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둘레길 동강-수철구간(1/2)

여행/지리산둘레길 2009. 8. 23. 01:33 Posted by 스스로 바뀌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어제 술도없고 일찍잠들어서 그런지 아침에 눈을일찍 떴다.오늘은 조금일찍 움직일려고 따로 밥을하지않고
비상용으로 들고온 즉석 비빔밥으로 아침을 해결했다. 제법양이 많아서 뱃속이 든든하다.


다른텐트에선 아주머니들이 아침밥을 하시려고 서두르지만 우리텐트가 있었던자리는 이미정리가 끝나 왼쪽의
그자리만 깨끗히 비워져있다.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묘한 아쉬움과 오늘만 걸으면 구간이 끝난다는 즐거움이
뒤엉켜 마음이 즐거우면서도 심란하다. 그러나 발걸음자체는 상당히 가벼웠다.



동강-수철구간의 시작은 논길을 따라 걷는길이다. 논에물을대는 수로가 수돗물보다 더 맑아보인다. 가끔개구리들이
우리앞길을 가로막기도했고 종호가 참개구리는 없나하며 두리번 두리번 살핀다. 



논길을빠져나와 한적한 도로를따라 걷는데 자연이 만들어놓은 수영장이 나왔다. 오전9시가 아니였더라면
가던길을 당장 중지하고 뛰어들었을거 같다. 제주도 돈내코에서 보았던 그 물색깔이다. 이물이 조금만 더 깊었다면
완전 똑같았을거 같다. 종호와나는 절로 한숨이 나왔다. 아~ 여기에 텐트를 쳤어야 하는데....



산청-함양사건추모공원앞에서 등산로가 열렸다. 이제 이산만넘으면 우리의 종점이 나올것이다.



등산로 초입에서 종호가 호들갑을떤다. 형 저기~ 그쪽을보니 다람쥐가 있다. 종호는 참다람쥐는 처음보는듯했다.
그러나 나는 지리산 능선에서 바로곁에까지 다가온 다람쥐를 많이 보았다. 종호는 그저 저 다람쥐가 너무 귀여웠나
보다. 부산금정산에서도 가끔 다람쥐를 많이 보았는데 언제부터인가 참다람쥐는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버린거 같다.
내나이 얼마먹진 않았지만 31살이 되기까지 내가 알던 어렸을적 자연은 점점 깊숙히 숨어들어간다.
집근처에서 보았던풍경은 점점점 깊은곳으로 들어가야 예전의 그 모습을 보여준다. 나이가 들면 그자체로도
서럽지만 이런것도 서럽다. 자연은 원래 그대로가 좋은거 같다.



등산로에 들어서기위해 계곡을 건넜다. 그곳에도 수영하기 좋은곳이 나왔다. 이곳은 그리알려지지않은곳인지
사람들의 흔적은 전혀 없었다. 계곡에서 놀려면 이런곳을 와야하는데...내년여름에 계곡을 찾게된다면 기필코
이곳으로 오리라 생각하며 이곳을 지나쳤다.



물을건넌뒤 좁고 아늑한 등산로가 이어졌다. 길옆을 따라 계곡물이 쉼없이 흘려내려 물흐르는 소리를 계속 들을수
있었다. 물이 조금더 깨끗했더라면 지리산 둘레길중 최고의 길일이라~ 포근한 느낌이 들었다.
상류로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의아심이 들었던건 윗쪽에 물이 오염될곳이 없는데 왜이렇게 물이 흐릴까?라는
의구심이었다.



산길을 슬금슬금 오르다보니 상사폭포라는 표지판이 나왔다. 그냥지나치기엔 아쉬워서 상사폭포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폭포줄기에서 떨어지는 물은 그래도 깨끗했다. 종호가 여기서 폭포를 안맞으면 후회한다고 혼자폭포속으로
뛰어들어간다. 나는 옷 적시는게 싫어서 종호의 폭포놀이를 지켜만보고 있었는데 웬지 부럽다.
그러다문득 옷 버리기싫으면 벗으면된다?라는 단순한 생각이 머릿속을 지나갔다. 이른시간이라 사람들도 없을거
같아서 팬티까지 홀딱 벗고 나도 폭포안에 내몸을 맡겼다. 엄청 차갑고 떨어지는 물줄기가 온몸을 훝고 지나갔다.
전문 마사지사에게 시원하게 안마를 받는기분이다. 처음에는 물맞으러 갔다가 어께 허리 부위를 바꾸어가며
한참동안 맛사지를 받았다. 배낭때문에 허리와 어깨가 좀 뻐근했었는데 이곳에서 다 풀린거 같다. 







동강마을에서 산 고맙수라는 생수통을 보니 조금 장난끼가 생겼다. 이름자체도 너무 우스웠는데...
상사폭포에서 CF사진을 한장 찍어보았다. ~~~고~~~맙~~~수~~~
찍힌 사진에 만족해하며 폭포수에 피로가풀린 몸을 이끌고 길을 이어갔다.



폭포수아래의 암반에는 마치 페인트로 붓칠을한듯한 암반이 시원스럽게 펼쳐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