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둘레길 주천-운봉구간(2/2)

여행/지리산둘레길 2009. 8. 20. 21:14 Posted by 스스로 바뀌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산을 내려온후 시골길의 풍경이
우리뒤를 따랐다.
논밭안쪽으로 TV또는 민속촌에서 본듯한 초가집이 초록빛깔
풍경과 어울려 자연과 하나된
주거지를 뽐내고 있었다.



생각없이 떠나온길
근심걱정따윈 달나라에 던져버리고
나는 지리산 둘레길위에 내몸을 맡겼다.
제주올레에서의 자유스러움이
내마음의 평온이 둘레길까지 길동무가
되어줄지 그땐 미쳐알지 못했으나
지금 둘레길에 나는 서있다.

각박하게 살아온 시간들
10년세월을 회사에 바치고
겨우 5-6개월 놀았다고 안절부절 못하던
내자신은 그동안 얼마나 세상에 얽매어있던가
내 자유는 언제부터 사라졌던걸까

오는게있는면 가는게있는게 세상이치지만
10년 세월을 6개월과 바꾸고 나니
내손에 쥔것은 모래알 한줌처럼 금새
흩어져 사라져가고 있다.
나는 무엇을위해 그토록 열심히 살았던가

죽도록 회사에 매달렸던 10년세월보다
6개월 나에게 준 휴가와 자유가
10년세월보다 훨씬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지금은 벌어둔 돈이 있어서 이렇게
더 자유스러운걸까
앞으로도 10년을 벌고 6개월의 자유를 누려야
하는가....

나는지금 그 답을 알지못한다.




논길을 벗삼아 걷다보니 저멀리 덕산 저수지가 나왔다.
지리산 자락으로 둘러쌓인 덕산 저수지는 당연히 맑을거라는 환상에 사로잡혀  나의 시선은 호수에 한참동안이나
사로잡혀 있었다. 그러나 그 맑음의 진위는 파악하기 힘들다...왜냐면 저 호수는 길에서 너무멀다.



어릴적 명절이면 시골에 할머니를 뵈로 왔었던 그 길위 나는 서있다.
풀들과 흙들이 뒤엉킨 이 길위에서 나의 다리는 그 폭신함에 행복했고 나의 마음도 푸근했다.




길위에서 만난 아주머니 세분과 호수근처에서 만났다. 날씨도 흐렸고 버스사건으로 늦게 출발했기때문에
으슥한 숲길을 통과하기가 못내 못미더웠던 아주머니들께서 이 총각들 따라가야겠다면서 뒤따라 오신다.
종호는 아주머니들과 이전저런 이야기를 하며 걸었고 나는 아주머니들과 이야기를 하기보단 뒤에 쳐져서
날씨는 흐렸지만 내 눈길을 끌어가는 풍경찍기에 정신이 팔렸다.




























지리산둘레길 표지판이 꼭 인형같이 보여서
한장 찍어보았다.
이놈이 가만보니 팔도있고 눈도 있고 귀까지
있는것이 참 이뻣다.




날은 점점오두워지고 하늘에서 빗방울은 곧 떨어질듯 하다. 여기물이 제법깊고 맑아 이곳에서 야영을할까
잠깐 생각을 했었는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빗방울이 그 타이밍에 내리지 않았다면 여기에 텐트를 쳤을텐데
걍 Go.!



주촌-인봉구간이 거의 끝나갈무렵 아담한 정자를 발견했다. 하늘에서 조금씩 비도 내렸고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이곳에서 무거웠던 배낭을 내려놓았고 곧 하늘에선 무섭게 빗줄기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운이 있는건지 없는건지... 일단 재수!!라는 말이 입밖으로 튀어나왔다.
정자옆엔 산림청이 있었는데 그곳앞 수도가에서 식수를 구할수 있었고 그곳에서 등목을하고 땀으로 범벅이 된 몸을
씻껴내었다.  



