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 3일 지리산 화대종주 첫째날

여행/여행의기억 2009. 6. 13. 20:05 Posted by 스스로 바뀌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오전 9시가 조금 넘어 사상 터미널에 도착했다. 10시차가 있는걸로 확인했었는데 10시차는 화개까지만 간다고 한다.
거기서 갈아타고 하느니 그냥 11시차를 기다리기로 했다. 배가고파서 맥도날드에 들리니 아직 모닝타임이라
모닝 세트밖에 없었다. 그거라도 먹어야지.
작년 8월초 휴가때 홀로 지리산에 가게 되었는데 이번에는 평일이라 동행할 친구들을 꼬시지 못했다.
간단히 짐을 챙겼지만 비박장비에 취짐장비에 4일간 식량을 챙기니 배낭은 역시나 무거웠고 마음은 설레었다.

오전 11시 화엄사로 출발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버스비 14,200원)
버스안에서 우연찬게 지리산으로 출발하는 아줌마 부대를 만나 빵이며 김밥으로 배를 채웠다. 출발부터
운이 따르나 보다. 지나가는 풍경들을 생각없이 쳐다본다. 편한마음이다.
이번에는 화대종주를 꼭 완료하겠다고 다짐해본다.(작년에는 화엄사 입구 출입통제로 성삼재에서 대원사까지 갔다)

오후 1시 10분 하동을 통과중이다 좌측으로 길게 뻗은 섬진강이 매우 멋지다.

오후 2시 15분 구례 터미널에 도착했다. 아주머니들은 성삼재로 가기에 여기서 헤어졌다. 나중에 노고단 산장에서
다시 만나자고 하신다.

오후 2시 30분 화엄사 입구 주차장에 도착했다. 화장실에 들리고 공원안내소에 들러 지도를 한장 빼오고
덜렁거리는 짐이 없는지 다시 한번 확인을 하며 배낭을 다시 꾸렸다.

오후 3시 출발 화엄사까지는 1KM정도의 거리이며 입구 매표소에서 입장료 3000원을 받아챙기신다. 작년말부터
다시 받는가 보다. 화엄사에서 노고단 산장까지 7KM이니 오늘은 8KM를 운행해야한다.

오후 4시 15분 노고단까지 4.5KM지점 참샘터 도착, 바위틈에서 약수물이 새어 나온다. 계곡의 물소리가
등산내내 귓가에 울려퍼진다. 아직까진 길을 평탄하게 잘 닦에놓아 편하다. 계곡을 끼며 난 등산로라 그런지
수풀이 등산로를 덮고있고 햇볏이 들지 않아 바위가 미끄럽고 음침한 분위기가 감돈다.
오늘은 등산객도 나홀로라 출발할즈음에 하산하시는분 2분 빼고는 나홀로라 지리산을 혼자 독차지한 느낌이다.

오후 5시 05분 노고단 3.5KM지점, 잠시 쉴때마다 온몸에서 연기가 피어오른다. 내몸의 온도와 주위의 온도가
이렇게나 차이가 나는가보다. 길이 점점 험해지도 있는데 배낭의 무게가 점점 나의 발목을 붙잡기 시작한다.
이제 3.5KM남았다 벌써 4.5KM나 왔잔니 힘내라며 스스로를 다독여 본다.

몇시쯤인지 모르겠다. 노고단 2.5KM지점에서 배낭을 집어던졌다라는 표현보다는 내려놓았다.
힘이 없어서 또는 배가 고파서 도저히 진행을 못하겠다. 노고단 산장에 도착해서 따끈한 밥을 여유있게 먹어야지
하는 생각은 버렸다. 배고프다. 정말 쓰러질거같아서 버스에서 먹을려고 샀었던 삶은 계란 3개와 바로 옆에서
흐르고 있는 계곡물을 퍼서 후딱 해치웠다. 이제좀 살거 같다.

오후 7시 40분 노고단 1.5KM지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걸으면서 외쳤다 하늘아 조금만 참아주면 안되겠니?
안그래도 방금전 미끄러운 바위에 다리가 쭉 미끌리는 바람에 종아리에 펌핑이 와서 죽을맛인데
비까지 부슬부슬온다. 그나마 완전한 어둠은 오시기전이라 주위가 어둑하지만 시선을 땅으로 고정한
내 눈앞에 음침한 등산로는 히미하지만 눈에 들어온다. 비맞은 배낭은 더욱 더 내 다리를 잡아끈다.

