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는날

뽀리이야기 2007. 3. 24. 18:41 Posted by 스스로 바뀌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오랜만에 비가 내린다.

나름 봄비라고 생색이라도 내는지 살랑거리는 바람이

얄밉지 않게 내 얼굴을 스치고 지나간다.

 

비가 오면 마음이 감상적이 된다고 했던가

오늘 출근을 하며 빗물을 치우느라 자기혼자 바쁜

자동차 와이퍼를 바라보며 문득 예전에 읽었던 방랑시인 김삿갓의

일부분이 생각났다.

 

역대 벼슬길에 있던 한 탐관오리를 비방하는 글을 써 장원급제를 하고

그가 자기 할아버지라는 사실을 알게되자

그길로 방랑길에 오른 김삿갓

 

그가 어느 산골자기에 하루밤을 신세질 요량으로 문앞에 다다르자

어느노부부의 이야기 소리가 들려왔다.

그내용은 여보 당신이 먼저죽어야지...아니야 아니야 당신이 먼저 죽어야지

저로 먼저 죽어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김삿갓이 너무 궁금해 그 연유를 물으니

 

지금 다 늙어 둘만 의지해서 살아가는데 한사람이 죽으면 혼자 남은 사람은

얼마나 외롭게 지내고 지켜보는 이 하나없이 땅속에 묻히지도 못할터인데,

차라리 그 외로움과 고통은 내가 감당하겠다는 말이라고 했다.

 

이 대목을 읽을때 웬지 가슴이 뭉클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늙으나 젊으나 지고지순한 사랑만이 이런생각을 가능하게 하지 않을까

 

어쩌면 그런 사랑이 오늘따라 너무도 그리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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