첫날 지친상태라 밥하기 영 귀찬은 우리 2분은 씻은후 다시 물뜨러 가기가 귀찬아서 정자에 떨어져내리는 빗방울을
코펠에 열심히 받아서 빗물로 햇반을 덮였다.



내텐트 2-3인용은 친구 원권이가 압수해가서 종호의 1~2인용 텐트에 배낭을 풀었다.
말이 1-2인용이지 1인용이다. 2명자기엔 너무 비좁았지만 그ㅏ런거 따질때가 아니다.
비라도 내리지 않으면 밖에서 자겠는데...



젖은 옷은 말려야했지만 딱히 말릴곳이 없었으나 종호의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스틱을 이용해서 정자 3군데
모퉁이를 이용해서 빨래거릴 말렸다.


첫날의 스페셜메뉴 오뎅탕을 끓이기전
종호가 포즈를 잡는다.
그런데 종호야 왜그리 없어 보이니...

첫날이라 배낭이 만땅으로 무거워서 고생을
한거같다. 둘레길을 다녀오고 4KG이 빠졌다는
종호...불쌍해 ㅋㅋ

빗물에 덮여진 햇반도 준비되었고
이제 오뎅탕을 끓이고
반찬을 꺼내고 밥만 먹으면 저녁은
해결된다.

구수하게 끓여진 오뎅탕에
정자 바로옆에서 고추 1개를 꺽어와서
오뎅탕에 합체를 시켰다.

햇반하나로는 허기를 달래기 어려웠지만
푸짐한 반찬과 오뎅탕으로
우찌저찌 저녁을 해결했다.

몸이피곤하기때문에 소주한잔이 간절했던
이날 오뎅탕과 함께 마시는 소주는
비싼 술집의 고급술과 비할바가 아니다.

진수성찬이란
맛있어보이는 반찬이 상다리가 부서지도록
많은것이 아니다.

배고플때 맛있게 먹을수 있는것이
진수성찬이다.




이날 배낭에 들고온 소주를 1병빼곤 모두 해치워 버렸다. 술한잔에 기분좋은 종호가 실장님?하고 통화중이다.
이때만해도 빗방울은 조금 잦아들었었고 텐트안에는 배낭과 짐만 넣어놓고 밖에서 잘려고 했는데
잘려고 누운지 얼마안되어서 거센 비바람이 몰아쳤고 이죽일놈의 모기들과 사활을건 전투를 치뤘다.
처음에는 밖에서 두번째는 머리만 텐트안으로 집어넣었으나 모기들의 대규모 공략에 버티질못하고
좁은 텐트안에 쳐박히는 신세가 되었으나 모기들의 공세는 그칠줄을 모른다. 모기향 생각이 너무나너무나 간절하다.
10분자고 깨어나기를 반복하고 나의 팔다리는 모기들의 식량이 되었다.
텐트밖엔 비바람이 몰아치고 정자마루는 뷧물의 침공이 이어졌다. 이날처럼 아침이 밝아오기를 간절히 간절히
바래본지가 언제였던가...
10년전 대학교 졸업하기전 취직하면 산에 가기횜들다는 생각에 한겨울 혼자 금정산에서 1박2일을 보낸 그날밤이
생각났다. 햇님씨 보고싶어. 



아침이 밝았고 빗줄기는 사그라져 있었으며 나의 종호의 토끼눈은....우짤꺼야....
그래도 햇님이 고맙다.
밤새내린 비로 종호의 침낭이 다 젖어버렸고 젖은것들을 말리기에 정신이 없다.
일단 밥을 먹을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 정자마루에 고여 있는 물을 종호가 털어내고 아침을 새벽같이 지어먹었으나
젖은 물건이 많아서 빨리 움직이지 못했다.



텐트와 침낭을 말리는동안 부족했던 잠을 보충하기위해 젖지않은 내침낭을 끌어안고 나는 단잠에 빠졌다.
이날 아침의 1시간 단잠이 얼마나 달콤했는지 나는 그 기분을 말로 설명하지 못하겠다.

모기 다 쥑이겠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