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 경로(총 15.5km, 4~5시간)
화순항 화순선주협회사무실 - 화순해수욕장 - 퇴적암 지대 - 사구언덕 - 산방산 옆 해안 - 용머리 해안 - 산방연대 - 산방산 입구 - 하멜상선전시관 - 설큼바당 - 사계포구 - 사계 해안체육공원 - 사계 화석 발견지 - 마라도 유람선 선착장 - 송악산 입구 - 송악산 정상 - 송악산 소나무숲 - 말 방목장 - 알뜨르 비행장 해안도로 - 하모해수욕장 - 모슬포항(하모체육공원)
9코스가 너무 빨리 끝나버려 연이어 걷게된 10코스. 하모 해수욕장을 지나자 암반지대가 나왔다. 제주도 바위는
어느정도 적응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이곳은 또 다른 바위(퇴적암)들이 드넓게 흩뿌려져 있었다.
적응할려고 하면 새로운 풍경으로 나의 두눈을 즐겁게해주는 암반들.
10코스는 해수욕장에서 해수욕장까지라는 짧은 안내문구가 있는데 정말 많은 모래사장과 다양한 종류의 해변을
헤치고 나가야 했다. 모래사장에 발이 푹푹 빠져버려서 지친몸으로 더 지친 올레길이 된거 같다.
해변옆으로 설악산에서 놀러온듯한 바위산이 장엄하게 버티고 서 있었다. 혹시 저게 송악산? 이라고 의심해봤지만
송악산이기엔 너무 가까운 거리에 있다. 별로 높진 않아보였지만 산세가 험해 보였고 유독 저산 봉우리에만 안개가
자욱히 걸쳐져 있었다.
나는 사진을 찍느라고 간간히 멈춰서는데 저분은 앞만 바라보시며 열심히 전진 하신다. 이번여행에는 카메라를 가지고
오지 않으셨단다.이번여행의 컨셉은 가슴으로 담는 여행..모든 풍경은 두눈으로 담아 가슴에 간직하겠다 하신다.
웬지 멋져보이는 말이지만 나는 그래도 사진 남기는게 좋다.
용머리 해안을 눈앞에두고 저멀리 봉화대가 있다. 잠시 올라가볼려다가 저거 봐서머해 피곤한데! 라는 생각으로
올라가보진 않았다. 사람이 힘들고 피곤하면 만사가 귀찬아진다. 다른 올레꾼분들은 지치지 않게 쉬엄쉬엄
하루에 1코스만 하셨으면 좋겠다.
용머리 해안쪽으로 내려가는 산책로
용머리 해안 입구에 생뚱맞게 배모양의 박물관이 있었다. 이리보고 저리보고 다시봐도 뭔가 좀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해야하나...바다 옆이라고 배모양이 다 어울리는건 아니다라는 느낌이 확 들었다. 나만 그런가 -0-
걷다가 뒤돌아보며 다시 찍은 사진...이 사진을보면 저 배가 더욱 생뚱맞지 않은가?
우측에 툭 튀어 나온게 용머리 바위가 있는 곳이다.
여러조형물과 의자가 있어서 잠시 쉬다가 여자분에게 mp3를 건냈다. 나는 어짜피 간간히 사진을 찍으며 걸었으니
날 신경쓰지말고 노래들으면서 먼저 천천히가라고...그런데 mp3를 받아든 여자분은 신나는 음악탓인지 더더욱
속도를 내면서 저만치 사라져 버리신다. 헐~^^;;
해안길을 잠시 벗어나 풀들이 자라있는 길을 사뿐사뿐 밟으니 기분이 좋았다.
얼핏보면 모래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해안선을 따라 거대한 암반이 쫘~악 깔려있다.
송악산 아래 사람발자국 화석과 새의 화석이 있어서 울타리를 쳐서 보호하고 있다. 중간중간에 화석 그림들과
설명들이 있어서 그와중에도 여유를 내서 한번씩 읽어보며 길을 걸었다.
