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지황토마을을 다녀와서...

여행/제주올레트레킹 2009. 7. 8. 14:23 Posted by 스스로 바뀌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둥지 게스트하우스에서만난 영민이와 성국이와 김녕해수욕장에서

안녕하세요 둥지에 가자마자 별명을 바로 따버린 둥지영업부장입니다.
이름이 박영업 <-- 이라서 많은 사람들이 제 이름 하나는 안 잊을거 같아서 기분은 좋습니다.
사람들이 믿지 않는거 같아서 삼겹살 구울때 제 주민등록증도 돌린 기억이...^^;;

아무생각없이 떠났던 제주도 저에게 제주도는 첫 경험이었습니다.
제주도 하면 관광단지 그 이 상도 이하도 아닌 그런 막막한 느낌으로 올레길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 성격상 하기로 마음먹으면 지체 없이 떠나버리는 타입이라
올레길을 알자마자 바로 짐을 꾸렸습니다. 그런이유로 전 둥지라는곳도 몰랐고
아무런 사전정보 하나도 가지지 못한채 제주걷기여행이란 책의 부록 하나에만
달랑 의지해서 제주도에 도착해습니다.

가끔 산에 다니는터라 기본적인 장비들은 다 있었기 때문에 혼자 거의 7일치 식량과
노숙용 장비까지 다 챙겨서 제법 무거운 배낭을 들고 처음 제주도에 왔었지요
지금생각해보면 나 자신에게 한마디 하고 싶습니다. 이 무식한놈아!!!
정말 제가 생각해도 우스운건 제주도 소주가 입에 안맞을거 같아서 부산에서
시원소주 1.8L 까지 배낭속에 넣었다는 것이죠....지금생각해도 참 어이없습니다.

평소 산에 다니니 올레길은 쉽게 보고 온거 같습니다.
첫날 1-2코스 저녁까지 열심히 걷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만만치 않은길이란걸
고집이 있어서 2코스 종착지에 저녁 10시가 넘어서야 도착했습니다.
둥지는 건너 뛴거죠 그리고 걷다가 어두워지면 근처에 민박집을 구하는식으로
11코스까지 7일동안 혼자 걸었습니다.

제가 가진 책자에는 11코스가 종점이였지만 올레길을 걷다가 12코스가 있는것도
13코스가 곧 생기는것도 알아버렸지만 일단 정한 목표는 달성한셈이고
더 걷기도 조금 지친상태였습니다. 생태학교에서 하루자고 12코스를 갈까
고민도 했지만 코스 중간의 인연으로 둥지라곳을 알고 있었고 몇일 생각없이
쉬고 싶은 생각에 제주도 7일째 3시간여의 시간이 걸려 생태학교에서 둥지에 저녁늦게
도착했습니다.

게스트 하우스라는 것 자체도 조금 어색했었고 10시가 넘은 시간에 둥지에 도착한터라
그 어색함은 더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도착한날 저녁 아래 마을에서
한잔 하시고 온분들과 간단하게 맥주를 한잔하고 엉겹결에 안내받은 방에
여분의 침대가 없어서 마루바닥에 가지고 온 침낭을 덮고 잘 잤습니다.
마루바닥에 자도 그 만큼 편한 잠자리가 없었습니다. 지리산같은 산장에서
주무셔본 사람들은 잘 아시겠지요.

이날부터 둥지에서 둥지를 틀고 둥지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제가 걷는 7일동안 하늘은 무섭도록 맑기만 했는데 둥지에서 아침을 처음본날
하늘에서 엄청나게 비가 내리더군요. 둥지로 오기 잘했다는 생각이 더 기분좋아졌습닞다.

저도 사람을 좋아하는터라 올레길 걷는 중간중간에 많은 인연이 스쳐 지나갔었고
둥지에 있으면서 사장님이 바로 둥지영업부장이라는 별명을 달아주시고
영업부장에 알맞게 둥지 환경미화에 힘쓰고 화단가꾸기와 감자캐오기등등의
업무를 수행했던거 같습니다. 채송화가 잘 자라라고 채송화 주위의 돌무더기를
치워놨었는데 채송화는 잘 자라고 있겠죠.

