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코스와 술레잡기

여행/제주올레트레킹 2009. 9. 24. 23:15 Posted by 스스로 바뀌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14코스가 개장하기전 사람들이 모이기전에 14코스를 돌고싶었는데 개장일이 몇일 안남았건만
아직까지 화살표가 표시되어있지 않다. 이번에는 표시가 되어 있을줄 알았는데 대실망이다.
그렇다고 그렇게 방황하진 않았다. 전에도 그랬는데 이번이 단지 2번쨰 허탕일뿐 저번에 나만의 제주올레14코스와
다른길로 걸음을 옮겼다. 저지리 마을은 이제 그만좀 보고싶은데 이게 몇번째 보는건지....



저지리 부근에는 콩밭이 유달리 많이 보인다.



월림쪽으로 가다보니 아담한 월림리공원이 나타났다. 정말 아담하다 진짜 아담하다. 공원이라기보단 집앞마당 잔디
에 나무가 심어져있는듯한 느낌이었다. 이곳에 나무자체에 울퉁불퉁 무언가 매달린듯한 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열매가 가지에 열리는게 아니고 나무에 열리는건가? 이런생각을 해보며 한참동안 쳐다만봤다. 한번만져볼껄. 



도로 샛길쪽으로 주인잃은 놀이터가 보였다. 놀이터의 기구들은 폐인트가 벗겨져 있었지만 저곳에 아이들이 있었다면
모든게 커버가 되었을텐데 아이들이 없는 놀이터는 적막하고 찹찹한 느낌이었다.



전에 월림에 슈퍼에서 망오름 위치를 물어본다고 들렀었던 슈퍼앞쪽에 길가에 대추나무가 탐스럽게 열려있었다.
슈퍼에서 맥주한캔을사고 대추를따서 안주대용으로 맛있게 먹었다. 남에집 담넘어로 가지가 뻗어있는것도 아니고
순수하게 길가에 덩그러니 자라있었다. 맥주안주로 따먹고 한주머니 호주머니에 넣어서 걸어가면서 먹었다.
달달하니 맛있다. 월림을 지나 협재쪽으로 걸어가다보니 돌마을이라는 돌 전시실이 나왔다.
돌 전시실은 따로 사진올려야지~ 지금은 패쓰!



돌마을 공원을 맘껏 구경하고 한참을 걸었더니 일주도로인듯한 큰 도로가 나왔다. 그런데 저기 반대편에서 한 아저씨가
열심히 나를향해 소리치신다. 무슨말인지 들리지지가 않아 도로를 건너 아저씨께 다가가니 아저씨도 도보여행자이시다.
걷는동안 나처럼 걷는사람 처음본다며 아주 반가워하신다. 그리고 길을 몰라서 어디로가야할지 애타고 있는데 내가
저멀리서 걸어오더란다. 아저씨께 궁금한점을 설명해드렸다. 아저씨가 대뜸 너무 반갑다며 걸어가는데 급한게 
머있냐며 소주병과 과자를 꺼내셨다. 그자리에 눌러앉아서 아저씨와 이런저런 이야기를하며 소주를 마셨다.
아저씨도 개인장사를하시는데 자식들 대학보내놓고 그냥 무작정 떠나오셨다했다. 도시의 갑갑한 마음과 떠나고싶은
마음은 나이고하가 없나보다. 아저씨는 꺼진 휴대폰을 보여주시며 마누라한테도 아침에 7~8시에만 전화하라고
하고 그떄만 전화기 켜놓으신단다. 계속 전화받으면 혼자 여행온 의미가 없다고 하신다. 지금순간엔 완벽한 자유를
느끼시고 싶다고 하신다. 아저씨! 멋져 보였다!! 아저씨와 헤어지며 사진 한장을 남겼다.
아저씨가 한림공원이 좋다고해서 한림공원에 들릴려고 했지만 가랑비가 슬금슬금 내리고 있었다.
긍늠리에 도착해서 버스정류장에서 비를 잠시 피했다. 



금능에서 비를피하다가 빗줄기가 차츰 잦아들기에 금능해안가에서 맑은 바다를 구경하며 그냥 해안가를 슬금슬금
걸었다. 그런데....이게웬일 이곳에서 우연찬게 14코스 화살표를 발견한것이다. 젠장! 화살표 다해놓고 개장행사
때문에 저지리에 화살표만 감춘거같다는 강한 의구심...실망감...허탈감이 들었다. 왜 그렇게까지 해야하는지
정말 난 모르겠다.  화살표가 안보였으면 모를까 보였으니 가랑비를 맞으며 난 그 화살표를 따라 역올레를 시작했다.
역올레를 하다보면 저지가 나올것이고 길을 파악할수 있을거 같았다. 가랑비를 맞으며 뒤늦게 14코스 역올레가
시작되었다. 



역올레를 하다보니 저지리를 빠져나와선 거의가 해안올레인거 같았다. 해안을 따라 걷는 기분은 좋았으나
저지부터 왔으면 얼마나 여유있고 기분좋게 왔을까 생각하니 마음에 뿔이났다. 제길!
저지에서 여기까지 걸어오고 돌마을에서 놀다와서 시간이 제법 되었다. 발걸음은 빨라졌고 기분좋은 감상은
내일 14코스를 다시하며 감상하자고 생각하며 걸음을 재촉했다.



월령리엔 선인장이 유명한거 같았다. 해안 사이사이에 선인장이 무럭무럭 자라나 있었다.
나는 사람들이 심은걸로 알고 있었으나 표지판을 보니 이 선인장은 자연상태 그대로이며 여기가 선인장 자생구역이며
천년기념물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었다. 마을 슈퍼에서 캔맥주를 마시며 아주머니께 물어보았더니 제주도 서쪽
이곳은 비가 많지 않은곳이라 선인장이 많이 자생한단다. 그덕분에 옛날에 가뭄이 지면 이쪽이 피해가 컷었다고
하신다.



길가 곳곳에 외롭게 혼자 자라있는 선인장이 종종 보인다. 좀 쉴려고 배낭을 내려놓고  저 담위에 잠시 누웠다가
선인장이 있는지 모르고 팔배개를 배다가 저 작은 선인장의 잔잔한 가시가 내 손가락에 몇개나 박혔다.
잘 보이지도 않아서 앉아서 한참동안 가시빼느라 정신없었다. 



월령을 지나니 화살표는 산쪽으로 향했다. 아~ 저지에서 여기까지 치고 나와서 여기부터 해안올레였구나...싶었다.
걸음을 제촉해서 여기서부터도 한참동안 한참동안 또 한참동안 걸었다. 저기 멀리멀리에 저지오름인듯한곳이
희미하게 보여서 발길을 다시 돌렸다. 오늘 괜히 화살표를 발견하는 바람에 체력고갈이다. 꾀 많이 걸은듯하다.
해가 점점 짧아졌다. 월령까지 다시 헤집고 나와서 버스를타고 협제로 이동했다. 그나마 그 근처가 잠자리를 찾기
편할듯했다.



협재에 도착하니 이미 해는지고 있었다.협재에서 보는 노을은 멋진듯하다. 이곳이 서쪽이라 그런지 햇님이
바다속으로 풍덩 빨려들어가는 풍경이 아름답다. 오늘 고생의 단 한가지 보람이었지 싶다.
내일 온전한 14코스를 기대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