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 4일 지리산 화대종주 둘째날

여행/여행의기억 2009. 6. 13. 21:14 Posted by 스스로 바뀌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새벽 3시 취사실에서 겨우 잠들었는데 새벽팀들 때문에 잠을깨었다. 조금더 자야된다는 생존본능때문에
침낭과 매트리스만 가지고 산장 내부 전장상 구석틈으로 자리를 이동했다.

새벽 5시 이리저리 뒤척이다가 결국 일어나는것을 선택했다. 밥하자.
밥을 넉넉히해서 미역국과 마늘 짱아치와 오징어젓갈로 아침을 먹고 점심을 위해 유부초밥을 만들었다.
혼자 유부초밥을 만들고 있으니 주위 사람들이 신기한듯 자꾸만 쳐다본다. 민항하게...

오전 7시 20분 출발

오전 9시 임걸령에 도착했다. 등산로에서 샛길로 조금만 들어가면 맑은 샘물이 종종종 흘러나온다.
노고단에서 채웠던 수낭을 다 비워버리고 임걸령에서 수낭에 물을 다시 채웠다.

오전 10시 10분 노루목 도착(반야봉을 오르는 갈림길, 작년에 반야봉 올라갔다가 죽썻다 이번엔 안간다!)
배낭을 내려놓고 탁 트인 경관을 한참동안 구경했다. 어짜피 반야봉도 안갈건데 여유있게가자.

오후 12시 05분 화개재 도착(노고단에서 6.3KM를 걸었다), 240m 직선거리 계단길을 내려왔더니 다리가
후들거릴려고 한다. 사실 다리보다는 발바닥이 뜨거운게 싫다.

오후 2시 25분 연하천 대피소 1.4KM지점(노고단에서 9.1KM 왔고 천왕봉까지 16.4KM 남았다)
젠장! 작년에도 느꼇지만 화개재 -> 연하천 대피소 4.4KM구간이 나는 제일 싫고 짜증난다.
가도가도 끝도 없는거 같고 내려갈만하면 올라가고 다온거 같으면 둘러가고 작은 봉우리가 너무많고
지루하다.

오후 3시 25분 연하천 대피소 도착
연하천 대피소를 1KM정도 남겨두고 너무나 한참은 걸은거 같다. 늘 느끼는거지만 연하천 대피소 전
1KM는 2KM는 넘는다고 생각하고 걷는게 속편하고 맘편할거 같다.
아침에 싼 유부초밥을 조금만 조금만 하다가 안먹었더니 기운이 하나도 없다. 연하천 산장에서
자리를 펴고 유부초밥을 맛있게 먹었다. 연하천산장에서 유부초밥을 먹고 있으니 주위분들이 또
신기하게 쳐다본다. 언제 만들었냐는둥 직접 만들었냐는둥...요리사라는둥...뻘쭘해졌다.
요즘 슈퍼가면 간단하게 만들수 있게 팔아요 했더니 나도 도전해봐야겠네하는 아저씨들이 꾀 된다.
그런분들중 두분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연하천에서 눌러앉아 삼계탕 남은거에 소주 1병정도를
얻어마시고 음식거리가 없으신거 같아 라면 하나와 스팸 하나를 드리고 음주산행을 계속했다.
연하천 산장에서 버틸까 생각도했지만 내일을 위해서 조금 더 걷자! 시간을 너무 지체했다.

오후 4시 40분 출발

오후 7시 50분 벽소령 대피소 도착(노고단에서 14.1KM 걸어왔고 천왕봉까지 11.4KM남았다)
60대 아저씨들 9명이랑 같이 이야기도 하고 도움도 드리면서 왔더니 너무 늦게 온듯 하다.
그래도 별도움도 안드렸는데 많이 고마워 하셔서 괜시리 뻘쭘했다.
저도 혼자 온거라서 아저씨들이랑 같이 와서 안심심했어요!!!

