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둘레길 동강-수철구간(2/2)

여행/지리산둘레길 2009. 8. 23. 03:08 Posted by 스스로 바뀌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상사폭포를지나 오르막길을 좀더 오르니 정상부근에 도착했다. 정상은 아니지만...
산위에는 차가올라올수 있는 다른 도로와 만났다. 무슨 약초같은것을 재배하는 밭이었다. 열심히 등산로를 따라올라
왔는데 차량과 마주치니 웬지 허탈한 기분이다.


사방이 지리산으로 둘러쌓여있는듯하다 어딜봐도 산이고 또 산이고 산이다.
산을 좋아하지않는 둘레꾼들은 지루할지도 모르겠다. 제주올레에서는 오름이고 돌담길이고 탁 트인 바다길이 함께
하지만 지리산 둘레길에는 산들과 산들과 산들과 가끔 계곡과 강물과 논밭을 만난다.



누가 둘레길중에 어디가 제일 좋아요라고 물어본다면 나는 망성이지 않고 동강-수철구간이라고 말하고 싶다.
오르막길도 있지만 길이 아담하고 그길엔 언제나 나무들이 햇빛을 가려주고 있으며 가끔씩 나타나는 계곡은
지친몸을 시원하게 해주었고, 작은 능선들은 연이어 이어져있으며 그 정상의 봉우리봉우리마다 탁트인 경관이
나를 반겨주었다. 지루하지 않은 길이었다. 



능선을 넘으면서 봉우리봉우리마다 찍은사진. 사방이 산밖엔 없지만 시원스럽게 뚫려있다. 



능선길을 내려서면서 본격적으로 내리막이 이어졌다. 직감적으로 이 내리막길을 내려가면 이제 종착지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리막길에는 작은 봉우리 봉우리마다 밤나무가 한가득 심어져 있었다. 이마을에는 밤나무를
많이 재배하는거 같았다.



수철마을근처 시골집 창고가 내눈을 끌었다. 산으로 막혀있어 바람이 작은가보다. 툭치면 무너질거 같은데
잘버티고 서있다. 제주도에서 이런 건축물?은 태풍 한방에 끝이겠지? 라는 이상한 생각도 해보았다.



수철리동회관앞에 도착했다. 3박4일의 일정이 끝난것이다. 산길이라 한 5일은 생각하고 왔는데
오후1시에 출발해서 오후1시에 도착했다. 만으로 딱 72시간이 걸린거 같다. 금계에서 완전 개고생을 하기도 했고
동강에서 기분좋게 수영도 하고 상사폭포에서 맛사지도 즐기고, 힘들었지만 즐거운 여행길이었다.
앞으로 이런 여행길에 있는 시간을 늘려늘려 일하는 시간도 즐겁게 여행하는 시간도 즐겁게 인생도 즐겁게
그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과 열망이 더욱 강렬해졌다.

지리산둘레길은 가볼까말까 망설였는데 종호가 가자고해서 마음먹게 되었는데 둘이서 이렇게 둘레길위에 있는게
또한 신기했다. 종호도 나도 고생도 많았고 행복헀던거 같다.

지리산 둘레길은 절대욕심부리지말고 해가 있을때만 움직였으면 좋겠다. 야간산행 경험이 없으신분이면
절대로 랜턴이 있다고하더라도 야간산행은 하지마시길 바란다. 그리고 숙박시설이 많이 빈약하기때문에
미리 꼼꼼히 숙박시설을 알아보고 오시는게 좋을거 같고(우리는 텐트에서 잤으니 괜찬았지만)음식을 사먹을것도
둘레길 위에는 없기때문에 직접 밥을 해먹지 않으신다면 식사를 어디서 해결할건지에 대해서도 미리 정해놓는게
좋을거 같다. 

제주올레는 여자분 혼자서도 많이 오시는데 지리산 둘레길은 한적한 산길이 많으므로 최소한 2명이상으로 다니는게
좋을거 같다. 둘레길을 걷다보면 전화가기 안터지는 구간도 종종있으며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셨으면 한다.
그러나 표시판 하나는 정말 확실해서 조금만 주의를 기울인다면 길 잃을 염려도 없을거 같다.

그리고 마지막으로...전에부터 지리산 둘레길 이야기는 알았지만 "지리산 둘레길 걷기여행"이란 책을보고 그책을
지도삼아 길잡이삼아 둘레길을 걸었다. 책자의 지도를보면 등고선 개념이 희미해서 대충보고 내리막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것때문에 금계에서 고생했다. 둘레길 책자를 길잡이로 삼으신다면 대충봐서 내리막이라는
오산은 절대 범하지 마시길 바란다. 내리막인거 같지만 오르막도있고 산허리를 넘는경우가 허다했다.
그리고 책자에 나오는 사진들을 나는 거의 대부분 볼수 없었다. 힘들어서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지리산길위에서 조금 벗어난곳의 사진도 많은거 같다. 지리산둘레길도 보통 1코스 1루정도로 생각을 많이
하실것이다. 길위에 안보이는곳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 사람은 별로 없을듯하다.
책에서 보았던 풍경들은 잘 안보일지 모르나 푸르른 자연이 지리산 둘레길엔 늘 함께하고 있다.
산을 즐겨 오르시는분이 아니면 다소 지루할지도 모르겠으나 강둑길을 제외하고 산길에선 따가운 햇살이 나무들이
아주 잘 막아주고 있다. 풀잎향기와 계곡물소리를 듣는것에 집중을하시며 천천히 걸으시면 그 지루함도
조금은 덜하실거 같다.

지리산둘레길은 총300km정도의 구간으로 계획되어져 있지만 현재는 주천~수철구간 70km정도 개통되어있다.
다음에 길이 새로 난다면 배낭의 무게를조금줄여 산책하듯 그 나머지 둘레를 쉬엄쉬엄 걸어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