저기 보이는 끝지점이 송악산인지는 미처 몰랐고 지금 사진을 찍은 이곳 조금 아래가 송악산 입구인지는 더더욱
난 몰랐다. 그 여자분은 여기가 송악산 입구인걸 여렴풋이 알았다고 하시던데 여자분먼저 걸어가니 송악산 입구
민박집 2층에서 아저씨들이 아가씨 시원한 맥주나 한잔해요라고 야유를 했던 모양이다. 나는 뒤에서 걸어왔기 때문에
내가 가까이 다가가자 아저씨들이 남자친구인줄 알고 입을 꾹 다물었다고한다.
그래서 여기가 송악산 입구인걸 어렴풋이 알면서도 조금 기분이 나빠서 그냥 걸었다고 나중에 나에게 말해주었다.
아자씨들!!! 아자씨들이 그러니까 여자혼자 돌아다니기 힘들다고하고~ 여자들이 친절 배푸는 차량에 타지를
못하는겁니다. 그러지좀 마세요!!!
송악산 입구에 있는 마라도 유람선 선착장이다. 배는 보이지 않고 낚시꾼들만 보인다.
그래도 송악산 입구에 가면 무언가 있을줄 알았는데 퀭하니 아무것도 없다. 날은 조금씩 저물고 있었고 송악산 등반로
앞에서 배낭을 잠시 내려놓고 그 여자분과 상의를 했다. 아까 보았던 송악산 입구쪽으로 빽을 하느냐 아니면 앞으로
진행을 하느냐를 놓고. 내 성격상 별로 빽하고 싶은 생각은 안들었지만 여자분때문에 조심스레 말을 꺼내보았다.
산에 다닌 경험도 많은편이고 야밤에 길찾을 자신도 있으며 지금 헤드렌턴도 하나 있고 작은 손전등도 하나 있으니
날 믿고 따라오겠냐며. 여자분은 흥쾌히 진행을 하자고 하신다.
일단 등산화를 벗고 도로가에서 발에 휴식시간을 주자고 건의를 했다 야간 산행일수록 마음이 급해져 빠른걸음이
되기때문에 발을 충분히 쉬고나서 출발하자고. 쉬면서 담배한개를 꺼내물었다. 혼자가 아니라서 약간의 부담도 느꼇다.
어두워지는 건 둘째치고 하늘이 심상치 않다. 우의가 있냐고 여쭈어보자 있다고 한다. 중간에 굵은 빗방울이 떨어졌
으나 다행이도 잠깐만 내리다가 말았다. 하늘이 내 기도를 들었는지 번개만 계속칠뿐 비는 내리지 않았다.
그렇게 랜턴을 착용하고 더 어두워지기전에 송악산에 올랐다. 정상에 거의 다다르자 위의 사진처럼 대부분 어두워졌고
탁 트인 바다와 분화구를 잠시 바라보자 날은 깜깜하게 어두워져 버렸다. 그래서 송악산에서의 사진은 저거 한장뿐이다.
다행이라면 완전 어두워지기전에 분화구와 바다풍경을 가슴속에 담았나는것! 낮에 꼭 다시 오고싶어! 라고 절로
생각되어지는 풍경이었다. 송악산은 생각보다 조금 위험한 풍경이었다. 왼쪽 분화구쪽은 깍아지른 절벽이고 우측에는
미끄럽게 경사가 져 있었다. 그 여자분에게 넘어지더라도 우측으로 넘어지라고 농담을 던졌다. 정상부근에서 철조망을
넘었는데 넘자마자 저기 멀리에서 짐승의 야광 눈빛 여러개와 눈이 마주쳤다. 킁킁 거리는 소리도 들려서 무슨 동물인지
파악도 안됬고 나도 살짝 쫄아버렸고 여자분은 저길 어떻게가냐며 나보다 더 쫀듯 보였다. 그래도 남자니까
약간 태연을 가장해서 일단 거기 있으라고 어떤 동물인지 확인이나 하자며 내가 먼저 다가가서 확인해보니 염소때다
염소인지 산양인지 좀 가물거리긴 하지만.....기운이 탁 풀렸다. 여자분에게 겁으로 무장한 염소이니 걱정말고 가자고
말했다. 내말에 조금 안심하셨던지 조금씩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우리가 걸어가니 염소들이 더 놀라서 여기저기 뛰어
다니고 난리다. 송악산 정상에서 하산하는 부분을 대략 봐 놓은 상태라 올레표지판을 한번도 놓치지 않고 헤드랜턴으로
모조리 찾아냈다. 여자분이 와 길 잘 찾는다며 맞장구 쳐주셔서 올레경력 6일차라면서 날 믿으라고 너스레를 떨어
보았다. 그래도 길이 미끄럽고 어둡다보니 여자분이 쫄아 있는 모습이 안스러워 걷는 내내 쉬지 않고 떠들어댔다.