오후 8시 20분 노고단 산장 도착, 완전지쳤다. 밥해먹기도 귀찬다. 꾀나 무거운 배낭을 산장앞에 아무렇게나 
내평개 쳤다. 지친다리를 이끌고 흡연장소로 가서 담배를 폇다. 화엄사 등산로가 왜 험악한 명성을 날리는지
이제야 안거 같은 느낌이다. 벌써부터 내일이 걱정되면 우짜누...
구례역에서 헤어졌던 아주머니들을 만났다. 내가 안와서 걱정을 많이 하셨다고 한다. 내꼴을 보시더니
고생 많이 했는갑다며 위로하시며 내 배낭을 한번 슬쩍 들어보시더니 이런걸 메고 우찌 올라왔노? 라고
말씀하신다.

그래도 먹고살아야지 취사장에 들어가 오뎅탕을 끓여서 소주 한병을 순식간에 헤치웠다.
그제서야 몸이 좀 풀리는듯하다. 아주머니들은 이미 내일 밥까지 다 해놓으시고 주무시다가 주위의 시끄러움에
깨어서 혼자 오뎅탕을 끓여먹는 날 보시며 신기한듯 웅성 거리시다가 내가 권하는 오뎅을 드시고는 다시 들어가셨다.
걱정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오뎅탕에 햇반을 말아서 저녁을 해결하고 취사장에서 잠을 청했다.
생쥐 한마리가 왔다갔다 해서 보통 신경 쓰이는게 아니다. 겨우 잠이들었나 싶었는데 새벽3시에 들이닥친
등산객 때문에 매트리스와 침낭만 가지고 밖으로 대피 산장옆 전시관에서 잠을 조금 더 잤다.
피곤하니 잠도 잘 안오는데 이리저리 피해막급이다. 내일 몸상태가 풀릴거 같진 않은데 하며 억지로 억지로
잠을 청해본다.



지리산 출발 하루전 마트에 4일치 식량을 샀다. 이것저것 사다보니 45,000원 정도의 비용이 들었다.



내일 이 배낭을 매고 터미널로 출발하기만 하면 된다. 살짝 들어보았지만. 역시나 무겁다.
오바트로즈등 판쵸우의등...내 성격에 안입을거 같지만서도 챙길수 밖에 없다. 마음도 무겁다.



화엄사 입구 주차장 탐방 안내소 이곳에서 지도를 챙기고 화장실에 갔다가 짐을 다시한번 정리했다.
이때만해도 얼굴이 나름 화사하다. 5시간 후에 니 얼굴이 어떻게 변할지 너도 몰랐겠지! 킁!



화엄사 옆으로 계곡물이 흘러내린다. 이번에 가뭄이 심해서 그런지 물이 많이 마른거 같다.



화엄사 입구 주차장에서 1KM정도를 걸으면 화엄사에 도착한다 화엄사에서 노고단까지 7KM 천왕봉까지 32.5KM가
남았다는 징그러운 사실을 알수가 있다.



연기암에 도착했다. 오래된 한옥이 이쁘게 보인다.
앞으로 벌어질일(비도내리고 날도 어두워지고)은 상상도 못한채 여기 기웃 저기 기웃 하면서 시간을 낭비하고
있었던거다. 그렇지만 이런여유라도 없으면 산행에 무슨 재미가 있을까!!



등산로를 따라가다보면 목이 마를즈음에 등산로 바로 옆에 참샘터가 있다. 빨간 바가지가 없었으면 모르고
지나쳐버릴지도 모르도록 한쪽옆으로 아담하게 있다. 여기 물맛이 최고였던거 같다.



화엄사의 등산로 길의 분위기는 대체적으로 이런식이다. 조금만 걸어들어가면 암흑속에 빨려들거 같다.
한낮이라도 별반 차이가 없다.




드디어 성삼재에서 노고단가는 길과 만났다. 너무너무 기뻣다. 배낭을 내려놓고 한 20분동안은 꿈쩍안한거 같다.
비와 땀으로 온 몸이 젖었다.



취사장엔 사람들이 이미 식사를 해결한 다음이므로 널널했다.
정리하기도 귀찬아서 아무렇게나 널부러 놓고 오뎅탕을 끓이는데만 집중하고 소주를 마시는데만 집중했다.
9시엔 산장 소등 시간이라 곧 헤드랜턴을 쓰고 오뎅탕과 소주의 여운을 홀로 즐겼다.
오늘 제대로 고생한거 같은 느낌이다. 한놈만...더 데리고 왔다면....배낭은 반으로 줄었을텐데 나도 모르게 중얼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