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둘레길 인월-금계구간(2/2)

여행/지리산둘레길 2009. 8. 21. 23:30 Posted by 스스로 바뀌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이날이 아마도 지리산 둘레길에서 가장 힘든날이였던거 같다.
둘레길책에서는 인월-장항 , 장항-금계로 나누어져 있지만 이날 하루만 운봉->인월 9KM, 인월->장항9KM,
장항->금계 10KM 총 28KM의 길을 걸었다. 제주올레길과는 달리 등산로가 많고 오르막이 많은편인 지리산
둘레길에서는 분명 무리가 있는 길이였지만, 우리는 뜻하지 않게 무리수를두게 되었다.


장항마을바로전에 멋드러진 소나무가 우뚝 서있었다. 이곳마을을 지키는 당산나무였다. 혹여나 지나가는이가
나무에게 해를가할까봐 나무들레에는 줄이쳐져 있었다. 그저 한걸음밖에서 바라만봐도 마음이 가득매워지는기분이
드는 웅장한 모습이었다.



장항마을을 지나니 바로앞에 버스가다니는 도로가 나왔다. 주변을 쭉 살펴보았으나 시간도 애매했고
주변에 텐트를 칠만한 장소도 없었다. 도로를 지나 표지판을 따라가니 어김없이 산쪽으로 우리를 안내하고 있다.
100%로 예상했었다. 장항마을에 내려서서 사방을 둘러보니 온통 산이였기 때문이다.
산길을 걷는내내 등구재라는 표지판이 우리를 따라다녔다. 길을 걷다보니 한참동안 오르막이 나왔고 그 오름길위에서
초등학생쯤 되어보이는 여자아이와 함께 걷는 부부를 보았다. 부모님들이 뒤쳐지고 여자아이는 빨리 안오냐고
보채고 있었다. 웬지 기분좋아지는 풍경이다. 나도 언젠가 내 가족들과 저렇게 걸을수 있겠지.
그길이 끝나는곳에 휴식하는 의자도 있었다. 종호와 나는 여기가 등구재구나 이제 조금만가면 금계구나 이렇게
생각했지만 엄청난 착각이었다.  



등구재라고 착각한곳부터 많은 시간을 걸었다. 등구재라는 표지판이 간간히 나왔다. 오르막도 오르고 논길도 걸었다.
논길위로 저기 높이 보이는 저 산능성이가 등구재란 말인가...낮에는 그렇게 얄미웠던 햇살이 조금씩 사그라드는게
더욱 아쉬운 시간이다.



논길을 따라 오르다보니 농사를위해 만들어놓은듯한 호수가 나왔다. 제법 높은곳에 아담하게 호수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호수에 감탄하기보단 수통에 물이 다떨어져가고 있었으며 아침에 먹은것말고는 점심때
소세지 하나 꺼내먹은게 다라서 배도 무지 고팠지만 저 앞길은 끝없는 오르막길이다.
우리는 어짜피 식량을 다 싸가지고 왔지만 인월을 지나 장항에 도착해봐야 별로 사먹을곳이 길위에선 눈에뛰지
않는다. 그리고 장항에서 금계구간도 딱히 사먹을곳이 없다.(참고하세요, 그러나 등구재바로밑에 작은가게있어요)



사진으로는 오르막길처럼보이지 않지만 우측에 층층히 계단식 논을보면 경사가 얼마쯤 되는지 짐잘될것이다.



길 우측으로 펼쳐진 광활한 계단식 논이 내눈을 잡아 이끈다. 이 벼들이 모두익어 고개를 숙이면 얼마나 장관일까
또한 고개숙인 벼들이 바람에 한꺼번에 흔들리면 얼마나 멋질까.



