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올레종점 우도올레 1-1코스 (2/2)

여행/제주올레트레킹 2009. 9. 28. 20:49 Posted by 스스로 바뀌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9월에 막바지를 치닫고 있는데 우도의 밭들에는 새로운 모종이 많이 심어져 있다. 뭘까? 머지?
누구한테 물어볼 사람들도 없다. 거침없이 펼쳐져 있는 밭 멀리 바다가 펼쳐져 있다.



이 강아지는 비양도에서 만난 그 강아지는 아니지만 언제부터인가 날 쫒아왔다가 언제부터인가 사라졌다.
무슨 사연이 그리 많은놈인지 가끔 날따라오다가 멍하니 먼바다를 심각하게 처다본다. 그런 저 놈을 나도 쳐다보고
있으면 나도 멍해진다. 강아지지만 웬지 그 모습은 사무칠듯한 그리움이 묻어나는듯하다.
내가 물어볼수는 없지만 이녀석 나름대로의 사연이 있으리라



배에관한 박물관으로 알고 있는데 이날은 굳게 문을 닫았다.



우도봉이 멀리 보일때쯤엔 빗방울이 하나둘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그럴줄 알았다!!
이제 우도봉만 넘으면 되는데 끝까지 하늘은 날 돕지않는다. 바람이라도 불지않으면 좀 괜찬을텐데 비바람이 불어서
나의 빰을 때리기 시작한다. 그래도 그 느낌이 그렇게 차갑진 않다. 그래도 딱 이정도로만 내렸으면 좋겠는데
비가 더 내리면 나의 사진찍기놀이는 여기서 접어야할지도...



먼바다를 암울하게 쳐다보던 그 강아지는 우도봉입구에서 어느샌가 사라져버렸고 비양도부터 날 따라온 왼쪽
강아지곁에 다른강아지가 다시붙어 날 따라오기 시작했다. 내가 그렇게 외로워보였는지 비양도부터 경호원처럼
날 따라온 그강아지와 함께 다른강아지가 번갈아가며 날 따라온다. 내 배낭엔 너희들 줄 먹거리도 없건만
이렇게 날 배웅해줘서 마냥 고맙기만했다.



우도봉으로 오르자 비바람이 거세진다. 강아지 두마리가 물에빠진 생쥐꼴이된채 날 앞선다. 날 신경쓴다기보단
두마리가 서로엉겨 장난친다고 정신없으면서도 나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다. 비양도의 이녀석은 마치 올레길을
알고 있는듯 우도봉까진 알아서 앞장서서 혹여라도 내가 오지않으면 거리를 유지한채 바닥에 앉아 빨리오라는듯
날 빤히 쳐다본다. 이녀석 때문에 무거운배낭에 게김신공을 발휘하지도 못하고 꾸준히 걸었다.
우도봉을 오르니 이녀석이 길을 잘 모르는듯 갈림길에서 다른길로 멀찍히 가버린다.
내가 손벽을 치면서 그쪽 아니야 이쪽!!! 이렇게 외치니 후다닥 날 앞질러 내가 가르키는 방향으로 또 그만큼의
거리를 두고 앞장선다. 참 신기하고 고마운 녀석이다.



비바람이 몰아쳤지만 그 바람에 몸을 맡긴채 흔들리는 갈대가 보기 좋았다.
비바람은 몰아쳤으나 시야는 좋은편이어서 마을과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날씨좋은날의 우도봉은 또 얼마나
멋질까.
 


움푹파인 우도봉 아래엔 빗물을 받기위한 커다란 호수가 제일먼저 눈에 들어왔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호수의 모습은
높낮이에 묻히어 보이지 않았고 수많은 소들이 풀을 뜯고 있었다. 소똥들이 정말 많았다. 지뢰밭




우도봉에서 소똥 지뢰밭을통과하여 반대편으로 내려가다보니 멀리 성산일출봉이 보인다. 어느덧 우도올레의 끝이
보인다. 점점 빗줄기는 거세진다. 상의는 이미 다 젖었고 점점 아래로 빗물이 흘러내린다. 아까 따라오던 검정강아지는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고 비양도에서부터 날 쫒아온 저 강아지만 아직도 나를 조금 앞선 그거리에서 비를피해가며
사진찍기를 멈추지않는 날 기다려준다. 너도 날 좀 더 기다려주지 그랬니...



