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올레 3코스 - 조카덕에 다시찾은 이길

여행/제주올레트레킹 2009. 8. 1. 03:03 Posted by 스스로 바뀌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제주도 3일차 어제는 조카와 영민이 단둘이서 2코스를 돌았고 나는 온평포구에서 탑을 쌓았다. 영민이와 단둘이
돌아서 그런지 상현이의 기분은 어제까지만해도 아주 좋은듯 보였다. 그러나 넌 오늘도 걸어야 한다.
3코스 22KM이지만 우회길이 있어서 25킬로는족히 되는 머나먼 길이다.
상현이는 첫날 15.3킬로 둘째날 17.2킬로 세째날 25킬로를 연달아 걷게 되었다. 어제 영민이에게 물어보니
첫날에 물때문에 고생을 많이 한 상현이는 물을 참을줄 알게 되었고 여유분의 물을 많이 들고 다녔다고 한다.
3코스를 걷는 오늘도 상현이는 작은 몸집에 물무개만 4킬로 이상을 짊어졌다. 물에 너무 집착을 보이는거보니
좀 안쓰럽기도 했지만 그만큼 좋은 경험을 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오늘은 하루종일 날씨가 안좋았다. 3코스 중간 김영갑 갤러리앞 버스정류장에서 찍은 사진이 첫번째인건
그동안에 걸으면서 비가 너무나 많이 내려 카메라를 꺼내들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멀쩡해보이는 영민이와 조카와
현정이지만 조카만 빼고 나를 비롯한 나머지는 빤쭈까지 다 젖은 상태다.
3코스 혼자 걸을땐 징글징글 했었는데 비맞으면서 걸으니 3코스도 느낌이 참 괜찬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현이에게 처음엔 우비를 입혔지만 나중에 춥고 힘들다고해서 머리엔 고와텍스 모자 상의는 바람과 빗물을
모두 막아주는 OR 윈드자켓까지 무장시켜주어서 저놈만 머리가 뽀송뽀송했으며 상의도 자기 땀에 젖었을뿐이다.
중간에 힘들고 배도 고프다고하는 조카떄문에 땅콩잼이 들어있는 요즘애들은 절대 먹지않을 샌드위치를 하나
꺼내어 줬는데 비를 맞으며 불쌍하게 맛있게 먹던 조카 얼굴이 떠오른다.
중간에 식사할곳이 없어서 빵을 사왔었는데 비를 피하면서 빵을 먹을곳이라곤 이곳밖에 없었다.
이곳에서 빵을 너무 맛있게 갈라 먹었다.  나름 상현이 생각한다고 나는 빵 한조각만 먹고 상현이 더 먹으라고 줬다.
솔직히 배가 너무 고팠는데...이놈이 너무 맛있게 먹어서 그냥 다 줬다...난 한조각 먹었는데 저놈 마지막엔 3개을
움켜지고 한꺼번에 먹는다.
오늘 3코스는 신기하게도 우리가 쉬면은 빗줄기는 잠잠했다가 출발할려고 하면 억수같이 퍼붓는 현상이
수십번 반복해서 일어난다. 너무 이상해서 하늘을 가끔 쳐다봤다. 만화에서처럼 비구름이 우리 머리위를 떠다는가
싶었다.

일전에 가봐야지 가봐야지 하던 김영갑 갤러리를 이번에야 가게 되었다. 온몸에 빗물을 뚝뚝~ 떨구면서...
김영갑님이 생전에 써놓았던 일기같은 글들이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으며 제주도 오름들과 구름들의 파노라마
사진이 장관을 이루었다.