역시 사람은 죽으란법이 없다. 등구재 조금전 한쪽으로 작은가게가 있었다. 그리고 물도 있었다. 궁하면 통한다.
이말을 실감하는 순간이다. 무얼파는지보단 일단 이곳에 걸텨앉았다. 웬지모를 안도감이 내몸을 깜싼다.
이곳에서 식혜를 한사발 먹었는데 일반식혜와 구절초식혜가 있었는데 구절초식혜를 한사발 먹었다.
약초를먹는듯한 싸한기분이 들었지만 살얼음이 둥둥 떠있는 그 시원한 구절초 식혜는 정말 끝내줬다.
구절초라는 약초이름이 붙어서 그런지 온몸에 힘이나는듯한 착각이 들었다(구절초 식혜 1000원)
이곳에선 나는 컵라면이라도 먹고가자고 했는데 종호가 이제다왔는데 나중에먹자고한다. 나는 무지 먹고 싶었는데
컵라면의 미련을 버렸다. 우리는 그이후 날이어두워져서도 걸었는데 종호야 그떄 야밤에 걸을때 여기 컵라면
생각 안났었냐?
이곳에서 물을 넉넉히 채운후 등구재를 향했다. 물무게 때문에 배낭은 무거워졌으나 이 무거움이 행복했다. 



해가 완전히 기울어간다. 종호와 오붓하게 그림자사진을 찍어보았다.



여기가 등구재, 등구재에도착하니 표지판이 붙어있다. 경남 창원마을과 전북 상황마을의 경계이며 경남에서 전북
인월쪽으로 장을보러 가던길...그래 장을보고간다고 가는거야 그렇다치자...장보고 오는길에 사람죽을일 있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여기서 우리는 전라북도에서 경상남도로 한걸음 내딛고 있다.
햇님이 이미 도망가버린뒤라 카메라를 드니 자동으로 플래쉬가 터졌다. 아직해가 2시간 정도는 있을거 같았는데
생각보다 빨리 저무는듯하다.



등구재를 넘으니 내리막이 시작되었다. 생각보다 길고긴 내리막이어서 종호의 무릅이 부담이 되는듯하다.
이렇게 길고 긴 내리막은 한참동안 계속되었고 날은 점점 저물고 있었다.



동물들의 식수원인듯한 이곳이 어두워져 보이니 귀신이라도 튀어나올서 같아서 약간 오싹한 기분이들었다. 
여기호수를 마지막으로 이날의 사진은 접었다. 너무 어두워져서 사진을 찍을수 없었기 때문이다.
날이 어두워졌지만 그래도 길이 흐릿하게 보이는동안에는 창원마을에 도착할수 있었다.
창원마을에 도착해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조금멀리 드문드문 보이는 집의 불빛들이 조금 안도감이들게 했다.
계곡물이 흐르는 다리위에서 해드랜턴을 켜고 주변을살펴보니 텐트칠곳이 마땅치 않았다. 그래서 근처에 잠잘곳을
찾아보니 한군데 간판과 전화번호가 있었으나 이곳에서 조금 걸어가야하는거 같았다. 종호에세 의견을 물었다.
지도상으로는 창원마을에서 금계까지 얼마되지않는거 같았고 내리막길같아보였다. 종호가 형님 조금만 고생하고
가죠라고 했다. 나는 가고싶었지만 종호가 힘들어하는거 같아서 물어본건데...
지리산둘레길에서의 결정중 이 결정이 최악이었던듯하다. 당연히 내리막길인줄 알았던 창원에서 금계길은
전혀 내리막길이지 않았다. 한치앞도 안보이는곳에서 논길을 걸었고 오르막 산길을 걸었고 산허리를 둘러걸었고
끝없이 이어지는 내리막도 걸었다.종호표현을 빌리자면 손을내밀면 자기손도 안보이는 좁은 등산길
해드랜턴이 2개있었으나 만약을 대비해서 한개는켜지않고 종호에게 랜턴을주고 길잡이를 맡겼다.
나는 그나마 경험이 많아서 길이 잘안보여도 종호를 따라갈수 있지만 종호는 힘들거 같아서 길잡이를 맡겼다.
생각외로 가도가도 산길을 오르고 산허리를 둘러가니 길을잘못든건 아닌가 의구심이 계속들었던지 종호가
형님 다시 창원마을로 돌아가자고 했으나 나는 별다른 갈림길이 안나왔으므로 진행하라고 했다. 
종호는 첫 야간산행이고 너무 캄캄하고 앞장을서다보니 조급한 마음이 앞섰는지 페이스가 너무 빨라지고 
종호와달리 칠흙같은 어둠속에서 널 따라가는 날 전혀 신경써주지 않는다. 이러다가 완전 오버페이스가 될꺼 같아서
몇번이나 종호발걸음을 멈추기위해 농담도하고 밤하늘에 별이많다는둥 말을 많이 했다.
이날걸으면서 반딧불을 보았다. 언제 보고 보지 않았던가. 갈길바빳지만 종호와 반딧불을보며 마음을 한번 다스렸다.
저멀리 불빛이 조금 보이기시작할즈음 종호가 조금씩 날 신경써주며 한마디한다. 걷다보니 형 신경안써서 미안하다고
형이 뒤에 따라온다는걸 조금 잊은거 같단다. 이날 둘다 다치지 않은게 다행이라면 다행인거 같다.
금계구간은 산에대해 경험이 없으신분은 절대 야간산행은 금했으면한다.



