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마라도를 빠져나왔다.
마로도에서 그나마 빨리 나온건 아쉬웠던 나의
제주올레 10코스를 다시한번 보고싶어서였다.
예전에 아무생각없이 혼자 제주올레의 길위에서
내가 있었을때 아쉽게도 송악산부터 모슬포까지
야밤에 헤드랜턴을쓰고 걸었기때문에 주위의
경치를 전혀 구경하지 못했다. 물론 밤에 걸은것도
나름의 추억이 되었지만...
단지 너무 아쉬웠던건 송악산 정상의 비석은
보았으되 송악산에서 보이는 절경을 감상하지
못한게 나에게 한이되면 한이되었던터이다.
언젠간 꼭 다시 보리라 다짐하며 밤에 넘었었는데
그 만회의 날이 생각보다 빨리 온것이다.
발걸음은 생각보다 가벼웠고
송악산을향해 빠르게 나아가고 싶었다.
모슬포에서 송악산을 향하는길에 역올레 표시인
주황의 화살표가 반가웠다. 조금 헤메이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화살표가 마음든든했다.
하모해수욕장 건너편에 있는 저 팬션을보니 반가운 마음이 먼저 들었다. 송악산을 넘어 여기까지 왔을때는 정말
암흑천지였고 여기가 하모해수욕장이 맞는지를 확인하는데도 꾀 애를 먹었었다. 암흑천지에서 저 펜션만이 알록달록한
불빛을 환희 비추고 있어서 웬지 저 팬션 너무 있어보여 비싸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선뜻 저 팬션의 문을 두두리지
못했었는데 몸이 너무 지쳐서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저 팬션의 문을 두두렸더랬다. 그때가 11시가 다되어갔던거 같다.
생각보다 비싸지 않고 요금을 좀 깍아서 정말 지친몸을 잘 쉬었었는데 그때가 참 행복했던거 같다.
그때만해도 여기가 10코스의 종점인걸로 알고 있다. 지금은 모슬포항까지 연장된건가?
하모해수욕장을 내눈으로 처음 보았다. 그때는 파도조차 너무 잠잠했는지 바로곁에 바닷가가 있다는것도 알아채기
힘들었다. 해수욕장곁의 소나무밭틈사이의 표지판을보고 겨우 하모해수욕장인지 알았으니까.
모래가 유실되어 안타깝게도 하모해수욕장은 폐쇠된듯하다.
하모해수욕장부터 한참을 소나무들의 품안에서 걸을수 있다. 예전엔 이길이 아주조금 무서웠더랬다.
랜턴하나에 의지해서 길을 비추다보니 이런길 조금만 정신 놓으면 길을 놓칠거 같아서 무서울 정신으로
길에 바짝 집중한 기억이난다. 환한 대낮의 소나무길은 무척이나 편안하다.
소나무길을 빠져나와 포장된길을 천천히 걸어가본다. 이번 10코스는 회상의 길이 된것인지 밤에 걸었지만 새록새록
그떄의 영상과 겹쳐져 또다른 즐거움이 있었다. 여기쯤 아저씨들이 야밤에 도로 공사를 하고 있었는데....
한참동안 사람을 못보아서 그 아저씨들이 무척이나 반가웠다는걸 그 아저씨들은 알았을까. 공사중이였지만
시끄러웠지만 그분들곁을 그냥 지나가는게 방가웠었다.
이자리, 상수도본부 앞 도로
이자리를 보자마자 알수 있었다.
송악산을 내려와 한참을 걷고 걸어서 상수도본부라는것을
알았을때 웬지 안도가 되었었다.
그동안 둑옆의 암흑속의 세찬파도소리만 들으며 걸었고
갈대길에서 한참동안 표지가 없는길을 내 감만 믿고
걸어서 바로 이자리에 왔었다.
바로 이자리에 배낭을 내려놓고 담배한모금을
정말 기분좋게 폈었던 기억이 났다.
바로 이자리! 바로 알수 있었다.
나에게 안도감을 준 자리.
그 담배맛은 한참동안 기억될거같다.
갈대가 한없이 펼쳐져 있는 구간, 예전에는 여기에 길 표시가 그렇게 꼼꼼하게 되어있지 않아서 조금 초조하게 걸었는데
지금은 너무나 꼼꼼하게 길표시가 잘되어 있었다. 바람이 부는방향으로 한결같이 고개를 떨군 갈대들이 바람의 소리를
표현하고 있는듯하다.