아...내가 촉새인지 알고 계실지도...말 방목장을 지나서 도로가에 내려서니 마음이 안심되는듯 했다.
여자분도 안심하시는듯 영업씨한테 쪼는 모습 다 보이고 이런말 하기 좀 민망하지만 정말 평생에 경험해보지
못할 경험을 했고 정말 재미있으셨다고 하신다. 날 믿고 따라 와주신 그분한테 나는 고마움을 느꼇다.
송악산을 내려와 도로가에서 화살표를 놓쳐 조금 헤메이다가 별 무리없이 하모해수욕장에 도착했다.
하모해수욕장은 암반이 날카러워 입욕이 금지된곳인듯 하다. 야밤에 그래도 볼건 다봤다.
하모 해수욕장 정면에 큰 팬션이 하나 있었는데 가격을 물어보니 4만원이나 했다. 그러나 모슬포항까지 가더라도
시간이 11시가 넘은 이 시간에 잠자리를 구할수 있을지도 의문이었고 그 팬션앞에 주저 앉아서 의논을 하다가
팬션으로 들어가서 2사람이니까 방값을 깍아보자고했다. 세상에 에누리 없는 장사가 어딧어!
늦은 시간이고 방도 2개가 비어 있어서 방값도 깍고 소주도 한병 공짜로 얻어서 각자 방에서 배낭을 풀었다.
방문을 연순간 헉....왜 이렇게 넓은거야...이런말은 좀 그렇지만 차라리 방 1개만 구해서 여자분께 침대방을 내주고
난 드넓은 거실에서 잠을자도 될뻔했다. 샤워를 마치고 내 방에서 아까 얻은 소주 1병과 내 배낭에서 꺼낸 소세지와
그 여자분과 오늘 있었던 이야기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소주 1병을 금새 비워버렸다 소주1병이 서로 야속했지만
이 시간에 소주 구해볼때도 없고 아쉬운 마음으로 헤어졌다.
새벽에 비가 내렸나보다 오늘도 역시 뻗을줄 알았던 내 몸은 아침일찍 눈이 떠졌고 몸상태도 그럭저럭 괜찬았다.
이럴때는 한번쯤 뻗어주는 센스가 있어도 될 터인디...베란다에 나가보니 안개가 자욱하게 깔려 있었고
팬션 뒷마당의 정원이 이쁘게 보였다.
내가 가져온 쌀이 떨어졌었는데 그 여자분에게 여분의 쌀이 있어서 내가 밥을 하고 있는 반찬으로 아침을 같이먹고
팬션 앞에서 서로의 길을 향해서 헤어졌다. 나는 11코스를 향해서 그 여자분은 휴가가 얼마 남지않아서 오늘하루
한라산 근처에서 쉬었다가 내일 한라산에 올라가 보신다고 한다.
같이 9~10코스를 걸으면서 많은 대화를 나누며 심심치 않게 함께 길을 걸어서 고마웠던거 같다.
나이도 묻지 못하고 이름도 묻지 못했지만 올레 10코스 송악산 하면 정말 오래도록 잊쳐지지 않을듯 하다.
팬션 밖 야외 지붕에 집을지은 거미
팬션 로비.
'여행 > 제주올레트레킹'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주올레 11코스 일곱째날(2/3) - 무조건 떠난 제주 걷기 여행 (0) | 2009.07.05 |
---|---|
제주올레 11코스 일곱째날(1/3) - 무조건 떠난 제주 걷기 여행 (0) | 2009.07.05 |
제주올레 9코스 여섯째날 - 무조건 떠난 제주 걷기 여행 (0) | 2009.07.05 |
제주올레 8코스 여섯째날(3/3) - 무조건 떠난 제주 걷기 여행 (0) | 2009.07.05 |
제주올레 8코스 여섯째날(2/3) - 무조건 떠난 제주 걷기 여행 (0) | 2009.07.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