금계에 도착하자 펜션들이 나타났다. 그앞에 앉아 담배를피고싶은 맘이 굴뚝같았고 그 담배맛은 캬~ 죽였다.
텐트칠곳을 물색하고 어디서할까 생각중인데 펜션 사장님인듯한분이 다가오시면서 이제야 내려오냐며 왜이렇게
늦었냐머 걱정을 해주신다. 그마음이 너무 감사했다.
잘곳을 안정했으면 이곳에서 자고가라고 하셨지만 문제는 돈이 문제다 오늘의 일정으로 둘은 만신창이가 되었기에
저렴하다면 이곳에서 자는것이 내일일정을 위해서 좋을거 같았다. 다행히 사장님이 우리를 생각해서 방을 저렴하게
주셔서 이곳에서 배낭을 풀렀다. 마음이 쏴~악하고 풀린다. 정말 감사합니다.
방을 싸게 내어주신것도 감사한데 지금 친척들과 고기를 구워먹으며 소주한잔하고 있다며 거절하는 우리를 한사코
자리에 끌어들이신다. 그자리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고 정말 맛있었던 돼지고기와 맥주한잔을 대접받았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맥주와 돼지고기였다.
펜션에서 샤워를하고 그래도 배가고파서 팬션에서 배낭을 풀어 저녁을 챙겼다. 소주가 한병남아 있어서 소주도
반찬삼아 후딱 해치우고나니 이게바로 행복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종호와나는 정리를하고 망설이지않고 바로 잠을 청하기로 했다. 오늘은 서로 너무 지쳤다.
종호가 잠들기전에 한마디한다. 형....저 내일 정말....못 걸을지도 몰라요. 그말이 조금 슬프게 느껴졌다.
그래도 종호야 함께 불평없이 여기까지 와줘서 너무고맙다. 너도 마찬가지지만 형또한 오늘일은 잊지못할거 같다.
금계에서의 단잠은 너무 달콤했고 밤하늘의 별은 무수히 떠있었다.

http://www.지리산팬션.kr/                         <--- 이곳이 저희가 묵었던 팬션입니다. 마음따뜻한 사장님이 계셔서
온누리 팬션  055-963-3350 , 010-2909-1726            정말  푹 쉬었습니다. 다시한번  사장님께 감사드립니다.



팬션방문을 열면 지리산 천왕봉이 한눈에 들어오고, 밤이되면 하늘엔 무수한 별들이 춤을추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