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올레 11코스 일곱째날(1/3) - 무조건 떠난 제주 걷기 여행

여행/제주올레트레킹 2009. 7. 5. 21:48 Posted by 스스로 바뀌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코스 경로(총 21.5km, 6~7시간)

모슬포항(하모체육공원) - 섯알오름 - 백조일손묘 갈림길 - 이교동 상모1리 마을 입구 - 모슬봉 입구 - 정난주 마리아 묘 - 신평마을 입구 - 곶자왈 입구 - 곶자왈 출구 - 인향동 마을 입구 - 무릉2리 제주 자연생태문화 체험골


아침에 일어났을때부터 안개가 자욱하여 당장이라도 비가 뿌려질듯하였으나 당장은 내리지 않을듯 했다.
적막속에 인적이 드문 11코스를 향해서 화살표를 의지하며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홀로 제주도 올레를 걷는중
오늘보다 걷기 좋은 날씨는 없을듯하나 한치앞도 볼수 없는 안개가 조금 마음에 걸린다.
11코스에 분명 오름이 있었던거 같은데...

11코스째 연이은 올레길을 걷다보니 이제 별 신경을 안쓰는듯해도 나의 눈썰미는 파란 화살표를 놓치지 않았다.

새벽 이슬을 맞았는지 축 늘어진 거미줄이 안쓰럽다.

11코스의 단점은 80%이상이 포장도로라는점과 장점은 밭들 사이에 난 길이라 사방이 탁 트여있어 갑갑하지 않다는
점이다.

안개가 밭들위로 울렁울렁 넘어다닌다.

이른 아침부터 밭 손질을 나오신 아주머니~ 인사라도 드릴려고 했는데 끝까지 뒤돌아 보지 않으셔서 그냥 지나쳤다.

섯알오름을 가기전 커다란 주차장이 나왔는데 이쪽에도 뭔가 태평양 전쟁의 유적이 있지 않을까 혼자 의심해봤지만
안개에 둘러쌓여 의문은 풀수 없었다. 이곳에 이렇게 넓은 주차장이 있다는 것 자체가 좀 이상하다.

태평양 전쟁 막바지에 일본군들이 근방에 구축해놓은 군사시설 표시판, 송악산을 오를때 해안절벽 사이에 군데군데
뚫려있던 구멍들이 자연산인줄 알았었는데 여기서 보니 어뢰정 보관용 진지였다.

섯알오름곁에 여기저기 붙어 있는 표지판을 가만히 모조리 읽어보았다.
학살된 인원수만 무려 210명이나 된다. 이것도 정확한 통계는 아니겠지. 이런 만행에 의해 1천명 이상의 유족들이
얼마나 땅을치며 한탄했을까를 생각하면 정말 안타까웠다.

섯알오름 추모비에서 담배 한개피를 태워드리고 담배가 다 타 없어질때까지 그 자리를 지켰다.
그분들의 그분들 유족들의 슬픔의 1%도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다시는 그 어느곳에도 이런일이 일어나선 안된다고
생각했다.

추모의 길을 한바퀴 도는길에 태극기가 휘날리는 것이 눈에 보였지만....저 태극기만은 왜 그렇게 처량하게 보였을까
국가가 잘못한 일로 인해서 국민이 상처를 받고 그 상처받은 자리에 국민을 지키는 국가를 상징하는 태극기가 서있는게
너무 안스럽고 처량했다. 앞으로의 태극기는 우울하지 않고 희망차게 펄럭여야 한다.

지금은 세월이 흘러 곳곳의 밭들 사이에 선사시대 유적처럼 우뚝 서있지만 태평양 전쟁때 비행기 격납고로 사용된
과거의 유물이다. 안개가 자욱히 그 곁을 휘감고 있어 스산한 분위기를 풍긴다.
이 비행장을 위해 수많은 제주도민과 한국인이 동원되었다고 하는데 얼마만큼의 힘든조건속에서 노역을 하셨을까
그 생각을 하면 일본에 대한 분노가 치미지만 이미 과거지사가 되버렸을뿐.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국민을 위해
다시는 이런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튼튼히 우뚝서야 한다. 세계에서의 대한민국이 아닌 국민을 위한 대한민국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