2010. 2. 19. 00:05 Posted by 스스로 바뀌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할아버지의 집은 2구마을에서도 다른집과는 약간 떨어진곳에 위치한다. 확트인 뒷동산을 올라가는 기분으로
오솔길을 올라가면 할아버지집 입구가 나온다. 입구에 미니슈퍼라는 글자가 이색적이라 할아버지께 여쭈어
보았더니 예전에 할머니가 살아계실때 휴가철에 놀러온 사람들을 상대로 막걸리며 백숙이며 이런걸 파셨다고한다.
자식들 다 장가보내고 시집보내고 이제좀 오손도손 살만하니 투병생활로 돌아가셨다고한다. 웬지 마음이 짠한
한 마디셨다.



작은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이쁘게 정리해놓은 화단이 일렬로 늘어서있고  햇볓이 좋은날 할아버지께서 안식을
취하는곳인듯 하얀 플라스틱 의자가 마당 한가운데 놓여있고 입구가 낮은 작은 문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집의
전면이 들어난다. 햇볕 좋은날 저의자에 앉아 김영갑님의 "그 섬에 내가 있었네"라는 책을 읽었는데 정말
운치가 있었다. 마치 산중턱에 숨겨놓은 작은집같은 느낌이다. 왼쪽에 화단을 없애면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저 나무들은 방풍용인듯 했다. 저 나무들이 낮은집의 지붕만큼 자라있어서 바람막이 역활을 톡톡히 했다.



집안으로 들어가면 우선 할아버지 방입구가 나오고 왼쪽으로가면 예전에 할머니가 쓰시던방.
그쪽엔 뭘 찾는다고 할아버지가 시키셔서 한번가봤는데 할머니 물건으로 추정되는것들이 고스란히 잘 보관되어
있는듯 했다. 우측으로 들어가면 다용도실겸 냉장고가 있는 내가 썻던 작은 방이 나오고 내방으로 가기전
작은 주방이 있다. 그곳에서 할아버지와 아침과 점심 저녁을 같이 해결했다.
집의 폭은 작은편이나 길어서 작은방들이 다닥다닥 있는 앙증맞고 귀여운 집이였으며 할아버지가 옛날 목수일을
하셔서 느즈막하게 이곳을 다시 직접 손질하셨다고한다. 얼핏 낡아보이지만 세세하게 보면 깔끔하고 할아버지의
세심함을 느낄수가 있었다. 젊은시절에 이곳에 집을 지으실때 돌밭이였는데 폭약을 사용해서 터를 마련하려고
하셨단다. 그런데 할아버지의 어머니께서 폭약을 사용하면 신이 노한다며 극구 말리셔서 할수없이 동네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셔서 그 돌들을 일일이 손으로 켜내고 빼내서 집터를 닦으셨다고 한다.
그때 그 느낌을 말씀하시면 엄청 답답하고 미칠것 같았다고 말씀하시는 할아버지의 표정을 보자니 그때의 기분이
고스란히 나에게 전달되는것 같았다.



할아버지 집에는 요새 보기도 힘든 티브이가 주방 작은거실에 놓여있다. 이녀석도 수명이 이미 다했는데
처음 tv을 켜면 늘 이상태에서 정신을 못차리다가 딴짓을 조금하다보면 어느정도 사람은 알아볼수 있게 나온다.
그러나 그 채널도 2-3개가 넘지 않는다.



마당에서 밖에 있는 화장실을 끼고 작은 계단 몇발작을 올라가면 화장실 위의 작은 옥상이 나온다.
그곳에는 스카이라이프 위성 안테나가 있지만~ 이 안테나의 도움을 받아서 tv가 2-3 채널밖에 안나온다. ㅠㅠ
할아버지가 새벽에 일어나시면 이곳에서 탁 트인 먼바다를 보시곤 오늘은 파도가 쎄겠구나 오늘은 남서풍이 불구나
그렇게 바닷길을 예측하곤 하셨다. 나도 그 틈에 끼여~ 뭔가 볼줄 아는듯~ 새벽녁 별님이 도망가기도전 새벽바람을
맞으며 이곳에 할아버지와 같이 서있었다.



옥상에서 좀더 들어가면 아주 예전에 장작을 패놓으신듯한 장작들이 바짝말라 바다를 향해 담을 쌓고 있었고
저말리 1박2일에 나왔던 다희네 민박집이 보이고 왼쪽 언저리엔 폐교가 한눈에 들어온다. 2구에선 할아버지집이
정말 명당인거 같다.



마당에서 어릴적 자주보던 풍경이 연출됬다. 저 녀석들...부부일까?



대문입구로 들어서는 오솔길 한쪽에 나팔꼿이 만발하다. 어렸을적 나팔꽃이 집 주위에 많았지만
이 나팔꽃이 해가 있으면 번데기처럼 오므라들고 해가지면 활짝 핀다는 사실을 이떄서야 확실히 알았다.
물론 단체행동하지 않고 이렇게 해가 다 지기전에 피어난 애들도 있지만 매일매일 할아버지집을 오갈때 눈에 밟히다
보니 좀더 자세히 보게 되어서 알게된 사실....
가거도 나팔꽃만 설마....그러는건 아니겠지? 나팔꽃 다그런거겠지..............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시길~ 이 나팔꽃이 한뿌리에서 가끔 노란색 분홍색도 같이 피어난다고한다. 매년 해마다
틀려서 신기하다고...할아버지도 이 나팔꽃들을 아끼는거 같았다.



할아버지집 사진을 정리하다보니 그때가 더 그리워진다...
사람은 머뭄의 장소와 사람의 냄새에 강한 중독성을 가지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