둥지에서 11일동안 정말 많은 추억을 만들었습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방법을 배웠고 이별하는 방법을 배웠고 그리고 추억하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둥지에서 둘째날 장기수 3공주 누님들이 떠난다고 이별파티를 하실때 우연찬게 같이
어울려 낮술부터 시작하여 혼자 너무 많이 마셔서 오후 7시쯤에 잠들어
다음날 새벽 6시에 일어났던일 ㅋㅋ 웬만하면 잘 취하진않는데 이야기꺼리도
없고 좀 쑥스러웠는지 혼자 소주만 연이여 퍼 마신거 같습니다.조금 죄송^^
그런데 거의 11시간을 잔후에 혼자 7일동안 걸었던 피로가 다 풀린거 같았습니다.

오분자기를 잡으러간날 생각보다 오분자기가 잡히지 않아 성게와 고동이라도 많이
잡아야지 하는 생각에 혼자 가슴까지 물이차는곳에 들어 갔다가 물이깊어
많이 잡지 못한 기억이 납니다. 수경만 있었으면 더 많이 잡았을건데 하는생각에
혼자 성산 일출봉에 갔을때 수경도 하나 사왔다는거....ㅋㅋ
그날 성게는 정말 일품으로 맛있었습니다.

제주도 동생 영민이와 알게 되어 같이 바다에 작살쏘러 나갔다가 물이 어두워서
작살로는 한마리도 못잡고 종호와 혼인지 센터 용대형님과 구멍낚시로
배도라치(장어처럼 생긴 고기) 15마리를 잡아 용대형님 집에서 숫불에 구워
소주와 맛있게 먹었던일.

둥지에서 한라산팀에 끼어 꼽사리로 5명째가 되어 저때문에 택시에서 고생하신
은영이 누님 및 대구 아주머니들...
무거운 배낭을 매다가 배낭에 옷가지들로 배낭 모양만 만들어 가볍게 걸었더니
정말...이게 제대로 걷는거고 사람같이 걷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라산 9.6KM을 오르는데 거의 한번도 쉬지 않았습니다.
배낭이 가벼우니 쉴필요가 없다고 해야하나..
한라산 정상에서 아주머니들을 기다린다고 혼자 1시간을 넘게 기다렸지만
그 기 다림의 시간은 즐거웠습니다.
내가 제주도 올때 다시는 배낭 무겁게 들거오나 봐라 ㅠㅠ

그외에도 영민이와 종호와 12코스를 걸었던일
비오는 김녕해수욕장에서 성국이와 영민이와 수영을 했던일
제주도에서 처음으로 실장님 차를 타고 드라이브하며 절물 자연휴양림에 갔었던일

둥지에서 많은 밤을 많은 사람과 함께 즐겁게 보냈던일
현철이 건호 경환이형 종법이형...좋은 동생들과 좋은 형들
바로 눈앞에 손에 잡힐거 같지만 벌써 추억이된 수많은 좋은 기억들

종호와 나는 가끔 직원이라는 소리도 듣고 직원아니거든요 하면서 삼겹살을
열심히 구웠던일.

그 많은 즐거운 추억들을 글로 표현하기엔 제 기억이 너무 아름다워
일부만 글로 남기고 나머진 제가 가질렵니다.

둥지에 11일동안 있었지만 너무 잘 적응한탓인지 금방 장기수로 불리워버린
둥지영업부장... 사장님과 실장님께 정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사장님 제가 떠날때 포옹해주신거 좀 쑥스러웠지만 마음이 따뜻해졌었습니다.
실장님 다음에 휴가 받아서 온다고 했을때 오지마!!라고 안해주셔서 감사해요^^

고등학교시절 아무근심걱정 없이 친구들과 후배들과 산에 다니던 시절이후에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P.s
둥지에서 마음을 여시면 마음의 문을 여신만큼의 인연을 만드실수 있을겁니다.
대부분 혼자 왔지만 혼자만의 기억을 가지고 가시는분들이 있는반면
여러 기억과 인연과 즐거운 추억과 인생경험을 듣고 가시는분이 있습니다.
제주도까지 와서 혼자 고민하려하지마시고 사회의 이해관계에 전혀 얽히지
않은 자유로운 분들과 같이 자유롭게 어울리세요.
모든분들이 비울만큼 비우시고 채울만큼 채워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영업부장으로서 약간의 영업멘트만 남기고 이만 줄이겠습니다.

둥지로 오세요!! 나이무관!! 사회적 지위무관!!
모든분들을 한결같이 편안하게 모시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