김영갑 갤러리를 나서며 단체 사진을 찍었다. 현정이 모습이 삐삐같다 ㅋㅋ

우물안 개구리에서 상현이가 못가겠다고 아우성이고 영민이까지 상현이편을 든다. 일단 상현이를 데리고 끝까지
가긴 했지만....난 우물안 개구리에서 상현이에게 단지 혼자 게스트하우스 갈래 아니면 삼촌따라 끝까지 따라가서
종착지에서 맛있는거 먹을래 선택권을 줬다고 생각했건만 현정이와 영민이의 반응은...그렇게 협박하면...애가
당연히 삼촌 무서워서 따라가지..라고한다. ^^:; 협박했었나...
그래도 그후에 조금 걷다가 상현이 배낭을 내가 들어 주었다. 자세가 안나와서 배낭 2개 들고 가기가 무척
상거러웠는데...아무도 날 생각해주는이는 없고...단지 상현이는 배낭이 없어서 조금 신났을뿐이고...

3코스의 막바지쯤 바다목장...이곳에서 빗줄기가 약간 주춤하여 사진을 찍어 주었다.
그러나 거쎈바람은 쉬지않고 몰아친다.

상현이의 늦은 걸음걸이에 3코스를 장장 9시간에 걸쳐 걸었다.
얼굴을 때려주시는 매서운 비바람속에서 상현이 덕에 영민이와 현정이가 더 고생한듯하다.
상현이에게 약속한대로 이곳 표선해수욕장에서 1인분에 12000원하는 흑돼지를 먹었다.
고기가 익기전까지 상현이보다 현정이와 영민이가 손을 부들부들떨며 고기가 익기를 더 기다리는 눈치다.
오늘 하루 상현이는 빵을 넉넉하게 먹었지만 나머지는 그렇지 못했기때문에 무척 배가 고프긴 했을거다.
고기가 익자마자 입에 집어넣기 바빳으며 이렇게 맛있는 돼지고기는 세상 어디에도 없을을거며
몸을 따뜻하게 한다는 핑개로 시킨 하얀 한라산 소주는 1병에서 3병이 되어 있었다.
고픈배를 채우고 나니 현정이도 그렇고 영민이도 그렇고 세상 어디에 갖다놔도 나 지금 너무 행복해요~
라는 표정을 짖고 있었다. 모두 배고부른데 상현이가 냉면에 관심을 보여서 원하는대로 냉면까지 다 시켜주었다.
어제 온평포구에서 탑 쌓기 노가다 용돈벌이는 오늘 이 한끼로~ 훨~~훨~~ 날아간다.

빗솟에서의 3코스는 새로운 느낌으로 내게 다가왔으며 올레길은 주변의 사람 그리고 날씨가 좌우한다는말이
틀린말은 아닌것이다. 가끔 제주올레에서 3,4,코스가 좋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그땐 정말
미친거 아닝? 하는 생각이 들었었는데..오늘 3코스를 걷고 보니 비올때 다시 4코스를 걷고 싶어졌다.
좋지않은 올레길은 없다. 단지 그걸 오감으로 느낄 주변의 환경이 중요한것이다.

오늘의 3코스는 정말 잊지 못할 추억이 된듯하다.
매서운 비바람속에서 해녀들의 탈의실에 숨어 부들부들떨며 담배를 폈던일..
김영갑 갤러리를 나와 영민이가 미친듯 뛰었던 일..
다 젖은 신발따위 신경안쓰고 첨벙거리며 표선해변을 완벽히 가로 질렀던일...
흑돼지 앞에서 음흉한 미소를 지었던일...
너무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서 행복에 겹다.

마지막으로 이 조카놈아~ 니가 새벽에 13코스 가기싫어요라고 왕~큰 잠꼬대를 해서 같은방 게스트 하우스사람
다깨우고 삼촌까지 다 깨우고....둥지황토마을에서 삼촌 완전히 나쁜 삼촌으로 찍힌거 넌 아냐?
나중에 너 혼자 부산 보내고 나서 조금씩 안 사실이지만 삼촌말곤 게스트하우스 사람들이 그렇게 잘해줬다메?
삼폰 있을때는 말한마디 잘 안하더니 게스트 하우스 사람이랑은 그렇게 말 잘하고 잘 지냈다메?
그리고....부산가서도 삼촌한테는 전화한통 없더만...영민이한테는 전화를 3번도 넘게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