우도봉을 완전히 내려서니 우도봉의 맞은편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파도가 점점 거세지는듯하다.



우도봉아래 해안의 정자에서 잠시비를 피했다. 갑자기 거쎄진 빗줄기가 조금있으면 잠잠해지지 않을까해서
비양도부터 날 안내했던 이녀석을 안으로 불렀다. 내가 젖은 의자에 앉으니 이녀석도 이때만큼은 빨리 가자고
날 채근하지않고 내곁에 가만히 앉았다. 온몸이 홀딱 젖었는데 먹을거라도 좀 집어주고 싶은데 이녀석에게
줄것이 아무것도 없다. 나도 아침부터 지금까지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배낭에 있던 물을 내 손바닥에 흘려
이녀석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내밀어주니 두어번 핱다가 만다.
거센 빗줄기는 좀처럼 잦아드려하지 않는다. 저멀리 항구가 보인다. 어짜피 물에빠진 생쥐꼴인데하며
빗줄기사이로 두발을 내려놓았다. 내가 빗속에 뛰어들기 무섭게 이 녀석은 다시 그 거리를 유지하며 날 앞장섰다.



얼마가지 않아 항구에 도착했다. 비는 더욱거세져서 잠시 걸어오는동안에 팬티까지 다 젖고 말았다.
항구휴게소안에 잠시 배낭을 내려놓고 이 녀석에게 머라도 사줘야지 싶어서 주위를 둘러보았는데
이녀석은 멀써 사라지고 없었다. 여기가 종착점이걸 이녀석은 알고 있었던걸까. 날 여기까지 데려다주곤
그냥 사라져버렸다. 해준게 없어서 그 녀석에게 너무 미안하다. 다음에 갈때 그자리에 다시 있어주겠니?



비에 쫄딱맞은몸을 배에 실었다. 젖은몸에 한기가 느껴진다.
우도올레가 끝난 배안의 유리없는 창밖으로 우도를 바라봤다. 혼자왔지만 결코 외롭지 않았던 길
성산항에서 홀딱젖은 내 몸뚱이를 내려놓았다. 비는 어느덧 잠잠해졌다.
미리좀 잠잠해지던가....사람몸 다 적셔놓고..
배가 고팟는데 성상일출봉 아래의 그 중국집의 얼큰한 짬뽕이 절실히 가고싶어졌다.
다젖은몸을 이끌고 무거운 배낭을 그대로메고 그리 가깝지않은 그 중국집으로 천천히 걸었다.
이곳 중국집에서 형  동생들과 많은 이별을 했었는데 그때 앉았었던 그 자리와
그때의 그 음식들이 상상속에 깔린다.
기다리던 짬뽕을 국물까지 남기지않고 만족스럽게 헤치워버렸다. 여기까지 배고픔을 참고 걸어온 보람이 있었다.
오늘 우도올레의 하이라이트는 여기 이 자리와 내 뱃속의 이 짬뽕이아닐까...

나의 올레종점 우도올레 그동안 올레길에서 행복했었던 기억들이 잠시 스치는듯하다.
앞으로도 15코스 16코스가 생기겠지만 지금은 나만의올레종점에 내가 서있다.
성취감도 뿌듯한 기분도 들지않았지만 
이제 한동안은 제주에 올 핑개는 없어지겠지
지금은 제주에서 행복했던 기억들만 갈무리하자

2009년 내생에 정말 행복했던 기억들을 안겨준 제주
이제는 아픈추억도 생겨버렸지만 그래도 제주도야 정말 고맙다.

시간이 지나서 새로운 생활이 시작되면
제주의 오름 368개도 평생이 가기전 전부 올라가볼거고
제주도에 나만의 집도 지어보겠다.
나에게 평생의 꿈 몇개를 안겨준 제주도야 정말 고맙다.