제주도를 걸으면서 수없이 보아온 허수아비를보고 느낀거지만 여기 제주도...허수아비 참 이쁘게 잘 만드신다.
허수아비 옷도 누더기가 아니고 깔끔해 보인다.
저멀리 송악산이 보이기 시작했다. 발걸음이 조금씩 빨라진다.
이자리였다. 검은모래해변이 있는 여기둑길을 걸을때 암흑속에 철퍽거리는 파도소리가 스산했었다.
여기바로아랜 깊을까? 방파제인가? 이런생각을하며 빨리 벗어나고했는데 지금은 물이 저만큼이나 빠져있다.
그떄엔 바로 둑을 쳐내는 파도소리가 스산했었는데 이렇게 생겨먹은 해변이였단 말인가.
둑길을 빠져나오니 화살표는 나를 도로가로 내몰았다. 바로앞에 송악산의 입구가 보이는듯했다.
그런데 이상하다. 그때는 도로가를 한참이나 한참이나 걸어서 바다쪽으로 빠졌었는데...여기도 길이조금 바뀐듯하다
도로길이 줄어들고 송악산에서의 길이 조금 연장되고 가까워진듯한 느낌이다.
송악산에 접어들자마자 말목장이 나왔다. 야밤에 이놈들을 비추니 눈밖에 안보이고...내 랜턴에 놀라 발길질해달까봐
정말 조심조심조심 또 조심하며 옆으로 돌아돌아 비켜갔었는데...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송악산 정상을향한 오르막이
시작된다. 힘들겠다라는 생각보단 이 맑은날의 송악산 정상이 빨리보고싶어졌다.
송악산 정상에 올랐다. 거친숨이 뻗어나왔지만 거의 쉬지않고 올랐다. 사방이 탁 트인경관속에서 재빨리 배낭을
내려놓고 거친숨을 한동안 내쉬었다. 멋진풍경과 나의 거친숨이 한데엉켜 혼란스럽다.
야밤에는 저기 분화구가 마치 악마의 구덩이처럼 끝 없는 벼랑처럼 보였었는데 생각보다 완만하다.
나의 겁대가기가 만들어낸 환상이었겠지.
우측멀리 모슬포가 보일듯말듯한다. 여기까지 1시간좀 넘게 온거 같았는데 꾀 멀리왔구나 싶었다.
송악산이 그리워 발걸음을 서둘렀나했다.
날씨가 맑아 가파도가 코앞에 보였고 저기 멀리 희미하게 마라도도 보였다.
형제섬이 긴꼬리를 내밀고 물위에 둥둥 떠있었다. 하늘이 맑은만큼 바다도 푸르러 형제섬이 더욱 아름답게 보였다.
송악산에 다시한번 오길 정말 잘했다고 잘했다고...
아직올라가보질 못했지만 저기 산방산이 나의 마음을 잡아끈다. 너 기다려! 내가 마음먹으면 언젠가 꼭 간다.
지금은 송악산에서 널 바라만보지만 언젠가 너의 품에서 송악산을 바라볼께라고 혼자 중얼거려봤다.
송악산에서 이사진을 찍어주신문은 옥이누나....정상에서 혼자 사진찍고 놀다가 옥이누나를 만났다.
여기서 나의 혼자여행은 여기서 잠시접기로했다.
송악산에서 옥이누나를 만나 다시 옥이누나와 모슬포항까지
되돌아갔다. 어짜피 나의목표는 송악산까지였으니 만족한다.
옥이누나와 모슬포항에 도착하자마자 시원한 캔맥주를 나누어
마셨다. 예전에 옥이누나와 4코스에서 마셨던 맥주가 생각이났다.
모슬포항에서 옥이누나와 서귀포로가서 두르치기에 소주3병을
즐겁게 나누어 마셨다.
아까 실장님한테 욕들어먹은것도있고 송악산에서 옥이누나도
만났고해서 나는 둥지로 향했다. 그곳에서 콩누나와 경환이형도
다시만났고 진영이와 선우도 박사장님도 양희도 다시만났다.
혼자여행은 잠시 미루었다.
다시 어디로 튈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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