벽소령 대피소에 도착하니 만사귀찬은 생각이 들었다. 일단 잠을 너무 못잤다 혹시나 해서 대피소에
물어보니 자리가 하나 남았단다. 거금 7천원을 주고 산장안에 자리를 잡았다.
대피소에서 시원한 음료수를 사고 행동식으로 싸온 빵과 소세시와 육포로 저녁을 해결하고
9시에 바로 잠이 들었으나 부시럭 거리는 소리에 눈을 떠보니 몇몇분이 배낭을 싸고 있었다.
아 벌써 새벽팀들이 떠날려고 짐을 꾸리는구나라고 생각하고 생각보다 깨운하게 잠을 잔거 같아서
나도 잠을 꺠어야겠단 생각에 밖으로 나가서 담배 1개피를 피면서 휴대폰 전화기를 켯다.
켁!켁!......저녁 11시 45분.....머냐...이거....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 짐꾸리는 아저씨들...밖에서 술먹고 이제 배낭을 싸고 주무시려는 것이였다.
당황스럽고 황당했고 나 자신이 허탈했다. 다시 잠을 청할려니 도저히 힘들었고,
산장내 히타때문에 너무 더웠다. 1-2시간을 뒤척이다가 침낭만 들고 밖으로 나간다음에야
겨우 다시 눈을 붙일수 있었다.



노고단 산장에서 아침을 해결하고 점심때 먹을려고 유부초밥을 쌋다. 나름 간편하다.



노고단 언덕에서 본 노고단 정상 저기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인가 기억이 가물한데 그때만 개방한다.
휴식년제 때문인거같다.



노고단 고개에서 본격적으로 종주코스로 진입하는 길이다. 눈앞에 보이는 봉우리란 봉우리는 죄다 다 넘어야 한다.



임걸령의 샘터에서 맑은 물이 끊임없이 흘러나온다. 노고단에서 채웠던 수낭을 비우고 임걸령물로 대채했다.



요즘 반달곰의 출현이 잦나보다. 난 혼자 걷는데 곰이 나오면 어쩌지? 라는 생각이 들만큼 곰출현지역이라는
현수막을 많이 봤다. 그러다보니 이런 현수막을 자세히보며 곰을 만나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숙지까지 해보는
나였다.



반야봉으로 오르는 길목과 만나는 노루목이다. 작년에 내가 저기 올라갔다가 다리풀려서 연하천 대피소까지 죽썻다.
보통 종주하는 사람들은 절대 안오른다고 한다. 나도 절대 이번은 안올라갈테다.



노루목에서 탁 트인 경치를 보며 세월아 네월아 쉬고 있다. 어짜피 일정은 널널하게 잡고 왔으니 급한거 하나도 없다.



삼도봉이다. 전라남도와 북도 경상남도가 만나는 지역이다.



삼도봉에서 만난 토종 다람쥐 너무너무 귀엽다. 이쁘다. 청솔모를 보면 잡아죽이고 싶지만 다람쥐를 보면
콱! 깨물어주고 싶다. 가끔 집다람쥐를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등산로를 따라 가끔 등장하는 다람쥐를 보면
나도 모르게 얼굴에 미소를 짖게 된다.



화개재로 내려가는 계단....일화에 의하면 계단이 너무너무 지루해서 숫자를 살리면서 오르거나 내려가는 사람이
많다고 하는데... 300개에서부터 500개까지 정확한 숫자는...몇개지 다음에 살려볼까나...



화개터에서 한컷. 하루밤 사이에 많이 늙었구나 자네!



여기서부터 연하천 대피소까지의 길을 나는 제일 싫어한다.




언제봐도 아담한 연하천 산장. 산장을 관통하는 물줄기가 참 고맙게 느껴진다.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고 하늘은 붉게 물들려고 한다. 힘든것도 잠시 잊고 오늘 하루 수고한 태양을 바라보며
오늘도 수고했어라고 나 자신을 다독여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